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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잠 깨려다 죽어? 고카페인 음료에 노출된 아이들
프라임경제 | 2017-01-04 17:26:20

[프라임경제] 며칠 전 퇴근길 잠시 들른 편의점. 열댓 살 정도 먹었을까 앳돼 보이는 한 아이가 오랜 고민 없이 자연스레 고카페인 에너지음료를 몇 개 집더니 계산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늘 다 마시려는 건 아니겠지? 시험기간도 아닌데… 맛으로 먹나? 심부름인가? 적당히 마셔야 할 텐데.'

그 아이를 불러 세워 '고카페인' 위험성에 대해 일장연설을 늘어놓을 것도 아니면서, 속으로 오지랖 한 번 부려봤다.

고카페인은 연관검색어로 '부작용'이 딸려올 만큼 당연히 과할수록 해롭고 득보다는 실이 크다. 2010년경부터 고카페인 에너지음료의 인기가 치솟자 해로움에 대한 지적이 뒤따랐고 지난달만 해도 정부는 에너지음료들을 비교 분석하는 등 주의할 것을 바랐다.

카페인은 부작용으로 불면증부터 △심장 두근거림 △심부전 △정서장애 △소화불량 △위염 △저칼륨혈증 등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나 성장기의 청소년들에게는 성인보다 엄격한 잣대가 세워진다. 아동과 청소년은 카페인에 더욱 민감하다. 미국에서는 14세 소녀가 같은 음료를 연이어 마신 후 카페인 중독에 의한 부정맥으로 사망한 사례가 보고되기도 했다.

또 이 음료를 많이 마시면 마실수록 '자살' 생각이 늘었다는 내용도 있다. 카페인은 뇌에 있는 신경세포를 억제, 비관적으로 생각하게끔 만들기 때문이다. 고카페인 에너지음료를 매일 마신 고등학생은 자살 생각이 4배가량 증가했다.

지난 2014년 한국가정과교육학회지에 실린 연구를 보면 카페인의 하루 권장량을 초과 섭취한 고등학생이 12.5%에 달했고 저마다 부작용을 호소했다.

그러나 업계에 따르면 고카페인 에너지음료시장은 재작년 2000억원에서 이듬해 300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추산된다. 2011년 300억원이었던 시장 규모와 견주면 5년 만에 10배가량 증가한 고성장을 이룬 셈이다.

이 같은 성장세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에 음료업계는 물론이고 제약업계 또한 너나 할 것 없이 시장에 진출하는 추세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자칫 국민 건강에 위해를 줄 수 있는 상품을 제약사가 수익성만 보고 앞장서서 출시한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카페인 일일 섭취권장량은 성인 400㎎, 임산부 300㎎, 청소년과 어린이는 체중에 따라 1㎏당 2.5㎎이다. 몸무게가 50㎏인 청소년의 일일 섭취권장량은 125㎎이다.

시중에는 폭넓게도 카페인 1㎎을 함유한 에너지음료부터 162㎎이 들어간 제품 등이 나와 있다. 초콜릿, 커피 등 추가로 카페인을 섭취하지 않는다는 가정 아래 162㎎은 체중 약 65㎏인 청소년이 섭취해야 맞는 계산이다.

과연 권고 섭취량을 아는 청소년 비율은 얼마나 될 것이며, 계산기까지 두드려 보는 아이는 몇이나 있을지 모르겠다.

현재 우리나라는 고카페인 액상제품의 총 카페인 함유량과 섭취 주의문구 표시 의무화, 학교 매점·우수판매업소 판매금지, '고카페인 함유 000㎎' 적색 표시 등의 규제를 만들었으나 실효성이 적다는 의견이 많다.

에너지음료에 '어린이, 임산부, 카페인 민감자 섭취 주의'라고 적힌 문구는 사실상 효력이 없다. 청소년들은 자신들을 어린이라는 범주에 넣지 않는다. 한국소비자원에서도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이라고 명확히 표시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음료 제조사들은 그들에게 경고하는 친절한 말은 가능한 아낀다. 판매 수익을 올리기 위해 멋스러운 디자인과 현혹되는 문구로 청소년들을 홀릴 뿐이다.

A사는 홈페이지에 '집중력 강화, 피로회복 및 에너지 생성, 뇌 혈액순환촉진, 스트레스 감소'라고 적어 과대광고 소지가 있었고, B사는 카페인 표시가 미흡했다.

과장해서 석 잔을 연거푸 마시더라도 카페인 함유량이 적을 정도라면 일반 슈퍼마켓, 편의점, 마트 등에서 판매해도 무방하지만 일정 카페인 이상은 약국에서 취급해야 하지 않을까. 적어도 전문가로 '주의'는 줄 테니까 말이다.

미국은 고카페인 섭취를 12세 이하는 금지하고 카페인 하루 섭취 권고량을 13~18세 100㎎ 이하, 체중 1㎏당 30㎎으로 정하고 있다. 우리나라 대입 시에 미성년자 판매 금지 딱지가 붙을 제품도 몇몇 눈에 띈다.

부작용 발생률을 낮추고 되도록 좋은 방향으로만 활용될 수 있도록 규제는 더욱 강화돼야 한다. 음료 표면에 연령별 카페인 권장량을 기록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알 권리가 우선돼야 한다. 이후의 선택은 자유다.

하영인 기자 hyi@newsprime.co.kr <저작권자(c)프라임경제(www.newsprime.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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