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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로 살길 찾자…'불황 극복 컨설팅' 뜬다
한국경제 | 2019-10-11 08:26:05
[ 고재연 기자 ] 지난 7월 인쇄회로기판(PCB) 제조업체인 이수페타시스는 컨설
팅업체 캡스톤컴퍼니에 ‘SOS’를 보냈다. 기판의 불필요한 부분을
깎아내는 식각 공정에서 좀처럼 불량률이 떨어지지 않아서다. 현장에 투입된 컨
설턴트들은 공정의 온도, 진공상태 등 각종 빅데이터를 분석해 온도보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빨리 진공상태에 도달하느냐’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 기존보다 빠른 속도로 진공상태에 도달하도록 공정을 바꾸자 불량품이 20% 이
상 줄었다.

국내외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불황 극복 컨설팅’을 의뢰하는
중소·중견기업이 늘고 있다. 인수합병(M&A)이나 신사업 발굴을 자문하
는 ‘전략 컨설팅’보다 영업·생산·구매 등 기업 운영
을 어떻게 최적화하고 효율화할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에도 두산 효성 등 제조업체를 중심으로 생산원가와 인건
비 절감을 위한 컨설팅 수요가 크게 늘어난 적이 있다.

‘마른 수건도 다시 짜기’ 위해 컨설팅업체들이 주목하는 것은 빅데
이터다. 박종식 캡스톤컴퍼니 대표는 “누적된 데이터가 많고 이를 활용하
기 좋은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기업과 이미 자동화가 진행된 화학업체
를 중심으로 데이터 기반 컨설팅 문의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생산 효율 높이고 인건비 줄이고…'반·디 기업' 이어 유
통사도 수요↑

캡스톤컴퍼니는 빅데이터 분석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배석주 한양대 산업공학
과 교수(한양대 빅데이터센터장)와 함께 데이터 분석 작업을 하고 있다. 이수화
학, SFA반도체 등도 내년 이 회사로부터 ‘빅데이터를 활용한 공정혁신&r
squo;을 위한 컨설팅을 받을 예정이다.

삼성, LG 등에서 ‘공장밥’을 먹은 엔지니어들이 차린 컨설팅 회사
룩센트는 골판지 업체인 태림포장의 턴어라운드를 이끈 주역으로 유명하다. 원
지 생산 공장 네 곳과 골판지 상자 제조 공장 여덟 곳의 공장 생산 규모 및 제
품별 제조 원가, 물류비 데이터를 분석해 생산 거점을 최적화하면서 공장 물류
비를 10% 이상 줄이는 데 성공했다.

주 52시간제 도입과 인건비 인상 등으로 컨설팅사를 찾는 유통업체도 늘고 있다
. 기존 직원들이 60시간씩 하던 일을 52시간 이내에 할 수 있도록 업무 효율성
을 높이기 위해서다.

수도권 일곱 곳에 ‘식자재왕’ 도매마트를 운영하는 식자재 유통 회
사인 윈플러스는 주 52시간제 시행으로 늘어난 인건비 부담 때문에 컨설팅사 문
을 두드린 사례다. 룩센트는 △물류 입고 △계산 △배송에 걸리는 시간을 데이
터화해 320명의 직원이 제공하는 노동력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다음날 판매할 식자재가 오후 6시 이후에 마트로 들어오는 일이 잦다
는 사실을 확인했다. 회사는 오후 6시 이전에 입고가 끝나도록 물류 배송 체계
를 바꿨다. 직원들의 개별 근로시간은 15%가량 줄었다. 오승목 룩센트 대표는
“최근의 컨설팅은 인원을 줄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동일한 인원으로 노동
효율성을 얼마나 끌어올려 기업 가치를 높이느냐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설명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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