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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과 옛 신문광고] 삼성 최초의 신문광고
파이낸셜뉴스 | 2023-03-19 18:53:04
삼성그룹 창업자인 이병철 선대 회장이 청년기에 여러 사업을 벌이다 실패를 맛본 후 대구에서 삼성상회를 세운 것은 1938년 3월이었다. 글로벌 그룹 삼성의 출발점이다. 삼성상회는 청과류와 어물 유통업을 하면서 '별표 국수'라는 상표로 국수도 제조해 판매했다. 별표 국수는 맛이 좋다고 소문이 나 가게 앞이 소달구지를 끌고 사러 온 사람들로 붐빌 정도였다고 한다. 이 회장은 사업영역을 넓혀 1942년 일본인이 내놓은 조선양조를 인수하고 광복 후인 1947년 서울로 진출해 무역업체 삼성물산공사를 창립했다. 조선양조의 청주 '월계관'도 전국에서 불티나게 팔렸다.

삼성상회 광고는 영남일보 1945년 11월 6일자 1면에 나온 창간 축하광고 딱 한 건이 확인된다. '주식회사 삼성상회 취체역 사장 이병철'이라고 적혀 있는 명함 크기의 작은 광고다(사진). 삼성 최초의 신문 광고로 봐도 좋을 것이다. 조선양조는 1947년부터 1955년 무렵까지 꾸준히 제품 광고를 했다. 광고를 보면 조선양조는 청주와 함께 위스키, 와인 등 8종의 술을 생산했는데 '삼성(三星)'이라는 이름의 소주가 있어 흥미롭다. 전쟁으로 모든 것을 잃어버린 이 회장에게 조선양조가 벌어 숨겨둔 3억원은 전후에 재기를 위한 종잣돈이 됐다.

이 회장은 1953년 부산 전포동에 삼성그룹의 모태 기업인 제일제당을 설립했다. 삼성 최초의 제조업체다. 당시 이 회장은 설탕을 수입해 팔고 있던 터였다. 수입 설탕은 비싸기도 하고 매우 귀해서 서민들은 먹기 어려웠다. 그해 11월 5일 제일제당의 첫 설탕이 선보였지만 국산 설탕의 품질을 믿지 못한 사람들이 거들떠보지도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수입품의 3분의 1밖에 안 되는 가격에 단맛도 비슷한 제일제당 설탕은 곧 인기가 치솟았다. 설탕으로 큰돈을 번 삼성은 섬유사업 등 다른 사업을 위한 자금을 비축할 수 있었다. 나중에 '백설표'라는 상표를 단 제일제당은 삼성그룹의 핵심 기업이 됐고 1993년 CJ그룹으로 분리됐다. 전포동의 옛 공장은 경남 양산으로 옮겨가 그 자리에 아파트가 들어서 있다. 제일제당의 설탕 광고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53년 12월 22일자 신문 지면이었다. 광고를 보면 백설탕 특품 100문(=돈=3.75g), 즉 375g에 40환이라고 돼 있다. 당시 물가로 보면 대략 쌀 한 되 값에 가깝다.

tonio66@fnnews.com 손성진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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