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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부동산 규제 함정에 빠진 국토부와 민주당
파이낸셜뉴스 | 2020-08-07 09:47:05
정부가 월세를 정하면
과연 시장이 따라올까


정부와 민주당이 전월세전환율을 낮추겠다고 말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령상 전환율은 현재 4%다. 전환율을 내리면 임차인이 월세 부담을 더는 효과가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같은 이야기를 했으니 조만간 시행령 개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시행령은 국회 입법사안이 아니라서 정부가 쉽게 고칠 수 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0.5%)으로 떨어졌으니 전환율도 낮춰야 한다는 게 정부·여당의 주장이다. 5억원짜리 전세가 있다고 치자. 이걸 월세로 바꿀 때 현행 전환율 4%를 곱하면 임차인은 연 2000만원, 곧 월 167만원가량을 내야 한다. 만약 전환율이 2%로 떨어지면 월세는 약 84만원으로 내려간다.

하지만 이는 희망사항일 뿐이다. 부동산 시장은 만만한 곳이 아니다. 정부가 시킨다고 고분고분 따르지 않는다. 그랬다면 정부가 대책을 스물세번씩이나 내놓을 필요조차 없었다. 더구나 전환율은 권고사항에 불과하다.

당정이 전환율 인하 카드를 들고 나온 것은 전세가 월세로 빠르게 바뀔까봐서다. 그 뒤엔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가 있다. 따라서 전환율 인하는 근본원인은 놔둔 채 부실정책이 낳은 부작용을 또 다른 규제로 틀어막으려는 꼴이다. 한마디로 땜질이다.

정부·여당은 규제의 함정에 빠졌다. 서민·무주택자를 위한다는 도덕적 우월감에 취해 이성을 잃은 듯하다. 시장경제 아래서 전세, 월세 계약은 사적 자치를 존중하는 게 원칙이다. 정부는 다만 그 시장이 원활히 돌아가도록 수요·공급을 조절하는 역할에 충실하면 된다. 지금처럼 정치가 사사건건 끼어들면 시장은 삐걱거릴 수밖에 없다. 윤희숙 미래통합당 의원은 지난주 국회 5분 연설에서 "임대시장은 임대인과 임차인이 상생하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시장의 본질을 꿰뚫은 혜안이다. 하지만 당정은 마치 복싱 프로모터인 양 임대인·임차인 간 싸움을 붙이지 못해 안달이다.

최성락 교수(동양미래대)는 '규제의 역설'에서 "왜 좋은 의도로 만든 정책이 나쁜 결과를 가져올까"라고 묻는다. 최 교수는 노동자 소득을 감소시키는 최저임금제, 실업자를 늘린 비정규직보호법, 일자리를 없애는 강사법 등을 예로 든다. 이대로 가면 임차인을 더 힘들게 한 임대차보호법이 새로운 사례로 추가될지 모른다.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고장난 나침반 같다. 하지만 정부는 나침반이 멀쩡하다고 우긴다. 정부가 고집을 부릴수록 엉뚱한 데서 더 많은 피해자가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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