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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칭칼럼] 코칭의 댓가, Pay Forward
프라임경제 | 2020-01-24 15:57:23

[프라임경제] 살아오신 100년 삶의 지혜를 나누어 주는 김형석 선생의 칼럼 글을 간혹 읽어 가르침을 받는다. 오늘 글의 제목은 '내게 갚지 말고 이 사랑을 다른 사람에게 갚아라'이었다. 아래와 같은 구절이 있었다.

여러 해 전에 내가 지방 강연을 갔을 때다. 한 30대 남성이 찾아와 뜻밖의 인사를 했다. 내가 학비를 도와주었기 때문에 어려운 고비를 넘기고 대학을 졸업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상하게 생각한 내가 "장학금을 준 일이 없을 텐데요"라고 반문했다.

그의 얘기가 나를 약간 놀라게 했다.

자기가 고생하고 있을 때 의사 한 분이 장학금을 주면서 "이 돈은 내가 주는 것이 아니고 내가 대학에 다닐 때 김형석 선생이 도와준 것이다. 너에게 주는 것은 김 선생을 대신해 주는 것이니까 너도 이 다음에 사정이 허락하면 이 돈을 가난한 학생에게 주라"고 했다는 것이다.

나는 그 젊은이의 인사를 받으면서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80여 년 전 중학생 때부터 나를 사랑해준 모우리(E.M. Mowry) 선교사가 떠올랐다. 가난하게 고생하던 나를 여러 차례 도와주면서 모우리 선교사는 말했다.

"이것은 예수께서 주시는 것이다. 예수님께는 갚는 것이 아니니까 너의 가난한 제자가 생기면 예수님을 대신해 주면 된다"고.

그 사랑이 여럿을 거쳐 이 젊은이에게 전달되었던 것이다.

사랑은 언제나 아름다운 마음으로 남는다.

카이스트 신입생에 대한 진로 코칭을 자원 봉사 삼아 수 년 간 맡은 적이 있었다. 어느 해였든가, 그 어려운 카이스트에 입학한 신입생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불상사가 생겨난 뒤였다.

코칭의 힘을 빌어 이런 불상사를 미연에 방지해 보자는 갸륵한 마음에서 '해피 포럼'이라는 봉사 모임의 코치들이 시작한 라이프 코칭이었다. 내게 코칭을 받은 고객 중에는 아마 졸업 후 취업하여 이미 사회의 일원이 된 학생들도 꽤 되리라고 생각한다.

코칭을 시작할 때는 그것이 비록 학생을 고객으로 하는 코칭이라고 하더라도 꼭 코칭계약서를 작성한다는 것이 코치들의 원칙이다. 계약서에는 코치와 고객 사이에서 일어나는 코칭 내용의 프라이버시나 기밀 사항을 비밀로 삼아 지킨다는 내용 이외에도 쌍방 어느 편이든 코칭의 진행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는 판단이 있을 때는 이를 종료할 수 있다는 맺고 끊음의 내용까지도 포함된다. 내가 만들어 사용한 카이스트 신입생 코칭 계약에는 일반 코칭과는 다른 코칭의 댓가 지불에 대한 특별한 사항이 하나 있었는데, 아래와 같았다.

제4조 (코칭의 댓가)
본 코칭 건의 코칭비는 고객이 Pay Forward 방식으로 부담한다. 즉, 코칭 받은 사람이 그 댓가를 코치에게 지불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돕는 방식으로 지불하도록 코치와 협의 하에 결정한다.
고객의 Pay Forward :

첫 코칭 세션에서 계약서의 내용을 설명해 주며 서명하게 했는데, 매번 이 항목에 이르러서 대상 학생들의 마음이 크게 감동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어떻게 보면 이 감동이 시발점부터 코칭의 성공을 담보하는 전제가 되었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약속된 6회 코칭이 끝나는 시점에 이르면 '코치인 나도 이문을 남겨야 잘한 장사가 될 것 같으니 너희들이 유예 받았다고 생각하는 코칭 댓가 규모의 최소 2배를 Pay Forward 할 용의가 있느냐'고 묻고, '이와 같은 프로세스를 너에게서 혜택 받은 대상에게도 progressive 하게 적용시키도록 하겠느냐'고 다시 물어 약속을 받아 두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언젠가의 고객이었던 한 학생은 2년도 더 지난 뒤 이메일로 자신이 미얀마 등에 봉사활동한 기록을 보내주며 "코치님, 이제 겨우 첫번째 Pay Forward 를 시작했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내와 나를 뭉클하게 만든 적도 있었다.

'무주상(無住相) 보시'. 상에 머무름 없이 보시한다는 뜻에서 불교 사전에 아래와 같은 설명이 붙어 있다.

보시의 참된 자세를 일컫는 말로서, 보시했다는 생각, 보시했다는 의식 없이 보시하는 것을 말함.

나남직 할 것 없어 아상(我相), 인상(人相)이 다 떨어져 나간 그 자리라면 보시(布施)는 또 무슨 보시가 남을 것인가? 연민으로 연결된 우주의 선순환 그 한 단면을 유루(有漏)의 불완전한 언어로 표현하려 애쓴 결실이라고나 해야 할 것이다.


허달 칼럼니스트 / (현) 코칭경영원 파트너 코치 / (전) SK 부사장, SK아카데미 교수 / (전) 한국화인케미칼 사장 / 저서 '마중물의 힘' '잠자는 사자를 깨워라' '천년 가는 기업 만들기' 등

허달 칼럼니스트 dhugh@hanmail.net <저작권자(c)프라임경제(www.newsprime.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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