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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내 가족은 집에 있어요
프라임경제 | 2020-06-29 11:43:52
[프라임경제] "입 닫고 지갑 한 번 열어주라. 회식 올 생각은 말아주라. 주라주라주라 휴가 좀 주라. 가족이라 하지 마이소. 가족 같은 회사, 내 가족은 집에 있어요."

요즘 핫한 개가수(개그맨 가수) 김신영의 히트곡 '주라주라' 가사 중 일부다. 이처럼 적지 않은 경영자가 '우리 회사는 가족'이라고 말한다. 회사는 가족이 아닌데 말이다.

회사의 경영진이 "우리 회사는 가족 같은 회사"라고 말하는 의도는 무엇일까? 그들이 의도하는 바는 '가족이라서 무슨 일이 있어도 구성원을 보호해주고 사랑해준다'는 뜻이 아니다. 구성원의 일방적인 희생을 원할 때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아닐까?

"우리 회사는 가족 같지 않고 분위기가 좋지 않다"라고 말하고 싶은 경영자는 없을 것이며 당연히 기업문화가 좋지 않다는 것도 말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말하는 것은 경영자 스스로 '무능한 경영자'임을 인정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가족과 구별되는 회사의 근본적인 차이는 '성과'다. 가족은 사랑으로 형성된 구성체인 반면, 회사는 성과를 내기 위해 모인 조직이다. 가족의 궁극적 목표와 본질은 '대가 없는 사랑'일 수 있지만, 회사는 '성과 지향'이라는 목적으로 운용된다.

회사가 가족과 다름으로써 구성원이 서로에 대해 관심이 없거나 서로를 위해 애쓰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서로에 대한 존중과 배려는 기본이며,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구성원 간의 협력이 중요하고 팀워크를 위해 때로는 희생도 필요하다. 다만 그 모든 것의 최상위 목표는 좋은 성과다.

이러한 관점에서 회사는 가족보다는 프로야구팀에 비유하는 것이 적절하다. 오너는 구단주, CEO는 감독, 구성원은 각 포지션을 맡은 선수다. 프로야구팀은 매 경기(시합)에서 승리하고, 매 시즌(대회)에서 우승하기 위한 목표로 운영되는 조직이다. 모두가 팀의 승리를 위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해야 하며,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선수든 감독이든 교체될 수 있다.

구단주, 감독, 선수 3박자가 조화를 이룰 때, 팀은 승리할 수 있고 우승할 수 있다. 부진한 선수를 교체하지 않고 그대로 경기에 임한다면 승리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유능한 선수가 그 팀을 떠날 수도 있다. 유능한 선수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없는 팀에 있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능한 선수를 담을 수 있는 시스템이 중요한 것이다.

다만 유능한 선수만 있다고 최고의 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유능한 선수가 자신의 능력을 펼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프로야구팀은 철저한 성과 위주의 보상 시스템을 갖고 있다. 타율, 출루율, 승률, 방어율 등 객관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평가하고 보상한다.

야구 영화 '머니볼'은 '평범한 선수로도 비범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메시지를 강조했는데, '데이터로만 승부하는 시스템'이 핵심 메시지였다. 영화 속에서 감독은 자신의 감정이나 편견을 배제하고 철저하게 통계에 의해 선발하고 운영하는 데이터 기반 시스템을 바탕으로 선수를 기용했다.

"선수를 사서 우승하는 일은 큰 비용이 들지만, 그냥 우승을 위한 방법을 선택해 이보다 적은 비용으로 승리를 사는 거죠." 영화 속 명대사다. 선수보다 시스템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시스템을 바꾼 결과는 월드시리즈 우승이었다. 기업도 아무리 뛰어난 인재가 있어도 좋은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면 결코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없으며, 오히려 평범한 인재라도 우수한 시스템이 뒷받침된다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교훈을 준다.

기업은 가족이 아닌 성과를 내는 프로야구팀과 같은 조직이다. 즉, 최고의 회사는 '가족 같은 회사'가 아니라 '좋은 기업문화와 시스템을 갖춘 회사'다. 이런 회사에서 구성원들은 좋은 성과를 내고 합당한 대우를 받으며 성취감을 느낀다. 직장에서 성취감을 느끼는 구성원은 가정에서도 최고의 가족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야근할 생각은 마이소. 오늘은 얼마 만에 하는 데이트 날인데, 가족이라 하지 마이소. 가족 같은 회사, 내 가족은 집에 있어요."

직장인들이 공감하는 이 노래 가사에 기업문화의 힌트가 있지 않을까?


한현석 서울IR네트워크 대표이사

한현석 서울IR네트워크 대표이사 press@newsprime.co.kr <저작권자(c)프라임경제(www.newsprime.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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