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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집값과의 전쟁, 정부·국민 인식 함께 뛰어야
프라임경제 | 2020-01-22 18:54:19
[프라임경제] 실거래가 12억(155㎡ 기준). 놀랍게도 수도권이 아니라 광주광역시 남구에 위치한 아파트의 값이다. 지난 2017년 당시 6억원대에 거래됐는데 3년간 2배나 올랐다. 지방도 이런 판국이니, 서울 아파트 값은 상상을 초월한다.

현재 우리나라 집값은 누가 봐도 정상이 아니다. 집값 폭등은 소수의 부동산 부자들만 배불릴 뿐, 다수 국민과 나라 경제에 해악을 끼친다.

부동산 투자 한 번 잘하면 몇 년 동안 벌어 들일, 아니 누군가는 평생 벌어도 모으기 힘든 돈이 생긴다. 그런데 누가 땀 흘려 일하고, 어느 기업이 위험을 감수하며 생산적인 투자를 하겠나? 부동산 불로소득을 누리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에 불평등만 점점 더 심해질 뿐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중 집과 회사가 같은 지역 내에 위치한 직장인은 2008년 전체의 42%에서 지난해 51%로 증가했다. 연구소는 이러한 집과 직장 간의 거리가 가까운 '직주 근접' 선호 현상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렇다면 앞으로 서울 집값은 더 상승한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3년 전보다 집값이 지나치게 많이 뛴 곳에 대해 가격이 '원상회복' 돼야 한다고 말했다. 사태의 심각성은 말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정부가 지금까지 내놓은 규제 중심의 정책만으로는 집값을 완화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희망적인 소식도 있다. 12·16 대책 발표 이후 규제뿐만 아니라 도심 주택 공급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최근 국토부와 서울시가 쪽방촌 정비사업을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지난 20일 '영등포 쪽방촌 주거환경 개선 및 도시 정비를 위한 공공주택사업'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영등포구 문래동 쪽방촌 일대 1만㎡를 정비해 쪽방 주민이 재입주하는 공공임대주택, 신혼부부를 위한 행복주택, 민간 분양주택 등 총 1200가구의 주택을 오는 2023년까지 공급할 예정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영등포 쪽방 정비사업은 강제 철거되거나 쫓겨나는 개발이 아니라, 포용하며 함께 잘사는 선순환 구조를 가진 따뜻한 개발"이라고 말했다.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잘한 일이 아닐수 없다. 다만, 앞으로 어떤 부동산 정책을 내놓을 지가 더욱 중요하다. 주택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 집값이 상승하는 것은 뻔하다.

정부는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고 발표했지만, 이것이 입주를 통해 실질적인 공급으로 이어지려면 적어도 3~4년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 기간 동안 집값은 쉽게 떨어지기 힘들어 보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10년부터 전국 주택보급률이 100% 이상이고, 100% 미만 지역은 서울 96.3%, 경기 99.5% 단 두 곳 뿐이다.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심리에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집을 사는 갭투자를 막지 못했기 때문에, 서울에 많은 공급이 이루어졌지만 여전히 서민들이 살 집은 없는 것이다.

정부는 수요가 많은 도심에 주택을 충분하게 공급하는 정책을 통해 이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 지속적으로 많은 물량이 쏟아져 나오면 집값은 하락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노태우 정부 때 200만호 건설 후 1991년부터 2000년까지 10년 동안 집값은 하락세를 보였다. 200만호 건설의 여파가 오랫동안 주택 시장을 잠재웠다.

집값을 결정짓는 요인 중 공급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수요다. 2018년은 우리나라 역사상 처음으로 생산연령인구 비중이 감소하기 시작한 해다. 앞으로 다가올 인구구조의 변화는 우리가 한 번도 경험해 본 적 없는 길이다.

먼저 인구절벽을 맞이한 일본은 1989년 부동산 버블 붕괴 이후, 도쿄 도심부 23구의 집값이 3분의 1 수준으로 대폭락했다. 그 여파로 일본의 집값은 18년 동안이나 하락세를 보였다. 그 후의 일본 경제는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그대로다.

국민의 주거권은 곧 인권의 문제다. 집값 원상회복을 위해서 일차적으로는 정부가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하지만 국민들부터 그저 단순히 당장 내 집값이 올랐다고 좋아할 시기는 지났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곤경에 빠지는 것은 몰라서가 아니라 확실히 안다는 착각 때문이다.

지금부터라도 주택 구매를 신중하게 하고, 자신이 갚을 수 있을 만큼만 대출을 받아야 한다. 예상과 달리 집값이 떨어지면 팔기도 어렵고 보유하기도 힘든 상황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유와 권리에는 반드시 책임과 의무가 뒤따른다. 내가 쏜 화살이 언젠가는 나에게 돌아올 수 있다.


김화평 기자 khp@newsprime.co.kr <저작권자(c)프라임경제(www.newsprime.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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