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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경찰 개혁 의지 ‘표정관리’ 오해 싫다면
파이낸셜뉴스 | 2020-01-23 16:23:05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만화 '스파이더맨'에 나온 대사지만 현실 속 여러 일에 적용할 수 있어 폭넓게 쓰이는 말이다. 경찰은 수사권 조정을 통해 얻어낸 검찰과의 협력 지위와 1차 수사 종결권을 '큰 힘'보다는 '큰 책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최소한 대외적으로는 말이다.

수사권 조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날 곳곳에서 감격의 울음소리가 들렸다는 경찰청에서도 이런 '표정 관리'의 흔적이 보인다. 경찰청은 수사 개혁과제를 총괄하는 '책임수사추진본부' 현판식을 취소했다. 대외적으로 요란하게 보일 수 있다는 우려에서 당일 행사 취소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한을 얻게 된 경찰이 몸을 최대한 움츠리고 있는 단면적 모습이다. "경찰개혁 입법을 서둘러달라"는 민갑룡 경찰청장의 수사권 조정 직후 메시지도 비슷한 맥락일 것이다.

개혁하겠다는 의지를 '표정 관리'라니, 경찰 입장에선 기분이 나쁠 수 있겠다. 하지만 경찰의 수사권 강화를 우려하는 사람이 적지 않음을 고려하면 이 같은 시선은 충분히 유효하다.

수사권 조정안 통과 직전 한 여론조사에서는 찬반 여론이 약 5대 4로 비등하게 나왔다. 지난해 5월 같은 기관의 여론조사보다도 반대 비율이 1할 정도 늘었다. 여야 정쟁 등의 잡음도 이유겠지만 이 기간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 '버닝썬' 유착 논란 등에서 경찰이 보인 수사 난맥상을 지켜봐 온 국민들의 우려도 포함된 수치로 보인다. 경찰이 마냥 기뻐하지 않는 이유도 이런 여론을 읽었기 때문이 아닐까.

경찰이 '표정 관리'라는 이야기를 듣지 않고, 국민의 응원을 받으려면 대형 사건에서 초동 부실수사 논란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이는 경찰개혁법안 등 제도적 정비에 앞서 기초 단계의 기강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국민과 가장 밀접한 신고·초동 수사 기능에서부터 경찰의 신뢰를 얻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만화에서는 힘을 잘못 휘둘러 억울하게 악당으로 몰리는 인물이 셀 수 없이 등장한다.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은 부정하기 힘든 '큰 힘'을 얻었다. 지금과 같은 신중한 마음가짐을 이어가고, 제도 보완을 더해 앞으로 책임 있는 수사의 모습을 보인다면 경찰이 큰 힘을 책임 있게 쓰는 민중의 '슈퍼히어로'로 응원받기는 어렵지 않을 것이다.

bhoon@fnnews.com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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