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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볼매’ 양창섭
파이낸셜뉴스 | 2018-03-14 17:47:05
키 182㎝ 구속 150㎞ 아슬… 경쟁자보다 체격 달려도
프로야구 시범경기 kt전 4이닝 3피안타 1실점 선방
MLB 명예의 전당 헌정된 ‘교수’ 별명의 매덕스 연상


지난 13일 경기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프로야구 시범경기에서 삼성 선발투수 양창섭이 역투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레그 매덕스는 '교수(Professor)'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하지만 그는 대학 근처에도 못 가봤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엔 너무 마른 체격이어서 스카우트들에게 외면당했다. 시카고 컵스의 더그 맵슨만 그의 진가를 알아보았다.

맵슨은 구단 보고서에 "살만 좀 더 찌우면 메이저리그 최고 투수가 될 수 있다"고 썼다. 대부분 소년들은 청년기로 접어들면서 몸집이 불어난다. 매덕스도 그랬다. 시카고 컵스에 입단한 매덕스는 17년 연속 15승 이상을 올렸다. 메이저리그 최장 기록이다.

매덕스는 컨트롤의 마법사였다. 통산 300승 이상, 3000 탈삼진 이상을 올린 투수 가운데 유일하게 1000개 이하의 볼넷을 내주었다. 비슷한 시기에 활약한 로저 클레멘스는 매덕스와 대조적인 투수였다.

클레멘스는 고교 졸업반과 대학 저학년 때부터 숱하게 프로구단의 입단 제의를 받았지만 번번이 거절했다. 클레멘스는 텍사스주립대 시절 35이닝 무실점 대기록을 세웠다. 대학을 졸업한 후 1983년 보스턴 레드삭스에 입단했다.

클레멘스의 별명은 '로켓(Rocket)'이다. 빠르고 움직임이 좋은 직구를 던졌다. 최고 시속 160㎞를 상회했다. 매덕스의 직구는 140㎞에 간신히 턱걸이했다. 그러나 통산 승수는 매덕스(355승)가 1승 더 많다. 그나마 클레멘스는 금지 약물의 도움을 받았다.

그런 이유로 아직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매덕스는 자격을 얻은 첫해 97.2%라는 압도적 지지로 헌액됐다. 매덕스는 '속도보다는 공의 움직임과 던져넣는 위치(location)를 더 중요시하라'는 어린 시절 은사 랄프 메더의 가르침을 철저히 따랐다. 자, 당신이라면 커다란 덩치에 160㎞ 직구를 마구 던지는 '로켓'과 비리비리한 체격에 140㎞를 겨우 찍을까 싶은 '교수' 사이에 누구를 선택하겠나?

이 질문은 지난해 서울 연고 세 구단들에게 실제로 던져졌다. 193㎝, 93㎏의 안우진(휘문고-넥센)은 최고 156㎞를 기록했다. 곽빈(배명고-두산)은 187㎝, 90㎏의 체격에 최고 150㎞를 던졌다. 2학년 때까지 타자로 활약해 스피드는 더 빨라질 수 있다.

김영준(선린정보고-LG) 역시 좋은 체격(188㎝, 89㎏)에 150㎞ 직구를 장착했다. 또 한 명의 투수가 있었다. 양창섭(덕수고-삼성)은 182㎝, 84㎏의 상대적으로 작은 체구다. 직구 구속은 최고 150㎞에 이르지만 앞의 세 투수들에 비하면 조금 떨어진다.

양창섭은 서울 연고 구단으로부터 1차 지명을 받지 못했다. 이유야 여러가지 있겠지만 딱 한 가지를 꼽자면 세 친구들에 비해 작은 신장과 구속 때문으로 보인다. 이들의 앞날은 어떨까. 드래프트 순서대로일까. 아니면 전혀 다른 결과로 나타날까.

그레그 매덕스는 "투수를 위대하게 만드는 것은 귀와 귀 사이에 존재하는 뇌다"라고 말했다. 양창섭은 13일 프로야구 시범경기 첫날 kt전에 선발로 나와 4이닝을 던져 3피안타 1실점했다. 고졸 신인의 첫 등판 치고 꽤 괜찮았다. 투구 스타일을 보면 '로켓'보다는 '교수'에 가까웠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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