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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인터뷰] "지식 산맥 발굴, 인류학으로 쓴다" 원종훈 세계 헤어웨어 이야기 작가
프라임경제 | 2022-05-24 11:52:01
[프라임경제] "때로는 막막했고, 때로는 힘이 들어서, 할까 말까 포기하려고 했습니다. 고치고, 또 고치고, 홀로 지식의 산맥을 몇 개를 넘었는지 모릅니다. 다행히 조난을 당하거나 사망하지 않아서 완성을 보았습니다."

'아키비스트' 기록물의 보존을 담당하는 전문가를 말한다. 여기에서 보존의 범주안에는 유지·관리·분류 등의 개념이 포함된다. 도서관 사서나 복원전문가 등과는 다르다.

특정한 관리원칙인 원질서 존중의 원칙과 출처주의에 따라서 △평가 △수집 △정리 △분류 △기술해 해당기록을 보존·관리하고 나아가 이용자들이 자료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세계헤어웨어이야기'를 출간한 원종훈 작가 겸 아키비스트는 수많은 역사와 자료 가운데 평범한 사람들의 삶 속에서 건진 인생사를 다룬다.

머리카락과 아름다움의 관계에 대한 구체적이고 미시적인 자료들을 차곡차곡 수집 정리해 글로 형상화 했다. 다음은 원종훈 작가와의 일문일답.

- 작가가 되겠다는 결심을 한 배경은.

"어린 시절부터 책과 영화를 아주 좋아했습니다. 집에 부모님이 사주신 세계문학전집과 역사책이 가득했습니다. 고향 동네에 영화관이 있었는데 초등학교 시절 거기 가서 영화를 즐겨 봤습니다.

그런 환경들과 경험들이 자연스럽게 작가가 되겠다는 밑바탕이 되었겠죠. 차츰 영화에 매료되면서 막연하지만 영화감독이 되고 싶어졌습니다. 그때가 20살이었습니다. 영화감독이 되려면 시나리오를 잘 써야한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혼자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죠.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그때가 군인 일병이었고 22살이었습니다. 먼 하늘을 보며 고민하는데 머릿속에서 번쩍하더군요. 영화 시나리오 작가가 되어야겠다고 말이죠. 이 경험담을 말하면 다들 웃곤 합니다. 그 뒤부터 작가의 길로 뛰어 들었습니다.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된 행복한 경우죠."

- 아키비스트가 무엇인가.

"아키비스트(Archivist)는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한 분야의 직업입니다. 아키비스트는 역사적으로 보존 가치가 있는 국가와 민간기록물을 분류·정리·기술해서 보존 관리하는 전문직입니다.

예를 들어 △오래된 희귀 문서 △박물자료 △영상 등을 체계적으로 보존 관리합니다. 미국·캐나다·영국 같은 국가에서는 오래 전부터 숙련된 전문직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국가기록원과 대통령기록관에서 하는 업무가 이와 유사합니다."

- 저술 세계에 대해 설명한다면.

"저술 활동만 한 게 아니어서 구분해서 말씀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작가로서 글을 썼지만 두 가지 분야에서 활동했기 때문인데요.

먼저 영화 시나리오 작가, 드라마 작가로 작품을 쓸 때 입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삶 속에서 건진 인생사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한 단어로 말하면 휴머니티죠. 그리고 미스터리와 비밀로 둘러싸인 공포와 스릴러 작품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러니까, 잔잔한 서사의 작품과 어둡고 잔혹한 서사의 작품을 오가며 쓴 셈입니다. 작품들이 아주 상반된 분위기죠.

저술가로서 작품을 쓸 때는, 작은 것들의 역사를 다루는 미시사나 논픽션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출간된 세계 헤어웨어 이야기를 쓰게 된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아키비스트로 작업과 원고 집필을 할 때, 시나리오 작가처럼 평범함 사람들의 삶에 초점을 맞추고 있네요.

- 세계 헤어웨어 이야기에서 중점으로 다룬 내용.

"세계 헤어웨어 이야기의 핵심은 머리카락과 아름다움의 관계입니다. 다시 말하면, 인류가 머리카락을 어떻게 인식하고, 어떻게 이용했는지를 다종다양한 사례들을 찾아서 보여주는 것입니다.

결국 머리카락은 아름다움의 상징이라는 것, 머리카락은 다양한 형태로 표현되었고, 그만큼 다양한 의미를 부여했다는 것을 다뤘습니다.

사람들은 머리카락을 가지고 끊임없이 예술품으로 승화시키고 발명하고 실험을 했던 걸 알 수 있습니다. 흥미로운 대목이죠. 그래서 아주 구체적이고 미시적인 자료들을 차곡차곡 수집 정리해서 글로 형상화 했습니다."

- 헤어웨어라는 장르 분야를 따로 다룬 이유.

"제 나름대로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하나는 복식사에서 △의복 △신발 △가발은 물론 각종 장신구를 중요하게 다루기 때문입니다.

머리를 장식하는 가발을 단순한 도구가 아닌 옷으로 다시 정의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기존에 사용하던 헤어웨어라는 용어를 복식사에서 의복 개념으로 포함시켜도 되지 않을까. 이런 주장인 셈이죠.

또 하나는, 속옷을 뜻하는 △언더웨어 △이너웨어 △운동복을 뜻하는 스포츠웨어라는 용어 때문입니다. 이런 말들이 처음에는 다 어색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일상적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헤어웨어라는 용어도 어색하고 어법에 맞지 않는 말 같지만 충분히 일반화 될 수 있을 거다. 언어의 사회성에 도전을 한 셈이죠."

- 책 저술 과정에서 나누고푼 에피소드.

"세계 헤어웨어 이야기는 처음 초고를 쓴 뒤에 출판이 돼서 독자들을 만나기까지 5년 걸렸습니다. 때로는 막막했고, 때로는 힘이 들어서, 할까 말까 포기하려고 했습니다.

고치고, 또 고치고, 그러기를 몇 번이나 했는지 모릅니다. 제 아내가 그러더군요. "당신은 지식의 산맥을 넘어 다니며 책을 썼다"고 칭찬을 해주더군요. 맞습니다. 홀로 지식의 산맥을 몇 개를 넘었는지 모릅니다. 다행히 조난을 당하거나 사망하지 않아서 완성을 보았습니다."

- 앞으로의 관심분야와 준비하고 있는 책은.

"현재 저술가로서 몇 개의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그중에서 두 개만 말씀드리면, 하나는 도시의 문화와 역사에 관한 책을 집필하고 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대전이라는 도시에 관해 썼습니다. 이 책도 한 5년 정도 걸렸는데요. 또 하나는 문화사 책입니다. 소리와 냄새와 연기를 주제 삼아 인류의 문화사를 쓰기 위해 자료 수집 중에 있습니다.

전작을 넘어서려면, 또 다시 수년의 시간 동안 지식의 산맥을 찾아다녀야 겠죠. 그때 완성해서 다시 이 지면을 통해서 인사드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어디까지나 희망입니다. 감사합니다."

김수현 기자 may@newsprime.co.kr <저작권자(c)프라임경제(www.newsprime.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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