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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욱의 일본경제 워치]갈수록 커지는 도시바 자회사의 '회계 부정'
한국경제 | 2020-01-26 07:30:43
2조원이 넘는 분식회계를 저질러 2017년 일본 도쿄증권거래소 1부 시장에서 퇴
출된 정보기술(IT) 기업 도시바가 또다시 부정회계에 연루됐던 사실이 지난주
드러난 바 있습니다. 이번에는 추가적으로 도시바 자회사 등이 연루된 부정회계
가 2015년부터 이어졌고, 가상거래 규모도 400억엔(약 4000억원)이 넘는다는 점
이 밝혔습니다. 하지만 관계자들은 “실체가 없이 장부상으로만 거래가 이
뤄지고 있었는지 몰랐다”고 발뺌만 하는 모습입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지난주 표면화된 도시바의 연결자회사인 도시바IT서
비스의 부정회계에 일본제철 계열사를 비롯한 다수의 일본 IT기업이 연루됐고,
부정회계가 수년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자행돼온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도쿄증
시 1부 상장사인 넷원시스템스라는 회사를 중심으로 2015년부터 도시바IT서비스
, 닛테쓰솔루션스, 후지전기IT솔루션, 미즈호도시바리스를 비롯해 복수의 비상
장 IT회사들이 장기간에 걸쳐 가공매출을 반복해 왔다는 것입니다.

넷원시스템스와 도시바IT서비스 등이 실제 IT기기구입을 하지 않으면서도 일본
제철 자회사인 닛테쓰솔루션스와 거래를 한 것처럼 ‘가상거래’를
회계에 반영해 왔습니다. 실물 거래 없이 장부상으로만 거래하는 ‘순환거
래’가 시행된 것입니다. 가공거래 규모는 최소 400억엔(약 4263억원)이
넘을 것이란 추산입니다.


앞서 지난 20일 도시바IT서비스는 지난해 일본 회계연도 상반기(4~9월)에 실제
제품이나 서비스를 거래하지 않은 채 장부상으로만 ‘순환 거래’를
실시해 매출 200억엔(약 2101억원)가량을 과대 계상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올해 도쿄증시 1부 복귀를 노리는 도시바의 계획에 큰 차질을 끼칠 것이란 게
일반적인 전망입니다. 이번 부정회계 충격파로 도시바의 지난해 상반기 디지털
부문 수익 증가분 231억엔의 대부분이 과대 계상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제기된 상황입니다. 지난해 상반기 결산을 취소하고 새로운 결산을 발표한 계
획입니다.

도시바 등이 ‘회계부정 상습범’이라는 오명이 확인되고 있는 상황
이지만 관계자들은 모르쇠로 일관하는 모습입니다. 도시바IT서비스 관계자는 &
ldquo;가공거래라는 인식이 없었다”면서도 “제품을 거래한 쪽에서
문의가 전혀 없는 등 부자연스런 점은 있었다”고 마치 남의 얘기하는 듯
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모회사인 도시바도 “도시바 자회사인 도시바IT서
비스가 가공거래에 주체적으로 관여한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사태
파장을 축소하는 데만 급급한 모습입니다.

미즈호도시바리스도 “내부조사 결과, 가공거래를 인식했던 것으로는 보이
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후지전기IT솔루션도 “자회사에서
의문의 거래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지난해 12월부터 외부 전문가가 참여한
조사위원회가 조사하고 있다”고만 밝혔습니다.

도시바는 지난 2015년 미국 원자력발전 자회사 웨스팅하우스의 경영 손실을 감
추기 위해 7년간 2248억엔(약 2조3629억원)을 분식 회계한 사실이 발각됐었습니
다. 결국 채무 초과 등으로 2017년 8월 도쿄증시 1부 시장에서 2부 시장으로 강
등됐습니다. 이후 내부 통제를 강화해 도쿄증시 1부 복귀를 노려왔지만 또다시
부정회계가 탄로 나면서 복귀 심사에 먹구름이 낀 상황입니다. 그동안 회계 문
제와 관련해 시장의 신뢰를 되찾기 위한 노력이 물거품 됐다는 평가입니다.


사실 회계 부정과 관련한 일본 기업의 오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과거부
터 부정회계가 적지 않다보니 분식회계 등과 관련한 국제용어 중 일본어에서 나
온 표현도 적지 않습니다. ‘도바시(飛ばし·빼돌리기)’, &l
squo;미즈마시(水し·술에 물 타기)’ 같은 용어들은 온라인 백과사
전 위키피디아 등에 일본어 발음을 차용해 등재돼 있습니다.

회계 부정과 관련한 일본어 단어 중 가장 국제화된 단어는 ‘도바시&rsqu
o;입니다. 값이 떨어져 평가손실이 발생한 주식이나 채권을 결산 시기가 다른
그룹 계열사 등에 시가보다 높은 값으로 되팔아 모기업의 손실을 숨기는 회계
조작 방식이라고 합니다. 1987년 다테호화학공업 채권이 폭락했을 때 다이와증
권의 기업고객 담당 직원들이 손실을 감추기 위해 이런 수법을 쓴 것이 드러나
면서 널리 알려졌습니다. 야마이치증권, 일본장기신용은행, 가네보 등이 도바시
를 남용한 끝에 경영 파산으로 이어졌고 2011년 올림푸스의 분식회계에서도 이
용될 정도로 일본 기업 사이에서 뿌리가 깊습니다.

‘쥰칸도리히키(循環取引)’도 일본 사회에서 낯익은 표현입니다. 이
번 도시바IT서비스 사례도 넓게는 같은 수법인데 여러 기업 및 회계 당사자가
공모해 상품의 재판매나 업무위탁 등 상호주문을 반복해 가상매출을 계상하는
수법을 가리킵니다.

이 밖에 다른 사람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는 일본 문화 특성에서 나온 분식 관련
용어도 적지 않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다코 배당(配當)’입니다.
일본어로 문어를 의미하는 ‘다코’에서 나온 이 용어는 ‘문
어는 배가 고프면 자신의 다리를 뜯어 먹는다’는 속설에서 유래했다고 합
니다. 외부 투자자에게 기업 상황이 좋아 보이도록 하기 위해 배당 여력이 없으
면서도 무리해서 배당하는 행위를 지칭합니다.

또 매출이나 영업이익 등을 실제보다 부풀린다는 뜻에서 ‘술에 물을 탄다
’는 뜻의 ‘미즈마시’도 널리 퍼진 용어입니다. 장부상에선
매출·이익 등으로 잡히지만 상품이 실제 거래되지 않은 채 거래처 사이
를 순환하는 것을 지칭하는 ‘우주유영’ 등의 표현도 있습니다.

도시바 자회사의 부정회계 사건이 캐면 캘수록 부정의 폭이 넓고, 깊이가 깊다
는 사실이 드러나는 모습입니다. 이번 사태가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진행될지
향후 과정이 주목됩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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