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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박스 같은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협업 조심스럽다"
한국경제 | 2019-06-24 17:22:06
[ 심성미 기자 ] 미국 포천이 매년 선정하는 ‘글로벌 랭킹 500대 기업&
rsquo;은 대부분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과 협업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개방형 혁신)’ 전담 부서를 두고 있다. 세계 스타트업과의 협업이나 인
수합병(M&A)을 통해 혁신을 수혈하기 위해서다. 혁신적인 기술이나 서비스를 외
부에서 이식하는 것은 이제 생존의 필수 전략이다.

국내 스타트업은 글로벌 기업과 벤처캐피털(VC)의 관심 대상이다. 기술과 콘텐
츠 인프라가 잘 갖춰져서다. 하지만 투자와 교류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해외에
선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를 ‘블랙박스’로 평가한다. ‘매력적
이지만 아직은 협업하기 조심스러운 시장’이라는 의미다.

바이엘·다이슨도 관심 갖지만…

리서치회사 CB인사이트에 따르면 전 세계 글로벌 대기업이 스타트업에 투자한
금액은 2013년 약 110억달러에서 지난해 530억달러로 5년 새 5배 가까이 급증했
다. 월마트 이케아 스타벅스 등 웬만한 글로벌 기업들은 사내에 스타트업과 기
술·아이디어를 협력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전담팀을 신설했다. 조상현 무
역협회 스타트업글로벌지원실장은 “글로벌 기업들이 최근 경쟁적으로 기
술 협력을 하거나 투자할 만한 ‘스타트업 쇼핑’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추세와 달리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는 글로벌화의 초기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의 스타트업 생태계 가치는 50억달러 수준으로 평가
된다. 미국 실리콘밸리(3120억달러)와 중국 베이징(1420억달러)의 각각 1.6%,
3.5% 수준에 불과하다.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 사례도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니베아 라프레리 등을 생
산하는 글로벌 화장품 기업 바이어스도르프는 최근 국내에서 스타트업 경진대회
‘니베아 액셀러레이터(NX)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판다 등 국내 5
개 뷰티 스타트업과 협업 계약을 맺었다. 심박수를 알려주는 웨어러블 디바이스
업체 스카이랩스는 독일 제약사 바이엘과, 유해물질 성분 검출 센서 기술을 보
유한 파이퀀트는 다이슨과 각각 공동 연구를 하고 있다. 동공 시선 등 데이터
수집 기술을 개발한 비주얼캠프도 글로벌 자동차 회사와 기술 협업에 나섰다.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소장은 “신생 기업은 많지만 허리를 떠받치는
중견 스타트업 수가 절대적으로 적은 상황”이라며 “스케일업을 위
해선 국내 스타트업이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블랙박스 같은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

세계적 수준의 정보기술(IT) 인프라와 우수한 인력을 보유한 한국은 글로벌 기
업 우버가 일찌감치 눈독을 들였을 정도로 매력적인 시장이다. 세계 2위 경제
대국인 중국과 가깝고 삼성 현대 등 글로벌 기업들과 협업할 기회도 무궁무진하
다. 스타트업 생태계 자체는 매력적인 요소가 넘친다.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
가 30위 순위권에도 못 드는 이유는 해외 스타트업 생태계와의 연결성이 낮기
때문이다.

스타트업 정보분석 기업인 스타트업게놈에 따르면 서울 스타트업이 해외 스타트
업과 맺고 있는 유의미한 연결고리(글로벌 네트워크)는 평균 2.1개였다. 세계
평균(6.1개)의 3분의 1 수준이다. 외국인 고객 비율도 14%로 세계 평균(23%)보
다 크게 낮았다.

전문가들은 바이오·뷰티·정보통신기술(ICT) 등에서 기술적 강점
이 있는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를 해외에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다.

임 소장은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스타트업)인 토스 이승
건 대표가 실리콘밸리에서 수백억원을 투자받을 때 한국 금융시장 전반에 대해
설명하느라 현지에서 6개월간 머물렀다”며 “실리콘밸리 VC 관계자
들을 만나면 ‘한국 스타트업 시장은 블랙박스(내부 구조가 복잡한 기계
장치) 같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그만큼 한국 스타트업 업계가 글
로벌 생태계에서 배제돼 있다는 것이다.

무역협회가 지난해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혁신기술 콘퍼런스 ‘비바 테크
놀로지 2018’ 참관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79.9%는 ‘한국
스타트업에 대해 잘 모른다’고 답했다.

오현웅 파이퀀트 이사는 “이스라엘은 국경을 넘어 유명 VC와 대기업 간
‘유대계 네트워크’가 끈끈해 협업 생태계가 굳건하다”며 &l
dquo;슬러시(핀란드)나 스타트업 익스트림(노르웨이)같이 국내외 스타트업 관계
자와 투자자가 한곳에 모여 친분을 쌓고 정보를 교류하는 네트워킹 행사가 절실
하다”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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