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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범석의 돈부리기행] 돈부리 대명사 "규동(牛)"
프라임경제 | 2019-05-22 16:44:22

[프라임경제] 규동의 고명은 얇게 저민 쇠고기를 양파와 함께 간장소스로 졸여낸다. 외관이 한국 불고기를 닮았지만 재료와 조리방식이 다르다. 불고기가 다양한 재료에서 우러나는 화려한 맛이라면, 규동은 양조간장 특유의 향과 달달함이 전체 맛을 지배한다.

식성에 따라 시치미(고춧가루 등 7가지 맛 향신료)를 첨가할 수 있고, 날계란을 올려 비벼도 된다. 육질은 불고기에 비해 쫄깃한 편이다. 등심 부위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규동은 1862년 요코하마에 등장한 규나베(牛鍋, 쇠고기전골)에서 파생된 요리다. 당시 요코하마는 미국 등의 요구로 각국 무역공관과 집단거주지가 조성되고 있었다. 막부가 위치한 에도(도쿄) 근처에 서양 식문화의 발신기지가 들어선 셈이다. 그때까지 일본은 천 년 이상 법으로 육식을 금지하고 있었지만, 세계사의 흐름을 막을 수 없었다.

일본인들은 규나베가 완성되면 건더기를 밥에 올려먹었고, 이를 규메시(牛飯)라 불렀다. 쌀을 주식으로 하는 문화에서 자연스레 떠올릴 수 있는 발상이다.

메이지시대 들어 '쇠고기가 곧 개화'라는 인식이 확산되며 도쿄를 중심으로 규나베가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다. 1877년 도쿄에서만 이 요리를 제공하는 점포가 550곳 이상이었다고 하니 그 열기가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규동이란 명칭은 1899년 도쿄 어시장에 규나베 전문점을 오픈한 요시노야(吉野家)가 처음 사용한 용어였다. 쇠고기(규)를 사발(돈부리)에 담는다는 의미다. 오픈 당시는 요시노야도 규나베와 밥을 따로 제공했다. 그러나 바쁜 상인들이 밥에 쇠고기만을 올려달라는 요구가 이어지자, 얼마 후 규동을 주력메뉴로 삼는다.

비슷한 시기 고베·오사카 등 칸사이(西) 지역에도 규나베와 유사한 스키야키가 있었지만, 규동 형태로는 발전하지 않았다. 규동이 전국화 되는 시기는 1923년 관동대지진 이후다. 도쿄·요코하마 등 규나베 밀집지역이 폐허로 변하자, 조리사들이 생계를 위해 각지로 흩어져 전파한 것이다 .

일본에서 규동은 계층을 불문하고 애용하는 사람이 많다. 주문 후 1~2분이면 음식이 나오고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맛이 무난하고 한 끼 식사로 충분한 열량이 들어 있다는 점도 인기 요인이다.

규동은 다른 돈부리와 달리 대형 체인조직이 시장을 주도한다. 요시노야·스키야(すき家)·마츠야(松屋)를 '빅 쓰리(고산케)'로 부르고, 나카우(なか卯)가 그 뒤를 따른다.

이 중 스키야가 가장 많은 점포를 보유하고 있지만, 맛과 전통에 있어서는 요시노야를 쳐준다. 요시노야는 한 마디로 일본 규동의 살아있는 역사다. 1952년부터 24시간 영업시스템을 도입했고, 1968년 체인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때부터 규동 시장이 커지고 후발업체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1982년 스키야를 창업한 오가와씨도 한 때 요시노야에서 근무하며 현장경험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100년 넘게 업계 지존으로 군림하던 요시노야에 2003년 위기가 찾아온다. 원재료로 사용하던 미국산 쇠고기가 광우병으로 수입금지가 된 것이다. 이 때 요시노야가 내린 결정은 규동의 판매중단이었다. 고기가 바뀌면 양념을 바꿔야하고, 양념이 바뀌면 맛이 달라진다는 이유였다.

쇠고기는 국내나 제3국을 통해 조달할 수도 있었지만, 그들은 수입금지 기간 동안 어떤 편법도 사용하지 않았다. 그 대신 쇠고기카레·돼지고기·닭고기·연어를 사용하는 대체 상품을 출시하며 버텼다.

3년에 걸친 광우병 여파로 2008년 9월, 요시노야는 점포수 1위 자리를 스키야에게 내준다. 그러나 세간으로부터 ‘맛과 타협하지 않는 요시노야’라는 소중한 평판을 얻는다.

해외에서도 요시노야의 지명도는 독보적이다. 중국 등 동남아와 미국 등지에서 900개 넘는 체인점을 운영하며 경쟁사를 압도한다. 1996년 한국에도 진출해 서울 강남점과 신촌점 등 4곳을 직영했으나, 1998년 외환위기로 파트너 회사와 계약을 해지하고 철수했다.

2019년 2월 현재 빅 쓰리가 운영하는 전국의 점포수는 4,299개. 세계최대 패스트푸드 체인 맥도널드의 2890개보다 훨씬 많다. 가격은 맥도널드 빅맥이 ¥390, 규동 ¥380(보통사이즈)으로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나 음료까지 세트로 구입하게 되는 햄버거와 달리, 규동은 물만 있으면 식사가 가능해 가격 경쟁에서도 뒤지지 않는다.

규동을 사 먹는 방법은 간단하다. 체인점 자판기에서 원하는 크기의 식권을 구입하고 잠시 기다리면 음식이 나온다. 된장국(미소시루) 등 사이드 메뉴를 추가할 수 있고, 테이크아웃도 가능하다.

규동은 용량에 따라 5~6가지로 나뉜다. 보통(나미모리) ¥380, 곱빼기(오모리) 3종은 ¥550~¥780, 사이드메뉴는 ¥70~¥200 정도다.

장범석 푸드 칼럼니스트


장범석 푸드 칼럼니스트 press@newsprime.co.kr <저작권자(c)프라임경제(www.newsprime.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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