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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세대 '영끌'로 내 집 마련한줄 알았더니 [심형석의 부동산정석]
한국경제 | 2024-05-09 12:00:12
집을 사기 위해 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했다는 '영끌족'이 2030세대에
얼마나 될까요. 집값 상승기에 대출했던 그들은 금리상승기를 무사히 넘겼을까
요.


한국부동산원에서 발간하는 학술지 ‘부동산분석’ 최신호(4월)에 &
lsquo;2030세대 영끌에 대한 실증분석’이라는 논문이 발간됐습니다. 집값
이 상승했던 시기인 2020~2022년 서울에서 3억원이 넘는 집을 구매한 2030세대
중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매년 갚아야 할 원리금 상환액이 소득의
40%) 이상을 조달한 영끌 사례는 3.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 결과에서 영끌 기준의 대상 범위를 다소 넓혀 DSR 30% 이상으로 확대하면
2030세대 영끌 매수자는 14.7%로 늘어납니다. 반대로 더 줄여 DSR 50% 이상으
로 축소하면 1.3%로 급격히 감소한다는 것입니다. 청년층에서 무리하게 영끌을
통해 집을 산 사례는 극히 드물다는 겁니다.


홍정훈 한국도시연구소 연구원과 임재만 세종대 교수는 함께 연구한 논문에서
당시 널리 퍼져 있던 청년 세대의 ‘영끌 담론’이 과장됐다고 주장
합니다. 청년 세대 내 자산격차와 부모 찬스와 같은 세대간 부의 이전이라는 현
실이 '영끌'에 가려졌다는 겁니다.


실제 같은 기간 2030세대 주택 구입자 중에 빚이 전혀 없거나 가족의 도움을 1
억5000만원 이상 받은 경우는 영끌 족과 비교해 각각 2.8배, 5.1배나 많았습니
다. 즉 영끌 족(DSR 40% 이상)이 전체의 3.8%에 그친데 반해, 가족으로부터 1억
5000만원 이상 지원받은 매수자는 19.7%에 달했습니다. 심지어 차입금이 없는
비중도 무려 10.9%로 나타났습니다.


당시에는 청년층이 과도한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을 조달해 주택을 구입했다
는 보도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영끌의 정의와 조건을 면밀히 고려하지 않은 채
2030세대의 주택구입 행위 자체를 영끌로 정의하는 경향까지 있었습니다. 심지
어 소득과 자산이 충분히 뒷받침되는 계층까지 포함되기도 했습니다. 이는 청년
층의 주거정책에 대한 인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모든 시기의 주택가격은 높습니다. 왜냐하면 가격은 상대적이기 때문입니다. 베
이비부머가 주택을 매입할 당시에도 주택가격은 높았고 주택 매수자들은 당연히
영끌을 했습니다. 영끌이 특정 세대나 시기에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닙니다. 지
금은 영끌을 걱정할 때 보다는 부모찬스로 인해 발생할 자산이전과 이것이 주택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더 필요합니다.


대표적인 부동산 자산이전인 증여거래는 어떨까요. 한국부동산원에 의하면 증여
거래가 아파트 전체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확연히 늘고 있습니다. 최근 증
여거래 건수가 과거에 비해 다소 줄어들었지만 전체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더 늘고 있습니다.


2011년 전체 거래에서 증여거래 비율은 2.94%였습니다. 그러나 2017년 3.68%를
거쳐 2023년 5.37%로 늘었습니다. 2024년 들어서도 이런 추세는 계속되는 중입
니다. 1~3월간 아파트 전체 거래는 18만8000건인데 이중 증여거래는 1만1000건
으로 증여거래는 5.8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증여 신고를 하지 않고 저가거래
나 부담부증여 등과 같이 깜깜이 증여를 하는 경우까지 합한다면 이 비율은 더
늘어날 수 있습니다.


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올해 3월에 레드핀(Redfin)의 조사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 중 3분의 1 이상이 '부모나 가족이 증여의 형태로 계약금을
도와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이 수치는 5년 전보다 두 배나 증가했습니
다. 2019년 계약금(downpayment) 조달을 위해 가족으로부터 증여를 받은 비율이
18%였습니다만, 2023년 조사에서는 23%로 늘었고 2024년에는 30%를 넘었습니다
. 펜데믹 이후 집값은 거의 40%나 상승했으며 작년에만 7% 상승했습니다. 모기
지 금리 또한 급등해서 높은 소득을 올리는 청년들마저 부모의 도움을 받고 있
다고 합니다.


전세계적으로 부모의 재산이 중요한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부모의 경제력에 따
라 계급을 나누는 '수저계급론'에서 '론'이 대출을 뜻하는 발
음의 '론(loan)'이 돼버린 셈입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이를 활용
할 수는 없습니다. 가족의 도움이 없어 집을 구입하지 못하는 젊은 층이 훨씬
더 많습니다. 이제라도 영끌이라는 과장된 담론에서 벗어나 세대간 부의 이전에
대해 더 많은 고민을 했으면 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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