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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제목 장사"의 유혹
프라임경제 | 2017-04-25 10:49:43

[프라임경제] 서울 광진구의 한 아파트촌에 볼일이 있어 갔다 충격적인 제목의 현수막을 봤는데요.

'청소년 죽이는 구청장은 물러나라!'는 커다란 현수막이 아파트 7개층 길이로 걸려있었습니다. 과거 용산 개발 문제로 지역 주민들이 서울시장을 규탄한 '한강수가 혈수(血水)돼도 내 집 사수한다!'의 섬뜩함에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아무튼 눈길이 가긴 하더군요.

하지만 이것만 가지고 내용이 쉬 짐작이 되질 않더라고요(솔직히 죽인다 어떻다 내용이 좀 과하다고 가정하고, 면학 환경에 나쁜 시설 예를 들어 유흥시설이라든지, 경마 관련 시설 등이 들어서게 해줬나 그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몇 걸음 더 걸으며 살펴보았는데요. 저 커다란 제목(?) 아래 길가에 이리저리 붙은 현수막들이 보였습니다. 종합해 보니, 청소년 유관시설 건립 명목이지만, 막상 이게 폐기물처리장을 같이 세우려는 데 대한 불만이라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죠.

사정이 이렇다면, 그 시설을 이용할 청소년이나 인근 거주 청소년들의 건강 우려를 제기할 수 있을 겁니다.

그렇다고 해서 저 커다란 대표 현수막이 옳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은데요. 제목만으로 내용을 50% 이상은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식으로 몰아붙이지는 않겠지만, 설사 어느 정도 연관이 있는 경우라도 제목에서 너무 나갔다는 생각입니다. 따라서 제목(?) 역시 잘된 경우라고는 볼 수도 없다는 판단인데요.

요새 선거철을 맞아 많은 정치 뉴스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른바 프레임 씌우기, 카테고리화하기의 유혹도 그만큼 많아지고 있습니다. 물론 각 캠프가 경쟁자들에게 거친 언사를 내놓는 게 가장 큰 이유겠으나, 그걸 '받아쓰는' 혹은 '분석하는' 언론에서도 바쁘다는 핑계로, 실제로 그런 멘트가 나왔다는 이유로 자체적으로 필터링을 하지 않고 정제되지 않은 단어나 표현을 쓰기도 합니다.

'돼지발정제 홍준표' '신천지 안철수' 등 제대로 내용을 설명하지 못하지만 재미있게 느껴지기도 하죠. 문제는 왜곡된 방향으로 본질을 호도할 위험성마저 있는 사례들이라는 겁니다.

제목이 선정적이면 더 관심을 받기 때문에 일명 '제목 장사'의 유혹을 기자들도(대선이나 총선 같은 경우 특히 정치부 기자들이) 강하게 느끼기도 합니다. 말을 하고 성명서나 논평을 내놓는 정치인들은 그런 점을 파고들지요.

그렇다고 해서 제목만 좋은, 재미있어 뵈는 게 능사는 아닙니다. 대중을 개나 돼지 취급한 어느 고위 관료도 있었지만, 대중이 그렇게 수준이 낮지 않습니다. 열어 보니 별 것 아니더라, 문제있는 글이더라 하는 경우에 비판을 받게 마련입니다.

현수막 붙이고 성명서 낭독하고, 집회 여는 일 자체가 아예 없으면 물론 좋겠지만 그런 경우가 더러 생기기는 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자신이 궁지에 몰리거나 억울할 때라도 적확한 표현과 정확한 요약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호소하는 게 일반화되길 바라봅니다.

임혜현 기자 tea@newsprime.co.kr <저작권자(c)프라임경제(www.newsprime.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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