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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지표 악화 속 12년 만에 美 장·단기 금리역전…'침체 시그널'에 떤다
한국경제 | 2019-03-25 01:21:19
[ 김현석 기자 ] 미 국채의 장·단기 금리가 금융위기 이후 12년 만에
처음 역전되면서 세계 금융시장이 ‘R(recession·경기 침체)의 공
포’에 휩싸였다.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을 찾아 주식에서 채권으로 이동하
면서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독일 국채 금리가 2016년 10월 이후 2년 반 만에 다
시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세계 각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줄줄이 급
락하는 등 침체 조짐이 깊어진 영향이 컸다. 미 중앙은행(Fed) 등 각국 중앙은
행의 정책 방향 선회도 일조했다.


지난 22일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물 국채 금리는 전장보다 7.8bp(1bp=0.01%포
인트) 내린 2.459%로 마감했다. 작년 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장중 한때 2
.428%까지 급락해 3개월물 수익률(2.453%)보다 2.5bp 낮아졌다. 통상 만기가 긴
채권은 불확실성을 반영해 금리가 더 높아져야 하는데, 10년 뒤 만기가 오는
채권이 지급하는 이자가 3개월 만기 채권보다 더 적은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처럼 3개월물과 10년물 간 금리가 역전된 것은 2007년 8월 이후 처음이다. 다
만 장 막판 3개월물은 10년물과 같은 2.459%에 마감됐다. 10년물과 2년물 격차
도 장중 한때 2007년 이후 최저인 10bp 이내로 좁혀지기도 했다.

미국뿐 아니다. 이날 독일 10년물 국채수익률은 6.3bp 내린 -0.02%에 거래돼 2
016년 10월 이후 다시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일본 채권시장에서도 10년물 국채
금리가 4bp 하락해 -0.07%를 기록했다.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0.8% 올랐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촉발한 1차 요인은 부진한 경제지표였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이 이날 발표한 독일의 3월 제조업 PMI 예비치는 44.7을 기록했다. 69
개월 만의 최저치로 예상치(48.0), 전월치(47.6)를 모두 밑돌았다. 유로존의 3
월 합성 PMI 예비치도 51.3으로 예상(51.8)을 밑돌았다. 미국의 3월 마킷 제조
업 PMI 예비치도 12개월 만의 최저 수준인 52.5로 예상(53.5)에 못 미쳤다.

나쁜 소식이 줄줄이 날아들면서 각국 증시가 폭락했다. 이날 미국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460.19포인트, 1.77% 떨어졌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90%, 나스닥지수는 2.50% 급락했다. 특히 이날 3개월물과 10년물 간 금리 역
전 현상은 ‘R의 공포’를 키웠다. 단기보다 장기 금리가 낮아진다는
건 미래 성장 전망이 어둡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에 따
르면 1955년 이후 한 번만 빼고 금리 역전은 1~2년 내 침체로 이어져왔다.

다만 이번 금리 역전 현상을 반드시 침체의 전조로만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는
신중론도 만만찮다. Fed 등 주요 중앙은행의 완화적 정책 선회에 영향을 받아
일시적으로 나타난 현상이라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국채 금
리가 급락했지만 침체 징조가 없더라도 급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Fed는 지난 2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올해 금리 동결을 시사하고, 자
산 축소 종료와 함께 주택저당채권(MBS)은 처분하고 대신 국채를 매입할 계획을
밝혔다. 향후 국채수요가 커질 것이라는 뜻이다. 게다가 미 재무부는 부채규모
가 한도에 달해 국채 발행(공급)을 대폭 줄여야 하는 처지다. 이에 따라 10년물
국채 금리는 20~22일 2.61%에서 2.4%대 초반까지 급락했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 총재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의 성장·고용 전망은 여전히 긍정적”이라며 “수익률 곡선
역전을 우려하지만 일시적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무디스도 “미국
의 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침체 우려는 지나치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독일 국채 금리까지 마이너스로 전환돼 해외 투자자의 미 국채 수요가
더 커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런 현상은 상당 기간 이어질 수 있다. 미국
경제가 유럽 중국 일본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낫기 때문이다. Fed는 지난 FOMC
에서 미국의 올해 성장률을 2.1%로 예상했다. 이는 유럽중앙은행의 올해 유로존
성장률 전망치(1.1%)의 두 배에 달한다.

자금 흐름에서도 이런 움직임은 확인된다. 펀드평가회사 리퍼에 따르면 지난주
글로벌 채권펀드에는 북미에서 77억달러가 유입되는 등 세계적으로 121억달러
가 순유입됐다. 11주 연속 순유입이다. 반면 주식형펀드에서는 유럽, 아시아,
신흥국 등에서 모두 돈이 빠졌다. 다만 북미에선 65억달러가 들어오는 바람에
전체적으로 29억달러가 유입됐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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