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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기업을 정치로 끌어들이면 경제·정치 다 망가진다
한국경제 | 2021-12-06 08:06:0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삼성을 찾아가 기본소득에 대해 언급해달라고 주문
한 것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집권 여당의 대선후보가 제안 내지는 권유처럼
말했지만, 듣는 기업 처지에선 지지 요구 혹은 압박으로 들릴 수 있기 때문이
다. 더구나 기본소득은 지금껏 무수한 논란을 초래한 이 후보의 대표적 공약이
다. 앞으로도 자진 철회를 하지 않는 한, 후보 간 토론회 때마다 뜨거운 논쟁거
리가 될 수밖에 없는 선거이슈다.

이 후보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도 따로 제안했다는 기본소득은 그 자체
로 문제점이 다분하고 현실성도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임기 내 전 국민
에게 연 100만원(청년은 200만원)을 준다는 이 공약은 재원 문제 등으로 국민
3분의 2가 반대한다는 여론조사가 거듭 나왔다. 정치인도, 전문 학자도 아닌 기
업인 입을 빌려 ‘공약 세일즈’에 나서겠다는 발상부터가 매우 부적
절하다.

이참에 기업을 선거전에 동원하겠다는 어떤 시도도 근절돼야 마땅하다. 여든 야
든 조금도 다를 게 없다. 삼성의 이 부회장이 현 정부 내내 왜 수사와 재판에
시달렸으며, 2년6개월 실형은 왜 받았나. 일부 확정된 무죄 판결이 나왔지만,
돌아보건대 ‘정치와 기업의 잘못된 만남’이 근본 요인일 것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사활을 걸고 뛰어야 할 많은 기업인이 같은 배경에서 호된 특
검 수사를 받았고 수시로 재판정에 불려갔었다. 어렵사리 가석방돼 회사 정상화
에 매진하는 판에 여당 후보가 줄세우기를 하고 편가르기를 불사하면 다른 후보
는 또 어떻게 나오겠나.

오히려 정치권이 앞장서 ‘한국형 정경유착’의 어두운 과거를 적극
청산해야 할 때다. 과거 정경유착의 그릇된 관행은 딱히 어느 쪽의 잘못이라고
하기도 어려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근래 들어 국회·정부와 기업&midd
ot;산업계의 관계를 보면 정치권이 일방적 우위에 서 있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
못 할 엄연한 현실이다. 온갖 규제 입법부터 갑질 행정까지 정치가 사회적 먹
이사슬의 정점을 장악해 비롯된 정치·경제·사회 문제점들은 일일
이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다. 선거판에 기업을 끌어들이려는 시도도 그렇게 나온
것이기에 더욱 경계 대상이다.

위기 극복을 위해 분투하는 기업들까지 표 계산에 따른 정략적 방편으로 이용한
다면 대선후보들의 기업 방문을 금지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필요하면 선거법도
고쳐야 한다. 친(親)기업을 하겠다면 경제단체와 각종 산업협회, 업종조합에만
가도 얼마든지 현장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정부와 국회에는 이미 경영계가
제출한 정책건의서가 기업 크기별로, 산업별로 산처럼 쌓여 있다.

군부대를 찾아가 군의 지지발언을 요구하고, 검경을 방문해 지원을 압박한다면
결과는 어떻게 되겠나. 설익은 논리와 편집된 사실관계로 국가대표급 기업을
줄 세우면 어떤 후유증이 따르겠나. 기업을 뒤흔들어 경제를 망치고, 정치는 더
망가질 것이다. 기업은 선거판에 절대 휘둘려서는 안 된다. 선거관리위원회도
이런 분열적·퇴행적 선거전에 비상한 관심을 갖고 적극 대응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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