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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 반토막 났는데…상장사, 배당 늘렸다
한국경제 | 2020-10-30 16:05:53
[ 송종현/임근호 기자 ] 올 들어 주요 상장기업 이익이 작년 대비 절반 이하로
급감했는데도 주주 배당은 더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순이익에서 총배당액이
차지하는 비율(배당성향)은 올 들어 3분기까지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이상 늘
어 역대 처음으로 30%대를 넘어섰다. 주주가치 향상을 위해 배당을 늘리는 건
긍정적이지만 단기 배당 확대에 치중할 경우 미래 투자 여력을 소진시킬 것이라
는 우려도 나온다.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매출 상위 20대 상장사의 올해 1~3분기 배당총액은
8조2769억원으로 사상 최대에 달했다. 작년 동기(8조1639억원)보다 1.3% 증가했
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22조7533억원으로, 작년(1~3분기 49조4492억원) 대비
53.9% 급감했다.

이익 급감에도 배당이 늘어난 것은 기관투자가와 외국인 주주들의 거센 요구로
올 들어 분기배당에 나서거나 규모를 늘린 기업이 많았기 때문이다. 매 분기
배당을 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배당금이 7조2138억원으로, 20대 기업 배당금 총
액의 87.1%를 차지했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19곳의 배당금 총액은 전년 동기보
다 11.8% 불어났다. 배당성향은 61.5%에 달했다. 포스코가 배당액을 4000억원에
서 4807억원으로 20.1% 늘렸고, 현대모비스는 올해 첫 분기배당에 나서며 2분기
에 947억원을 나눠줬다.

증권업계에선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올해 연간 배당성향이 작년 수준(23.4%)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 증시 저평가 요인으로 지목돼 왔
던 배당 수준이 세계 주요국과 비교해도 결코 낮지 않은 수준까지 올라왔다&rd
quo;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익 급감에도 배당요구 커져…"주주가치 증대" vs "투
자여력 훼손"
20대 기업 '1~3분기 배당성향' 사상 첫 30% 돌파

올해 상장기업의 배당성향(배당금/순이익)이 처음으로 30%를 넘을 전망이다. 순
이익은 대폭 줄어드는데 배당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
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배당을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주식회사 속성상 이익이 나면 주주들에게
배당 등의 형태로 돌려주는 건 바람직하다. 그동안 국내 상장사들이 선진국 주
요 기업에 비해 주주가치 확대에 소홀히 해온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상장사 배당이 크게 늘어 이미 선진국에 비해 결코 낮
지 않은 수준까지 올라왔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배당 확
대 등 단기 주주가치에만 매몰되면 기업의 중장기 가치를 훼손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한국상장사협의회 관계자는 “설비 투자 수요가 많은 한국 산업
특성상 단기 배당 확대에만 치중하면 성장 잠재력 확보를 위한 미래 투자가 소
홀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해도 사상 최대 배당 전망

2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753곳의 올해
1~3분기 누적 순이익은 76조756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26조4644억원)보다
39.3% 줄었다. 김경훈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4분기에는 일회성 비용 등
을 한꺼번에 반영하며 순이익이 낮게 나오는 경향이 있다”며 “4분
기 순이익을 더해도 올해 연간 순이익은 90조원대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
다.

배당은 올해도 계속 늘어 사상 최대였던 지난해(30조4418억원)를 넘어설 전망이
다. 포스코(1200억원→1600억원), 하나금융지주(1201억원→1500억원),
맥쿼리인프라(1082억원→1222억원) 등이 중간 배당 규모를 늘렸고, 현대모
비스(947억원)와 롯데지주(215억원) 등은 올 들어 처음 분기 배당에 나섰다. 매
출 상위 20대 기업의 배당성향은 이미 1~3분기에 36.4%를 찍었다. 순이익이 지
난해 49조4492억원에서 올해 22조7533억원으로 반토막 났는데, 배당은 8조1639
억원에서 8조2769억원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이 기간 별도 순이익
이 56.1% 줄었지만 작년과 같은 7조원대 분기배당을 하면서 배당성향이 61.5%에
달했다.

배당성향 급격히 높아져

유가증권시장 배당성향은 2012년만 해도 15.5%에 그쳤다. 세계 최하위 수준이었
다. 하지만 주주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기업의 인식이 바뀌고, ‘스튜어
드십 코드’(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지침) 도입 등 주주들의 배당 확대
요구도 커지면서 최근 몇 년간 배당성향이 빠르게 오르고 있다. 2014년 처음
20%를 돌파했고, 올해는 30%를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배당을 둘러싼 논쟁에도 다시 불이 붙었다. 미·중 무역분쟁과 경기 둔화
, 각종 규제로 국내 기업들이 비틀거리는 가운데 배당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배당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보는 쪽에선 한국의 배당 수준이 주요국에 못 미친
다는 점을 든다. 장아련 국회예산정책처 경제분석관은 “지난 10년간 한국
상장사의 평균 배당성향은 20%대로 선진국(50.1%)은 물론 신흥국(36.8%)보다
낮다”고 말했다. 일시적인 실적 부진으로 올해 배당성향이 30%를 넘겠지
만 내년 순이익이 증권가의 예상대로 110조원대로 회복하면 다시 20%대로 떨어
지게 된다는 것이다.

배당으로 곶감 빼먹듯 하면…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한국은 산업 특성이 달라 배당 수준을 다른 국가와 단순
비교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l
dquo;한국은 이익 변동성이 큰 정보기술(IT) 업종 비중이 높아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여유 자금을 충분히 갖고 있을 필요가 있다”며 “다른 나라
보다 배당성향이 낮은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다”고 말했다. IT를
비롯해 자동차·정유·화학·2차전지 등 대규모 설비 투자
가 많이 필요한 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무디스 등은 올해 SK이노베이
션, LG화학, SK하이닉스, SK텔레콤 등의 신용등급 전망을 줄줄이 ‘부정적
’으로 낮췄다. 무디스는 SK이노베이션에 대해 “대규모 투자와 배당
으로 지난해 말 4조5000억원이던 순차입금이 올해 말 7조4000억원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 하향 이유를 설명했다.

일각에선 올해 30%를 넘을 배당성향은 선진국 주요 기업 대비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이런 상황인데도 미래 투자를 위해 쌓아둬야 할 이익을
곶감 빼먹듯 단기 배당으로 돌리면 기업의 중장기 성장가치가 훼손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송종현/임근호 기자 scre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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