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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인을 위한 101] 소음이 적은 도시가 좋더라
이투데이 | 2022-08-08 08:03:19
이제선 연세대 도시공학과 교수(opinion@etoday.co.kr)


최근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때문에 많은 국민이 ‘우영우앓이’를 겪는 중이라고 하는데, 극 중에서 주인공은 매우 시끄러운 환경에 놓일 경우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며 매우 고통스러워합니다. 일반인들에게는 문제없는 그 소리가 극 중 캐릭터에게는 매우 큰 스트레스가 되는가 봅니다. 또한 일전엔 천재적 청음 능력을 갖춘 어린 음악가를 다룬 다큐멘터리에서 강아지 짖는 소리에 너무 민감하여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데, 일반인들에게는 잘 들리지 않는 특정 음역이 그 친구에겐 엄청난 소음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도시민들은 자연환경과 인공환경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소리가 가득 찬 도시공간에 노출된 채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원치 않아도 하루 24시간 수많은 소리가 우리의 청각을 두드리지만, 원하는 소리보다는 원치 않는 소리가 더 많은 듯 보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대중교통을 이용하다 보면 이용자들이 출퇴근 시간만이라도 그들이 듣고 싶은 좋은 소리를 듣고 싶어서 그런지 대부분 이어폰을 귀에 꽂고 있습니다. 도시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저감하려는 노력은 매번 선거철이 되면 나타나는데, 지하철이 지상으로 있는 곳에서는 지하화, 그리고 고속화 도로가 있는 곳엔 덮개 설치가 후보자들의 단골 공약이 되고 있습니다. 사실 고속화 도로에 면한 주거단지로 유입되는 고속 주행의 자동차 소리 또는 지상에 있는 지하철과 면한 지역으로 들어오는 엄청난 지하철 소음은 거주자들에게는 엄청난 스트레스가 됩니다. 하지만 도시의 모든 곳이 부정적인 감정만 일으키는 소리로 가득 차 있지는 않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수변공간에서 나오는 물 흐르는 소리, 도시 숲에서 나오는 다양한 동물들의 소리, 나무로 밀식된 아파트 단지 내 조경 공간에서 나오는 새소리와 벽천의 물소리 등은 도시민들에게 긍정적이면서도 심리적으로 편안함을 주는 효과를 일으킵니다. 그렇다면 도시에서 쏟아지는 수많은 소리를 소음이 아닌 긍정적인 효과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변화시키면 좋을 것 같습니다.

도시에서 나는 소리가 소음이 되면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 것일까요? 소음은 ‘원치 않는 소리(unwanted sound)’로 우리 마음을 어지럽히게 되고, 이로 인해 짜증(annoyance)이 발생하여 사람들을 산만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정신건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환경심리학(Bell 외, 2005)’에서는 같은 소리라도 원치 않는 누군가에게는 그것은 소음이 되는데, 소음은 대뇌를 통해 지각되어야 하는 신체적 특성 및 그 소리를 원치 않는다는 심리적 특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어야 소음이 된다고 합니다. 이 원치 않는 소리인 소음은 음량(volume), 예측 가능성(predictability)과 통제력 지각(perceived control)에 의해 소음이 되기도 하고 그렇지 않게 되기도 합니다. 누군가에겐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클래식 음악이 재능 많은 연주자의 감동적인 소리로 들리는 반면, 다른 이에게는 공부나 수면을 방해하는 원치 않는 소리이기 때문에 소음으로 들린다는 것입니다. 즉, 어떤 소리는 사람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긍정적인 효과를 주는 반면, 누군가에게는 소음으로 들려 스트레스가 되는 것입니다.

그동안 현대도시는 시각적 측면을 너무나 강조한 나머지 도시에서 나는 소리에 대한 고려가 매우 부족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차량 소음을 감소시키기 위해 주거지역 근처에 방음벽과 방음터널을 설치하기도 하지만, 도시 경관적 측면에서는 매우 볼썽사나운 도시구조물이 됩니다. 미래도시는 전기차 위주의 저소음 차량이 대세가 될 것이라 차량 소음은 많이 줄어들 것이라 보지만 고속 주행으로 인한 타이어와 노면 마찰로 인한 소음은 그리 크게 줄어들 것 같지 않습니다.

최근 도시의 물리적 환경과 소음 간의 관계를 연구하는 분야가 도시설계에서 주목받고 있는데, 그것이 바로 음향 경관(Soundscape)입니다. 들어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음향 경관이란 소리를 뜻하는 sound와 경관을 뜻하는 scape의 합성어로, 1970년대에 머레이 쉐퍼(Murray Shafer)가 처음 사용하였고, 그는 시각이 장소를 보여줄 수 있다면 청각 역시 장소를 경관화(landscaped)된 단위로 인지하게 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음향 경관의 기본 아이디어는 원치 않는 소리를 피하거나 제거하며 설계를 통해서 원하는 소리로 강화시켜 주는 것입니다. 즉, 음향 경관은 소음을 완전히 없애는 대신 소음의 영향을 줄 일 수 있는 긍정적인 음향 환경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백색 소음, 자연의 소리, 혹은 듣기에 좋다고 여겨지는 인공적인 소리 등을 활용하여 소음을 좋은 소리로 바꾸는 것입니다. 적용되는 기법도 다양하여 분수나 바람 소리와 같이 자연 소리를 의도적으로 입혀 원하지 않는 소리, 즉 소음을 마스킹(Masking)하는 방법부터 소음을 통과시켜 완전히 다른 소리로 바꾸는 방법까지, 그 기법은 북유럽을 중심으로 무궁무진하게 발전하고 있답니다. 스피커 음향을 활용한 음향 조형물, 음향 마운드, 음향 쌍안경, 피아노 소리 계단 등이 그러한 사례입니다. 이러한 음향 경관은 우리가 음향 환경과 맺는 상호작용의 경험을 더욱 긍정적으로 바꾸며, 우리가 부여하는 장소 정체성에도 좋은 영향을 주게 됩니다. 그런 이유로 원치 않는 소리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장치를 사용하는 음향 개선 방법은 소음 감소를 넘어 적극적으로 도시에 적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소리는 우리의 정신적 심리적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사실이기에 지속 가능하고 건강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 소리와 공간 간의 관계에 대한 높은 이해를 바탕으로 소음이 적은 도시로 만들어간다면 도시민의 삶의 질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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