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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보며 車조립…'와이파이 사태'로 드러난 현대차노조 非상식
한국경제 | 2019-12-11 17:15:30
[ 도병욱 기자 ]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는 ‘두 작업’이라는 말이
있다. 생산직 근로자 두 명이 번갈아 가면서 상대방의 일까지 하는 작업 방식
이다. A가 1시간 동안 B의 몫까지 일을 한 뒤 다음 1시간은 B에게 자신의 일을
맡기고 내리 쉬는 식이다. 회사는 이런 작업 방식을 금지하고 있다. 한 사람이
두 사람이 해야 할 일을 하면 집중도가 떨어져 안전사고와 품질불량 문제가 발
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근로자들은 암암리에 이런 식으로 일을 하
고 있다.

자동차업계 전문가들은 한 사람이 두 사람 몫의 일을 할 수 있는 근무 방식 자
체가 문제라고 꼬집는다. 그만큼 업무강도가 낮다는 의미다. 최근 현대차 울산
공장을 방문한 인사는 “컨베이어 벨트가 정말 느리게 움직였다”고
말했다. 작업자가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움직이는 5~6대의 자동차를 한꺼번에
조립하고 휴식을 취하는 ‘올려치기’ 또는 ‘내려치기&rsquo
; 작업이 가능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완성차 5개사 평균)에서 자동차 한 대
를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시간은 26.8시간(2015년 기준)이다. 일본 도요타(24.
1시간)나 미국 제너럴모터스(23.4시간)보다 각각 11.2%, 14.5% 더 길다. 현대차
인도 첸나이 공장에선 17시간에 자동차 한 대가 만들어진다.

공장 내 와이파이 사용시간을 놓고 노사가 갈등을 빚는 황당한 상황도 결국 느
슨한 근무 분위기 때문에 발생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회사 측은 24시간 개방했
던 와이파이를 지난 9일부터 쉬는 시간과 식사 시간 등에만 제한적으로 쓸 수
있도록 조정하려 했다. 근무 시간에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시청하거나 게임을
하는 근로자들이 많아서다.

노조는 거세게 반발했다. 특근을 거부하고 울산공장 본관 앞에서 항의집회를 이
어가겠다고 엄포를 놨다. 이런 사실이 본지 기사(12월 9일자 A17면)를 통해 알
려지자 여론은 들끓었다. “근무 시간에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보겠다고
선언한 거냐”는 질타가 이어졌다. 노조 내부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왔
다.

한 노조원은 “현대차 노조에 속해 있다는 사실이 부끄럽다”고 했다
. 결국 노사는 한 발씩 물러섰다. 노조는 특근 거부를 취소했고, 회사는 와이파
이 제한을 오는 20일까지 보류했다. 양쪽은 노사협의를 통해 와이파이 사용 시
간을 조정하기로 했다.

현대차 ‘와이파이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근무 방식은 달라진 게
없다. 컨베이어 벨트는 계속 천천히 움직일 것이고 그 속에서 일부 근로자는 근
무 시간 중 동영상을 보고 게임을 계속할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질적
인 고임금·저효율 구조를 극복하지 못하면 현대차는 앞으로도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회사가 살아남으려면 노조도 생산성을 높이
는 데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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