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미국 보이스카웃연맹(BSA)이 수십년 간 수천 명의 피해자를 낸 성적 학대 의혹과 관련한 소송비를 감당하지 못해 결국 파산 신청을 했다.

미국 CNN과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BSA는 18일(현지시간) 델라웨어 파산법원에 챕터11에 따른 파산보호 신청을 접수했다.

미국 텍사스주 어빙에 위치한 미국 보이스카웃연맹(BSA) 본부 [사진=로이터 뉴스핌]

지난 8일 110주년을 맞은 BSA는 파산 신청 서류에서 부채는 1억~5억달러에 달하는 반면 자산은 5만달러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BSA가 파산을 맞은 이유는 성 학대 의혹과 관련된 수백 건의 소송 비용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BSA가 파산 신청을 함으로써 미국 전역에서 수천 명의 피해자들이 제기한 BSA에 대한 모든 민사 소송은 잠정 중단될 예정이다.

BSA는 1910년 창설된 미국 대표 청소년 단체로 약 230만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지금까지 만 7세 이상 청소년 1억1000만명 가량이 BSA의 리더십 및 인성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하지만 전직 간부와 자원봉사자들이 미성년 회원을 성적으로 학대했다는 고발이 여기저기서 이어지자 소송비 부담이 증가하고 회원이 감소해 재정 위기에 처했다.

지난해 4월 공개된 법원 진술 자료에 따르면, 72년 간 7800명 이상의 BSA 간부들이 1만2000명 이상의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포르노 노출 및 성 행위 강요 등 성적 학대를 자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10년에는 성 학대 피해자인 케리 루위스가 BSA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승리해 1850만달러의 배상 판결을 받았다.

BSA의 파산 가능성은 2018년 12월부터 제기돼 왔다. 당시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BSA가 파산 신청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해 로펌 시들리 오스틴을 고용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후 14개월 간 BSA는 회장을 교체하고 피해자들에 공식 사과했으며 남성 성 학대 피해자들의 조직과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등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펼쳤다.

또한 회원 수를 늘리기 위해 여자 어린이들의 가입도 허용하는 등의 방식으로 재정 위기를 극복해보려 했으나, 이러한 움직임은 미국 걸스카우트연맹과 갈등을 빚는 등 오히려 논란이 되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비영리단체가 파산보호 신청을 하면 소송 절차가 중지되고 원고 측과 피해 보상 협상을 할 수 있다.

CNN은 "BSA가 다시금 피해자들을 보호하는 데 실패했고 책임을 회피하는 결정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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