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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춘욱의 머니무브] 유럽 부동산시장의 붐은 어디에서 기인했을까?
이투데이 | 2022-08-04 08:03:19
홍춘욱 EAR리서치 대표(opinion@etoday.co.kr)


지난 기고에서 유럽 주식시장이 2008년 이후 장기 침체에 빠져든 원인을 살펴보았다.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유로화 출범 이후 시작된 각국의 경제력 격차 확대 때문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독일이나 네덜란드 등 일부 예외적인 국가를 제외한 대부분 나라의 생산성 향상이 제로 수준에 머물러 있었던 것도 큰 영향을 미쳤다.

예를 들어 A국의 근로자들이 평균적으로 한 시간에 100만 유로의 제품을 만들어내지만 B국 근로자들의 평균 생산량이 200만 유로라면, B국의 경쟁력은 A국을 압도할 것이다. 그리고 B국이 지속적으로 시간당 생산량을 늘리는 데 성공한다면, A국 사람조차 B국의 물건만 구입하려 들 것이다. B국이 동일한 물건을 훨씬 더 저렴한 비용을 생산하는데, 애국심만으로 A국의 물건을 사기는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A국의 생산성이 B국보다 더 빠르게 향상되거나 A국이 유로존을 이탈해야 하나, 둘 다 대단히 어려운 문제다. 유로존은 유로화를 사용하는 19개 국가의 모임이다. 유로존에 가입할 때 각국은 재정건전성 의무를 준수하고 자국의 화폐를 폐기하는 것은 물론, 유럽중앙은행의 역할을 받아들여야 한다. 즉 유로화를 사용하는 순간 경제 내에 무슨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마음대로 금리를 인하하지 못하며, 또 유로화를 포기하고 예전에 사용하던 통화로 돌아가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유로존 이탈? 뱅크런 유발!

유로존 이탈의 어려움은 2015년 그리스 사태가 잘 보여준다. 그리스는 유로화를 사용하는 19개국 중 가장 경제력이 약한 편에 속하는 데다, 생산성의 향상을 주도할 주력 산업이 없다 보니 만성적인 물가 불안을 겪고 있었다. 특히 유로존에 가입하기 위해 국가부채를 인위적으로 축소한 것이 밝혀지고,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으로 관광산업이 얼어붙자 결국 2010년과 2012년 두 차례에 걸쳐 구제금융을 지원받게 되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등이 제공해준 구제금융 2400억 유로는 공짜가 아니었다. 돈을 빌려주는 채권자 입장에서 하루라도 빨리 돈을 상환받고 싶을 것이기에, 그리스에 강력한 재정긴축을 요구했다.

그러나 그리스 사람들의 입장에서 이는 마른하늘의 날벼락이었다. “유로화를 사용하게 되면 더 잘살게 된다”는 정치가들의 사탕발림에 넘어간 대가가 장기간에 걸친 재정긴축, 특히 연금의 삭감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유로화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가지는 것이 당연했다. 이 결과 2015년 1월 25일 치러진 총선에서 알렉스 치프라스가 이끄는 ‘시리자’라는 신생 정당이 집권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7월 5일 국민투표에서 그리스 국민의 61%가 유럽연합 등이 요구한 구제금융안에 반대를 표명함으로써 이제는 유로화를 버리고 그리스의 고유 화폐인 드라크마화를 사용할 것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사태가 뱅크런으로 번지면서 그리스 정부는 결국 채권단의 구제금융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었다.

그리스, 결국 더 가혹한 구제금융 수용

그리스의 유로화 사용 중지가 왜 뱅크런으로 이어졌을까? 이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 그리스에 사는 시민 C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C는 상류층의 끝자락 정도의 소득과 자산을 가지고 있으며, 그리스 은행에 유로화 예금의 대부분을 넣어두고 있다. 그런데 시리자의 집권 이후 유로화를 버리고 이전에 사용하던 드라크마로 돌아간다고 한다. 이 소식을 들은 C는 당장 그리스 은행에서 돈을 인출해 독일이나 프랑스의 은행 지점으로 옮길 것이다. 왜냐하면, 유로화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다고 선언하는 순간 새로운 화폐의 가치는 수직 하락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스 경제의 기초체력은 이미 무너진 상태인데, 이제 독자적인 화폐를 사용한다고 하면 유럽연합 집행국의 추가적인 구제금융도 기대할 수 없으니 모든 돈을 다른 나라 금융기관으로 옮기는 게 최선이다. 이 과정에서 그리스 은행들은 지급 불능 상태에 빠지고, 서둘러 대출을 회수하려 들었기에 연쇄적인 기업 파산 위험이 높아졌다.

은행들은 고객들이 일거에 예금을 인출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않기에 일부 자금만 중앙은행에 맡겨 두고 대부분의 예금을 대출하거나 유가증권에 투자하는 게 일반적이다. 따라서 뱅크런이 발생하면 은행의 연쇄적인 파산은 물론 경제 전체의 기능이 일거에 마비된다. 2008년 미국 금융기관들이 연쇄 파산했던 것도 뱅크런 때문이었는데, 7년 만에 다시 그리스에서 재현되었던 것이다. 그리스 정부는 뱅크런 초기에 예금 이체 및 출금 한도를 줄이는 등의 조치를 취하며 저항했지만 채 일주일도 버티지 못하고 이전보다 더욱 가혹한 조건의 구제금융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강력한 긴축에도 부동산 시장 회복

결국 그리스와 스페인 그리고 이탈리아를 비롯한 남유럽 국가들은 강력한 재정긴축을 수용하는 한편, 자국의 물가 수준을 떨어뜨리는 것 이외에 다른 대안이 없었다. 그런데 2015년 그리스 사태 이후 남유럽 부동산 시장은 오히려 뚜렷한 회복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스페인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부동산 시장은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는 중이다. 특히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 남유럽 국가의 출산율이 매우 낮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인구의 증가로 남유럽 국가 부동산 가격의 상승을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인구 外 금리·공급, 시장 변수 읽어야

그렇다면 어떤 요인이 남유럽 부동산 시장의 강세를 이끌었을까? 그 답은 주택공급 감소와 저금리 현상 때문이었다. 2008년 주택시장이 붕괴된 이후 스페인의 주거용 주택 착공은 5분의 1 수준으로 위축된 데다, 사상 초유의 저금리가 장기화하면서 주택가격의 상승을 이끌었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주택가격이 싼 남유럽 부동산을 매입하려는 글로벌 투자자들의 가세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물론 필자가 지금 당장 남유럽의 부동산 시장을 매입하라고 추천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이탈리아 시장금리의 급등에서 확인된 것처럼, 언제 재정위기가 재발할지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인구감소 같은 하나의 요인만으로 시장의 미래를 전망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남유럽의 사례에서 보듯 인구가 감소하더라도 시장금리가 내려가고 주택착공이 줄어들 때에는 주택가격이 상승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특히 세계화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주택시장이 점점 더 외국인에게 개방되며 혁신을 주도하는 대도시로 인구가 집중되는 시기에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다음 시간에는 한국의 인구감소 흐름과 자산시장의 연관을 살펴볼 것을 약속하며,이만 글을 마칠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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