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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오늘] 짜고치고·빼돌리고·간섭했던 은행들, 지금은?
프라임경제 | 2020-10-25 08:47:28
[프라임경제] 미국의 경제사학자 존 스틸 고든은 은행을 "남의 돈으로 돈을 버는 곳"이라고 정의했습니다. 돈을 받아 다시 돈을 빌려주는 일을 하는 만큼 은행업계 종사자들에게는 고도의 도덕성이 요구됩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은행은 늘 뉴스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10년 전에도 지금도 그대로입니다.

10년 전 은행들은 나름 혹독한 '시련의 계절'을 맞고 있었습니다. 부실대출, 차명계좌 의혹 등이 제기됐고, 내부적으로는 지배구조를 둘러싼 진통이 계속되고 있었죠. '남의 돈으로 돈을 버는 것'만 해도 힘들 것 같은데 좀처럼 검찰의 사정권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조금 나아질 거란 기대는 헛된 희망이었습니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뉴스에는 연일 은행들이 등장합니다. 물론, 안 좋은 뉴스로요. 펀드 환매 중단 사태, 채용 비리 등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논란은 정치적 쟁점으로 확대되면서 온 나라를 들썩이게 만들고 있습니다.

◆돌아서면 또 비리·의혹·검찰조사

2010년 당시 우리은행은 부실 대출 의혹을 받았습니다. 우리은행이 C&중공업이라는 회사에 2200억여원을 대출한 것이 문제가 됐는데요, 박해춘 우리은행장과 박택춘 C&중공업 사장이 형제였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두 사람의 사장 재직 시기가 겹치면서 의혹이 강하게 제기됐었죠.

의혹은 결국 검찰 수사로 이어졌습니다. 구조조정설이 나돌던 C&중공업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회사에 막대한 손해를 끼쳤다는 혐의였는데요, 이 일로 민영화가 진행 중이던 우리은행의 가치 역시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신한은행은 수뇌부 내분으로 시끄러운 상황에서 신상훈 신한금융지주 사장의 횡령·배임 혐의로 시끄러웠습니다. 2005년부터 2009년까지 경영자문료 15억6000만원을 횡령하고 2006~2007년 약 438억원의 부당 대출을 일으켜 회사에 손해를 입힌 혐의였습니다. 또 2008∼2010년 재일교포 주주들한테 8억6000만원을 받은 혐의(금융지주회사법 위반)도 받았습니다.

이 밖에도 여권 실세의 KB금융·국민은행 인사 개입 의혹, 태광그룹 비자금 의혹 여파 등 은행들을 둘러싼 시련은 좀처럼 사그라들 줄 몰랐습니다.

◆숱한 의혹, 결말은 '흐지부지'

숱한 의혹과 각종 혐의 사실들로 시끄러웠지만, 결말은 그리 아름답지 못했습니다. 박택춘 전 C&중공업 사장 대출 의혹은 그가 구속된 후 잠잠해졌고, 이후 어떤 처벌을 받았는지는 더 이상 보도되지 않았습니다. 2200억여원이라는 엄청난 금액의 부실 대출 의혹은 그 어느 하나 말끔하게 해소되지 못했습니다.

신상훈 사장의 횡령·배임 혐의는 벌금 2000만원으로 허무하게 일단락됐습니다. 오랜 법정 공방 끝에 신 사장은 지난 2017년 3월9일 대법원으로부터 벌금 2000만원을 선고받았습니다. 1심에서 횡령 혐의 중 일부만 유죄로 인정받고, 배임은 전부 무죄 판결을 받은 그는 2심에서 대폭 감형받았고, 이는 대법원에서 그대로 유지됐습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정치권 입김이 거세 인사 개입 의혹이 일었던 KB금융은 이후에도 낙하산 인사로 인한 갈등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이미 낙하산 인사로 인해 한바탕 홍역을 치렀던 KB금융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꾸준히 '관치금융'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반복되는 유사 잡음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은행들을 둘러싼 잡음들은 여전했습니다. 마치 새로운 이슈라도 들고나온 모양새였죠. 펀드 사기, 정치권 로비, 채용비리 등 10년 전과는 또 다른 의혹과 혐의들이 업계를 뒤흔들었습니다.

정쟁으로까지 번진 라임펀드 환매중단 사태는 은행들에게는 치명타였습니다. 라임 펀드를 가장 많이 판매한 우리은행은 최근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고위층에 로비했다고 주장하면서 라임 사태의 불똥이 번졌습니다. 이에 우리은행 측은 즉각 보도자료를 내고 "사실무근이다. 법적 조치하겠다"며 반박했습니다.

라임 사태와 결을 같이 하는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사기' 의혹으로 하나은행이 검찰 압수수색을 받기도 했습니다. 옵티머스가 하나은행에 부실 사모사채 매입을 지시하면서도 예탁결제원에 공공기관 매출채권으로 종목을 등록해 펀드명세서를 위조한 혐의를 받고 있는데, 하나은행이 함께 모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입니다.

은행권 채용 비리는 해묵은 이슈였지만 수년째 아무런 후속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논란이 일었습니다. 부정채용자 상당수는 버젓이 은행을 다니고 있고, 피해자 구제는 나 몰라라 했습니다. 이 때문에 최근 진행된 국정감사 현장에선 은행 경영진이 불려가 곤욕을 치르기도 했습니다. 결국 우리은행은 업계 최초로 부정입사자에 대한 채용취소 절차에 들어갔고, 나머지 은행들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남의 돈'을 받을 때는 신중해야 합니다. 돈을 준 이에게 신뢰를 보여주는 건 당연합니다. '돈으로 돈을 버는' 은행이라면 고객에 대한 신뢰를 최우선으로 확보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10년 전이나 지금처럼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면 신뢰는 한순간에 무너집니다. 부디 10년 후에는 은행들이 이런 잡음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설소영 기자 ssy@newsprime.co.kr <저작권자(c)프라임경제(www.newsprime.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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