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시간 속보창 보기
  • 검색 전체 종목 검색

뉴스속보

"목표는 북핵 완전 제거"…바이든 측근이 밝힌 새 대북전략
한국경제 | 2021-02-01 05:41:02
[ 주용석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측근인 프랭크 자누지 맨스필드재단
대표(사진)가 “한두 번의 ‘빅 스텝(big step)’으로 북핵을
완전 제거할 수 있다는 생각은 환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
이든 행정부는 단계적(step-by-step) 접근을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북한 비핵화 과정은 적어도 5~10년은 걸릴 것”이라고 했다.

자누지 대표는 미 상원 외교위원회 동아시아태평양정책국장(1997~2012년)을 지
내며 당시 외교위원장이었던 바이든 대통령 등을 보좌한 아시아 전문가다. 201
4년부터 아시아 전문 싱크탱크인 맨스필드재단 대표를 맡고 있다. 바이든 행정
부 출범 이후 한반도 정책과 대(對)중국 전략에 대한 의견을 듣기 위해 자누지
대표를 지난 27일 화상으로 인터뷰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새로운 대북전략을 채택하겠다’고 했다. 어떤
내용일까.

“비핵화 과정은 단계적이고 장기적이란 걸 인정할 것이다. 그리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식의 ‘톱다운(하향식)’ 접근은 안 할 것이다. 정
상회담을 완전 배제하진 않겠지만 그에 앞서 북한이 충분한 ‘비핵화 착수
금’을 내놓을지, 반대급부로 뭘 원할지 알기 위해 체계적인 실무협상을
우선할 것이다. ”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가능성은 없나.

“전혀 없다. 미국과 한국, 국제사회의 목표는 북핵의 완전 제거다. 유일
한 질문은 거기에 어떻게 도달하느냐다. 존 볼턴(트럼프 행정부 국가안보보좌관
)은 한두 번의 ‘빅 스텝’으로 거기에 도달할 수 있고, 12개월 안에
그 과정을 끝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건 환상이었다. 내가 아는 이 분야 최
고 전문가는 시그 프리드헤커 전 로스앨러모스 핵연구소장과 로버트 칼린 스탠
퍼드대 연구원인데, 그들은 북한 비핵화에 적어도 5~10년은 걸릴 것으로 본다.


▷단계적 접근을 택하면,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할 때 미국도 제재 완화를 할까
.

“미국의 상응조치가 부분적 제재 완화일 수도 있지만 다른 것일 수도 있
다. 가령 북한 정권에 상당한 정당성을 부여하는 미국 대통령과의 만남도 상응
조치가 될 수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싱가포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과 만나 대단한 선물을 줬다는 걸 깨닫지 못했다. 그리고 김정은은 반대급부로
거의 아무것도 내놓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이 분명 핵무기를 포기할 의지가 있다
’고 했다. 북한이 정말 핵을 포기할까.

“현재 북한은 핵무기 포기보다 보유가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볼 수 있
다. 하지만 오늘 북한의 결정이 영원불변인 건 아니다. 어렵지만 불가능해보이
는 것을 가능한 일로 바꾸는 게 외교관들의 일이다. 북한의 생각을 바꿀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핵무기 보유의 고통을 키우는 ‘최대 압박’이고
다른 하나는 핵무기 포기의 매력을 높이는 제재 완화, 원조, 외교적 지원이다
. 외교관들이 할 일은 북한 비핵화를 위해 최적의 조합을 찾는 일이다.”


▷미국이 제재를 완화하면 ‘비핵화 레버리지’를 잃을 수 있지 않나
.

“맞다. 이 때문에 스냅백(제재 복원) 조항을 두는 것도 방법이다. 북한이
제때 비핵화 약속을 안 지키면 자동으로 제재를 원상복구하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미·북 대화 재개의 출발점으로 싱가포르 선언을 제안한
건 어떻게 보나.

“북핵 문제를 풀려는 외교관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은 ‘어떤 문서든
버리지 말라’는 것이다. 싱가포르 선언이 충분히 멀리 가진 못했지만 딱
히 반대할 만한 내용은 없다. 나는 오히려 미국이 싱가포르 선언뿐 아니라 199
1년 남북 기본합의서, 2000년 조명록(당시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과 빌 클
린턴 대통령의 공동성명, 2005년 9월 6자회담 공동성명도 지지하면 좋겠다. &r
dquo;

▷종전선언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원래 아무런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바뀌었다. 한반도가 &ls
quo;전쟁 상태’라는 사실은 북한에 핵무기 유지 핑곗거리를 주고, 점진적
으로 북한을 바꿀 북한 주민과 국제사회의 접촉에 장애물이 되며, 시대착오적이
기 때문에 종전선언이 유용할 수 있다. 다만 종전선언을 하면 그다음날이라도
당장 평화가 올 것이란 생각은 난센스다.”

▷대북전단금지법은 어떤가.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 정보의 자유를 강력 지지하지만 풍선에 전단
을 넣어 국경으로 날려보내는 걸 규제하는 법이 반드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건 아니다. 한국인들이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바이든 행정부의 ‘아시아 차르(최고 책임자)’인 커트 캠벨 인도
·태평양조정관이 최근 D10(민주주의 10개국 모임)과 쿼드(미국·
일본·호주·인도가 주축이 된 협의체)를 강조한 건 어떻게 봐야
하나.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보다 민주주의 규범을 더 강조할 것이다
. 우리는 홍콩에서 표현의 자유, 집회의 자유, 기본적인 민주주의 규범이 침해
되는 걸 봤다. 이는 국제사회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한국은 ‘반중(反中) 전선’ 성격 때문에 쿼드 가입을 꺼리는 것으
로 알려져 있다. 한국이 쿼드에 참여해야 할까.

“한국인들이 결정해야 할 일이다. 다만 내가 바이든 대통령과 캠벨 등에
게서 들은 중국 정책의 핵심은 ‘미국이 중국과 경쟁하는 분야와 협력을
추구하는 분야가 있지만 누구도 봉쇄 전략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

▷미국이 한국에 ‘쿼드 참여’를 요구하고 이 문제로 한·미
동맹의 틈이 벌어질 것이란 우려가 있다.

“쿼드 참여에 대한 한국의 답이 ‘예스’가 아니라면 미국이
공개적으로 쿼드 참여를 요청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동맹의 경계는 서
로 합의하는 것이다. 강조하고 싶은 건 한·미 동맹은 한반도를 넘어서는
중요성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 개발도상국을 돕는 주요 원조국이고 시
장과 경제적 기회를 전 세계로 확대하는 나라이자, 미국과 함께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싸우고 있다. 30년 전 한·미 동맹의 95%는 북한의 침략으로
부터 한국을 방어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한국은 모든 면에서 훨씬 강해졌
고 한·미 동맹도 변하고 있다. 한·미 동맹은 이제 북한 침략 억
제만큼이나 (아시아)지역과 국제 평화·안보 촉진에 중요한 틀이다.&rdq
uo;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 한국경제 & hankyung.
com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시각 주요뉴스
  • 한줄 의견이 없습니다.

한마디 쓰기현재 0 / 최대 1000byte (한글 500자, 영문 1000자)

등록

※ 광고, 음란성 게시물등 운영원칙에 위배되는 의견은 예고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