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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ONG KOREA] 겉도는 과학비즈니스벨트…창업 인재·돈 서울에만 몰린다
한국경제 | 2013-05-02 17:25:55
대전광역시 유성구 전민동 대덕특구 내 KT연구소. 2일 찾아간 이곳 3~4층에는
‘기초과학연구원(IBS)’이 입주해 있다. IBS는 정부가 추진 중인 과학비즈니스
벨트의 핵심 컨트롤센터지만 이곳에 세 들어 사는 신세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올해부터 IBS 본원이 들어설 과학비즈니스벨트의 부지 매입과 터파기 공사가 진
행돼야 한다. 하지만 부지 매입비 부담을 두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줄다리기
를 벌이면서 사업이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기획단 출범 후 2년째 표류하고 있다
. 구성모 IBS 대외협력팀장은 “당초 계획대로라면 올해부터 공사에 들어가 20
16년에는 입주를 해야 하지만 올해 부지 매입비용이 정부 예산에 반영되지 않아
예정대로 입주하기 어려울 것 같다”며 “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이 지연되면
이와 연계된 기능지구 사업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해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창조경제의 전진기지’ ‘창업 인큐베이터’. 과학비즈니스벨트에 붙는 수식
어다. 대학이나 정부 출연연구소들이 담당하지 못했던 대규모 기초과학 연구업
무를 수행해 이를 사업화하는 것이 과학비즈니스벨트의 목적이다. ‘기술개발→
사업화→재투자’로 이어지는 창조적 생태계를 구성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사
업이 표류하면서 정부가 강조하는 ‘창조경제’의 신성장동력이 좀처럼 시동을
걸지 못하고 있다. 지방 창업의 요람이 될 과학비즈니스벨트가 겉돌자 벤처창
업을 위한 투자나 교육도 수도권에 집중되고 있다. 지방 창업의 자양분 부족으
로 지방 벤처기업이 ‘사각지대’에 놓인 것이다.

○지방 창업 요람 ‘안갯속’

과학비즈니스벨트는 크게 거점지구와 연계 응용연구 및 개발연구, 사업화 등
비즈니스 중심기능을 수행할 기능지구로 구성된다. 거점지구에서 개발한 기초연
구성과의 기술을 응용해 창업할 인재인 과학-비즈니스융합전문가(PSM)를 양성하
는 게 기능지구의 주요 업무다. 기능지구는 세종시와 충남 천안, 충북 청원 등
세 곳에 조성될 계획이다.

IBS 건립을 위한 부지 매입엔 70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정
부는 올해 이 예산을 한 푼도 반영하지 않았다. 설계 감리비 예산 248억원만 편
성했을 뿐이다. 정부는 IBS가 들어설 대전시가 혜택을 보는 만큼 일부 예산을
부담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대전시는 재정난을 이유로 난색이다.

기능지구 지원을 위해 올해 배정된 예산도 63억원에 불과했다. 당초 계획된 4
00억원의 16% 수준이다. 김성수 미래창조과학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과장은 “
거점지구 부지 매입비가 확보되지 않아 기초과학연구원과 중이온가속기의 정상
운영이 늦어지고 있다”며 “기능지구 핵심사업인 PSM 양성과 기초연구성과 후
속 연구·개발(R&D)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중이온가속기도 내년 착공이 어려운 상황이다. 총 사업예산 6404억원 중 18.5
%인 854억원만 올해 배정됐기 때문이다. 김정홍 산업연구원 지역발전연구팀장은
“독일 드레스덴 혁신클러스터와 같이 기술개발이 창업으로 이어지고, 선배 기
업이 창업기업의 멘토링을 해주는 선순환 인프라가 필요하다”며 “과학비즈니
스벨트가 지방의 혁신클러스터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사업 진행이 지지부진해 안
타깝다”고 말했다.

○투자도 교육도 ‘수도권 집중’

과학비즈니스벨트 외에도 지방엔 벤처창업의 밑거름이 태부족이다. 엔젤투자자
가 투자한 만큼 창업기업에 투자금을 추가 지원해주는 정부의 엔젤투자매칭펀드
(이하 엔젤펀드)가 대표적이다. 엔젤펀드는 2011년 말 설립 후 현재까지 879억
원의 기금이 조성돼 있다. 올해 500억원이 추가 조성될 예정이다. 하지만 이 중
투자가 집행된 금액은 98건, 130억원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2011년 말 기준으로 엔젤펀드가 투자 대상으로 선정
한 76개사 중 수도권 업체가 57곳에 달한다. 85% 비중이다. 투자자인 엔젤투자
자 2390명 중 82%, 엔젤클럽 75개 중 53개사가 서울과 수도권에 몰려 있다.

창업 교육을 시키는 프로그램도 수도권 집중 현상을 보이고 있다. 중소기업진
흥공단이 2011년부터 운영 중인 청년창업사관학교는 올해 경쟁률이 6.2 대 1에
달할 정도로 인기다. 6개월 동안 교육 후 창업에 필요한 자본금의 70%를 1억원
한도 안에서 지원해주기 때문이다. 올해 입학생은 301명으로 지난해 229명보다
31% 늘어났다. 이 중 안산연수원 신입생이 232명, 광주연수원 30명, 창원연수
원은 39명이다. 수도권에 전체 인원의 77.1%가 몰려 있는 셈이다.

기존 지방 창업지원 기관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현재 정부나
자자체에서 운영하는 관련 프로그램은 다양하다. 대전 대구 광주 부산의 4개
연구개발특구와 경기 대구 등 18개 테크노파크, 120개의 지역혁신센터(RIC), 2
80여개의 창업보육센터 등에서 창업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
런 프로그램들이 실제 벤처창업엔 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서로 다른 주체들이 얽히고설켜 운영하다보니 ‘배가 산으로
간다’는 것이다.

김정홍 팀장은 “제대로 된 산·학·연 협력을 위해선 현재 운영되는 프로그램
현황과 문제점을 점검하고 기술이전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
이것만 원활하게 운영돼도 지방 벤처창업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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