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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B, 16년만에 정책 재검토 착수…"대대적 변화는 없을 것"
파이낸셜뉴스 | 2020-01-24 12:11:06
[파이낸셜뉴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채권매입부터 마이너스(-) 금리에 이르기까지 ECB 통화정책에 대한 재검토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채권매입 프로그램을 통해 사들인 2000억유로 규모의 회사채를 친환경 기업 회사채로 바꿀 것인지,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목표치를 수정할 것인지 등을 놓고 올 연말까지 수정 여부를 결론낸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ECB가 강경파와 온건파로 극명하게 갈린 상태에서 검토 주제가 큰 내부 논란을 부를만한 것들인데다 시간도 촉박해 대대적인 정책 변화를 부르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 CNN비즈니스 등 외신에 따르면 라가르드 총재는 23일(이하 현지시간) 통화정책 결정기구인 집행이사회에서 금리정책을 동결한 뒤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지난해 11월 총재에 취임한 라가르드는 이날 회견에서 중앙은행 핵심 의무인 물가안정과 관련해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재검토하고, 이와함께 ECB 인플레이션 목표치 달성을 위한 정책수단들의 효율성과 잠재적인 부작용 역시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중앙은행이 어떤 수단을 동원할 수 있는지도 검토하게 된다.

ECB는 성명에서 "금융 안정성, 고용, 환경 지속가능성 같은 (인플레이션 외의) 다른 고려사항들이 ECB의 의무 수행과 어떤 연관성이 있을지를"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CB의 정책 재검토는 라가르드가 총재 취임 이전부터 약속한 것으로 유로존(유로 사용 19개국)을 유로존 채무위기로부터 구해냈다는 평을 듣지만 그 반대급부로 전권을 휘두르며 전횡했다는 비판을 받는 '슈퍼 마리오' 마리오 드라기 전 총재의 어두운 유산을 걷어내기 위한 방안 가운데 하나다. 드라기 전 총재의 강력한 리더십은 유로존을 위기에서 구해냈지만 다른 한편으로 옌스 바이트만 분데스방크(독일 중앙은행) 총재를 비롯한 ECB내 매파의 불만을 높여 ECB 내부의 극심한 분열을 불렀다는 평가를 받는다.

라가르드는 기자회견에서 "나는 독재적인 총재가 아니다. 모든 의견을 환영한다"면서 정책 재검토에서는 "정책을 어떻게 펼지, 어떤 정책 수단이 있는지 어떻게 파악할지, 또 (시장과) 어떻게 소통할지와 관련된 주제를 다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라가르드는 "ECB가 의견 단일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아마도 결론은 다수의 뜻에 따라야만 할 것"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매파와 비둘기파가 맞서고 있어 ECB 인플레이션 목표치는 '상향 이동'하는 수준에서 봉합될 것으로 예상된다.

코메르츠방크 수석 이코노미스트 회르그 크레이머는 매파는 높은 금리를 선호하고, 비둘기파는 낮은 금리를 좋아하기 때문에 이 둘의 절충점으로 인플레이션 목표치는 상향되는 수준에서 끝날 것이라고 봤다.

앞서 ECB는 2003년 정책 재검토에서 '0~2%'였던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좁혀 '2%에 근접한' 수준으로 조정한 바 있다.

FT는 대다수 이코노미스트들이 이번 재검토에서는 '2%에 근접'이라는 목표치가 '2%'로 상향이동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영국은행(BOE)과 같은 인플레이션 목표치로 이같은 '상향이동'은 ECB의 통화정책 긴축 전환 시기를 늦추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라가르드가 취임 일성으로 강조하기도 한 기후위기와 관련해서는 일단 2가지 방안이 나왔다.

라가르드는 약 10억유로 규모의 ECB 연기금 자산을 '친환경 투자'로 돌려 친환경 기업들에 투자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아울러 2조6000억유로 양적완화(QE)를 통해 사들인 회사채 2000억유로어치를 친환경 기업들의 회사채로 바꿀지 여부에 대해서도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바이트만 분데스방크 총재 등 비판론자들의 반발을 살 가능성이 높다. 이들은 어떤 기업에 호의적이 되고, 벌을 줄지는 중앙은행이 아닌 정치인들의 몫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경기전망 개선 평가도 나왔다.

라가르드는 미국과 중국간 1단계 무역합의로 경기전망이 개선됐다고 밝혔다.

그는 유로존 성장 전망이 여전히 하강에 방점이 찍혀있다면서도 인플레이션이 "완만하게(나마) 올랐고" 미중이 부분적인 무역합의에 이름에 따라 하강 위험은 이전에 비해 덜 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미중 1단계 무역합의가 전세계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게 될 '긴요한 발전'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독일 헌법재판소의 심리가 ECB의 채권매입 프로그램 향배에 상당한 파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독일 헌재는 현재 ECB의 2조6000억유로 채권매입 프로그램이 불법인지 여부를 심리 중이며 3월 24일 판정할 예정이다. 불법이라는 판정이 나오면 독일을 중심으로 한 매파의 입지가 강화되면서 QE 방향에도 대대적인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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