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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스타트업이 부럽다"…TSMC가 만든 비메모리 생태계
한국경제 | 2019-04-24 17:41:54
[ 고재연 기자 ] “대만 대학원생들이 부럽습니다.”

국내에서 반도체를 전공하는 대학원생이나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창업자들이
입에 달고 사는 말이다. 대만의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가 국내와 달리 잘 갖춰
져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대만 교수들은 논문을 쓸 때도
14나노미터(㎚, 1㎚=10억 분의 1m) 등 최첨단 공정으로 시제품을 만든다&rdqu
o;며 “바로 시장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14나
노는 회로 선폭을 의미한다. 숫자가 작을수록 더 만들기 어렵다.

한국은 딴판이다. 지난해 스마트폰용 인공지능(AI) 반도체를 개발한 박준영 유
엑스팩토리 대표가 만든 시제품은 65나노 기술을 기반으로 했다. 정부와 삼성전
자 파운드리에서 대학에 제공하는 서비스가 딱 그 정도 수준이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65나노 기반의 시제품으로는 시장에 나갈 수 없어 중국 업체로
부터 20억원을 투자받아 28나노 제품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만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를 떠받치는 건 세계 1위 파운드리 TSMC이다. 1987년
대만 정부의 출자를 받아 모리스 창 회장이 설립한 TSMC는 앞선 기술력과 정부
투자를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1992년 민영화된 이후에도 정부의 전폭적
지원은 이어졌다. 애플 화웨이 퀄컴 엔비디아 등 글로벌 팹리스를 고객사로 받
아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 1위(50.78%)를 기록하고 있다.

탄탄한 파운드리가 생기자 다양한 분야의 팹리스들이 성장하기 시작했다. 1980
~1990년대 한국 반도체 업계가 메모리 반도체 산업에 집중할 때 대만은 PC를 기
반으로 한 시스템 반도체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인텔로부터 중앙처리장치(CPU)를 받고, 나머지 반도체는 직접 설계하기 시작했
다. 전 세계 PC 마더보드 대부분이 대만에서 만들어졌다. 팹리스가 성장하면서
파운드리도 다양한 제품을 만들 수 있게 됐다. 함께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가
들어선 것이다.

산·학·연 생태계도 탄탄하다. 정부는 반도체구현센터(CIC)를 통
해 학생과 스타트업에 설계 툴을 제공한다. 웨이퍼 하나에 여러 종류의 반도체
를 생산해 테스트해볼 수 있도록 하는 MPW(멀티 프로젝트 웨이퍼) 서비스도 제
공한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시스템IC, DB하이텍 등이 파운드리 서비스를
하고 있다. 특히 아날로그 반도체를 수탁 생산하는 DB하이텍은 2000년 파운드
리 사업에 뛰어들어 팹리스 생태계를 성장시키는 데 기여했다. 그동안 정부로부
터 받은 혜택은 없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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