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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버스터 신약' 앞세워…유한양행, 글로벌 50대 제약사 도약
한국경제 | 2021-06-16 15:41:25
[ 오상헌 기자 ] 유한양행은 자타가 공인하는 ‘착한 기업’이다.
18년 전 한국능률협회가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을 뽑기 시
작한 이후 한 번도 제약부문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자신이 일군 회사를 사
회에 환원한 창업자 고(故) 유일한 박사의 뜻을 이어받아 ‘투명경영&rsq
uo;과 ‘나눔경영’에 힘써온 덕분이다.

하지만 유한양행이 ‘존경’받는 건 그저 착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실력을 겸비하고 있어서다. 국내 제약업계 순위만 봐도 알 수 있다. 유한양행은
2016년 매출 기준으로 국내 제약업계 1위 자리에 오른 이후 한 번도 왕좌에서
내려온 적이 없다. 좋은 의약품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데다 영업도 잘하니, 다
른 제약사들이 당해낼 재간이 없다. 신약 파이프라인도 30개나 들고 있다. 미래
먹거리를 넉넉하게 마련해뒀다는 얘기다.

‘한국 챔피언’ 벨트를 찬 지 5년이 넘은 유한양행은 더 이상 국내
에서 경쟁상대를 찾지 않는다. 창립 100주년을 맞는 2026년까지 매출을 두 배
이상(2020년 매출 1조6198억원→2026년 4조원)으로 끌어올려 ‘글로벌
50대 제약사’로 도약한다는 새로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열을 가다듬
고 있다. 현재 100위권인 세계 랭킹을 5년 동안 50계단이나 올라가야 하는 쉽지
않은 목표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5년 뒤 글로벌 50대 제약사로 도약

유한양행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 무기로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
’을 꼽았다. 하나만 제대로 개발해도 매년 수천억원의 이익을 10년 넘게
거둘 수 있다는 게 이유다.

유한양행에서 꼽는 최고 기대주는 자체 개발한 비소세포폐암 치료 신약 &lsquo
;렉라자’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3년 전 1조4000억원을 받고 미국 얀
센에 기술수출한 데다 올초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31번째 국산 신약 허가도
받았다. 치료 효과와 시장성을 한 차례 검증받았다는 의미다.

렉라자는 지금 시행하는 글로벌 임상이 순조롭게 마무리되면 머지않은 시기에
한국을 넘어 세계에서 처방된다. 현재 렉라자만 단독으로 쓸 때의 효과와 렉라
자와 얀센의 항암신약 ‘아미반타맙’을 함께 쓸 때의 약효를 각각
알아보는 추가 임상을 하고 있다.

렉라자는 3세대 돌연변이형 EGFR 억제 폐암 치료제로 분류된다. 대다수 폐암 환
자는 비소세포폐암을 앓고, 이 중 30~40%는 EGFR 변이 진단을 받는다. 이런 환
자에게 1, 2세대 표적치료제를 사용하면 절반 이상 약에 내성이 생겨 더 이상
반응하지 않는다. 렉라자는 이런 환자에게 쓸 수 있는 치료제다. 뇌혈관장벽(B
BB: blood-brain-barrier)을 통과할 수 있어 뇌전이가 발생한 폐암 환자에게도
우수한 효능을 보인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현재 3세대 돌연변이형 EGFR 억제 폐암 치료제 시장의 맹주는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다. 연매출이 5조원에 달한다. 지금까지 임상 결과, 렉
라자의 효능이 타그리소에 못지않은 것으로 확인되는 만큼 돌발변수만 없다면
렉라자가 연매출 1조원이 넘는 국내 첫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
이 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렉라자 매출이 타그리소의 절반만 돼도 유
한양행의 로열티 수입이 매년 2000억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
넥스트 렉라자’ 줄줄이 대기중
유한양행은 ‘신약 후보물질 부자’다. 보유한 혁신 신약 파이프라인
만 30개다. 이 가운데 △베링거인겔하임에 1조52억원을 받고 기술수출한 비알코
올성 지방간염(NASH) 치료제 △길리어드에 8800억원을 받고 기술수출한 또 다른
NASH 치료제 △GI이노베이션으로부터 도입한 알레르기 치료제 △자체 개발한
비만 치료제 △성균관대와 공동연구하고 있는 중추신경제(CNS) 치료제 등이 있
다. 이 중 비만 치료제 후보물질은 글로벌 제약사들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기술수출 대박 사례’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
온다.

이처럼 유한양행의 신약 창고가 풍성해진 배경에는 ‘오픈 이노베이션&rs
quo; 전략이 자리잡고 있다. 유망한 신약 후보물질을 보유한 바이오벤처의 지분
을 매입하고, 이들이 보유한 신약 후보물질을 도입한 게 주효했다는 얘기다. 3
0개 파이프라인의 절반가량을 이렇게 모았다. 렉라자도 오스코텍의 미국 자회사
인 제노스코가 발굴한 물질을 유한양행이 다듬은 것이다.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은 유한양행에 ‘목돈’도 안겨줬다. 지금까지
40개 바이오벤처에 4374억원을 투자했는데, 이들 기업의 현재 가치가 8000억~
9000억원으로 뛰었기 때문이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올해 연구개발(R&D)
투자금액은 역대 최대였던 작년(2225억원)보다 20%가량 늘어날 것”이라
며 “기술수출로 벌어들인 수입이 다시 R&D에 재투자되는 ‘R&D 선순
환 구조’가 구축된 덕분”이라고 말했다. 동물의약품·의료기
기 등 신사업 진출
새로운 먹거리도 준비하고 있다. 반려동물 시장이 커지는 점을 감안해 동물의약
품 사업을 본격적으로 키우기로 했다. 국내 유망 동물의약품 개발업체에 지분
투자를 하고, 이 회사 등에서 만든 제품을 유한양행이 판매하는 방식이다. 현재
6조원 수준인 국내 반려동물 시장(의약품·사료·용품 포함)은 5
년 내 10조원 규모가 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동물의약품은 건강보험
이 적용되지 않아 제값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제대로 키우면 사람용 의약품
을 능가하는 캐시카우가 될 수 있다는 게 제약업계의 설명이다.

프로바이오틱스도 신사업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유산균 전문업체 메디오젠과
손잡고 이르면 다음달 프로바이오틱스 브랜드 ‘와이즈바이옴’을
내놓기로 했다. 기존 제품보다 균주 수를 대폭 늘리는 등 차별화 전략을 통해
3년 내 1000억원 브랜드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또 마이크로바이옴 관련 전문의
약품을 개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의료기기 사업도 진출 대상이다. 유한양행은 환자가 당뇨 혈압 등 각종 수치를
집에서 측정할 수 있는 개인용 의료기기와 디지털 헬스케어를 중심으로 사업성
을 검토하고 있다.

오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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