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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경의 문해력 칼럼] 말과 글의 왓칭
프라임경제 | 2023-03-03 16:21:59
[프라임경제] 어떤 말이나 글에는 그 주체의 시선이 포함돼 있다. 나의 말과 글에도 나만의 생각과 의견 즉 개인적인 시선이 전적으로 반영돼 있으며, 어떤 프레임에 맞춰 있느냐에 따라서 말과 글은 달리 표현되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는 상대방과 대화를 나누면서 다른 이의 생각과 의견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가 있다. 나아가 상대방의 신념과 가치관까지 가늠할 수도 있다.

따라서 말과 글에는 주체의 시선이 잘 묻어나 있는 소통의 도구가 아닐 수 없다. 특히 글에는 작가의 의도가 단어와 단어 사이의 밀도와 섬세함으로 얽힌 문장으로 곧잘 나타난다. 우리는 책을 읽으면서 작가의 내적이고도 지적인 깊이와 넓이를 대개 짐작할 수 있고, 글 속에 숨겨놓은 작가의 시선 또한 발견할 수도 있다.

글과 마찬가지로 말 속에도 화자의 생각이나 프레임이 담겨 있어 어떤 말은 공감이 돼 직접 눈을 맞추고 싶지만, 어떤 말은 반감부터 들어 화자의 눈을 회피하고 싶어진다.

말과 글이 눈에 보이는 것과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아우르는 언어의 기호이다 보니, 보이는 것을 잘 보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보이지 않는 것을 제대로 보는 것 또한 긴요하다는 게 나의 지론이다. 대체적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터부시 여기거나 가볍게 넘기는 바람에 우리는 어느 한 부분의 단면만 보고 판단하여 계속적인 오류를 범한다.

말과 글을 잘 다룰 수 있는 방법은 보이는 것을 잘 보고, 보이지 않는 것을 제대로 보면 된다. 그것을 한마디로 통찰력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통찰력은 깊이 생각하고 넓게 아우르는 시선의 힘이고, 예리한 관찰력으로 사물을 꿰뚫어 보는 것이다. 통찰력은 결국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줄 아는 힘을 말한다.

나의 경우에도 일상에서 통찰력을 기르는 훈련을 날마다 하곤 한다. 예를 들어, 눈에 스치는 풍경 속에서 한 군데 시선을 고정시키고, 그 다음 고정된 시야에서 유독 눈에 띄는 것을 관찰하고 사유하는 식이다.

오늘은 길을 따라 걷다가 보도블록 옆길의 자투리 공간에 짚으로 짜인 덮개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서 짚과 짚 사이를 비집고 솟아있는 작은 새싹 하나를 보았다. 새끼손가락 마디만큼이나 작은 싹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온 줄기에는 솜털이 뭉게뭉게 피어나 있었고, 청초한 색깔로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벌리고 있는 모양새였다.

그 형상이 꼭 세상에 나와 기지개를 켜는 모습과 흡사했다. 막 깨어난 새싹은 봄을 알리는 계절의 신호임을 짐작할 수 있었고, 나아가 대지가 꿈틀거리는 태동의 현장에 두발로 서있는 나를 감지했다. 나는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그렇지만 살아있는 한 눈부신 시작과 통렬한 끝은 끝임 없이 반복된다는 것을 상기했다.

그때의 시선이 이렇게 글이 됐고, 이 글은 다시 어느 독자의 눈으로 옮겨질 것이다. 그처럼 시선은 곧장 글이 되고 말이 된다.

무엇이든 예리하게 관찰하면 아주 작은 것들이 보이기 마련이다. 모든 것은 그 작은 부분의 합으로 이뤄져 있으니, 전체를 알려면 반드시 부분을 보아야만 할 것이다. 그렇게 끝까지 꿰뚫어 보면 거대해 보이는 것도 결국 하나의 부분인 것을, 대와 소가 이것과 저것과 너와 내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된다.

그렇게 우리는 아주 작은 것을 통해서 세상의 의미를 알아가게 된다. 나 역시 세상의 가장 작은 부분이기에 작디작은 눈으로 나보다 더 작은 것에게 시선을 들여야지만 결국 나 자신을 제대로 볼 수 있게 된다. 그때 비로소 말과 글을 제대로 진정성 있게 다룰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가경 융고 스피치커뮤니케이션 대표
<내 나이는 39도> <기울어진 의자> <마흔의 온도> 저자, 필명 이다루 작가
이가경 융고 스피치커뮤니케이션 대표 bonicastle@naver.com <저작권자(c)프라임경제(www.newsprime.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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