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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개정, 끝난 게 아니다?] 1. 한미 FTA 개정 “선방” VS “나쁜 선례”
SBSCNBC | 2018-03-31 09:34:44
■취재파일

▶<신현상 / 진행자>
한미 FTA 개정 협상이 3개월만에 타결됐지만 결과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일단 발등의 불이었던 철강 관세폭탄은 피했고 ‘절대 불가’로 못박은 농업시장도 지켜내 선방했다는 평가입니다.

반면 미국의 압박에 굴복해 나쁜 선례를 남겼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요.

이렇게 평가가 엇갈리는 이유는 무엇인지부터 살펴보죠.

먼저 본격적인 얘기에 앞서 한미 FTA 개정 협상 합의 내용부터 확인해 보죠.

[영상 : 미국측의 최대 관심사였던 자동차 분야에서는 우리 측이 일정 부분 양보했습니다.

당초 미국은 한국산 화물자동차-픽업트럭에 대한 25%의 관세를 내년부터 내려 2021년까지 철폐할 예정이었습니다.

이를 미국 측의 요구대로 2021에서 2041년으로 연장하기로 했습니다.

또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안전기준 요건도 완화하기로 했습니다.

우리 안전기준에 미달하더라도 미국 안전기준을 통과한 경우, 연간 5만 대까지 수입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기존에는 연 2만5천 대였습니다.

미국기준에 따라, 수입되는 차량의 수리용 부품에 대해서도 미국의 기준을 인정하기로 했습니다.

[김현종 / 통상교섭본부장 : 농업시장 추가 개방이 없다는 농업 레드라인을 지켰고, 미국산 자동차 부품 의무사용도 없습니다. (이미 철폐된 관세를) 재도입하거나 후퇴하는 것도 없습니다.]

우리가 얻은 것도 있습니다.

미국이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철강에 최고 53%의 관세를 물리는 조치에서 우리나라는 제외됐습니다.

대신, 미국에 대한 수출에 대해서는 3년간 평균 수출량의 70%인 268만 톤으로 제한하기로 했습니다.

대미수출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유정용 강관 등 강관류 철강의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신현상 / 진행자>
한미 FTA 개정 협상, 양국 간 이견이 커서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생각보다 빨리 합의를 했어요?

그 배경에는 미국의 중간선거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죠?

▷<김영교 / 기자>
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어떻게 당선된 사람입니까?

유권자들 사이에서 분노감을 유발해 당선된 사람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그 분노감이란 건 바로, 미국이 다른 나라와 불공정한 무역 거래를 하고 있다... 미국이 다른 나라에게 뺏기고 있다는 인식에서 나온 분노감입니다.

그렇게 해서 당선된 트럼프 대통령은 유권자와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끼고 있을 겁니다.
      
그래야 자신에 대한 지지도도 계속 유지가 될 것이고요. 

오는 11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중간 평가에 해당하는 중간선거가 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이 중간선거에서 자신의 지지층의 지지를 이끌어 내기 위해 성과를 내놓아야 하는데 그 첫 성과가 한미 FTA 개정 협상이 된 셈입니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의 무역협상을 개정함으로써 미국의 노동자와 기업들을 위해 싸우겠다는 약속을 이행했다”고 언급했습니다.

▶<신현상 / 진행자>
또 하나가 대외적으로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안보상황도 변수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어요?

▷<김영교 / 기자>
미국 무역대표부가 한미 FTA 관련 합의 이끌어냈다 발표한 후 트럼프는 트위터에 “미국과 한국 노동자 위한 훌륭한 합의 이끌어냈다. 이제 중요한 안보 관계에 집중하자” 고 말했는데요.

4월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5월 북미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지요.

사실 시간이 얼마 남아 있지 않습니다.

한국과 미국 간에 긴밀한 공조가 어느때보다 필요한 시점입니다.

통상 이슈로 한미 관계에 균열이 생기는 건, 결코 두 나라 모두 바라는 바가 아닐 겁니다.

남북정상회담에서 북미정상회담으로 순탄히 연결되기 위해서라도 한미 양국은 통상 갈등을 최대한 빨리 봉합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신현상 / 진행자>
한편으론 이번 재협상이 조기에 타결된 것을 두고 나름 선방했다는 평가도 있죠?

▷<김현우 / 기자>
네, 우리 정부도 강조했듯이 신속한 결론으로 시장의 불확실성을 제거했다는 점에서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철강에 관세가 붙으면 업계 피해가 3조원이 넘을 것이고 자동차 업체들은 미국 수출이 줄어들어 어려워질 것이라며 불안해 했는데요. 

조기에 협상이 마무리되면서 이런 불확실성이 제거되면서 업계가 안정을 찾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현정 /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단 박사 : 지금 나와 있는 내용만 보면 선방했다고 봅니다. 가장 우려했던 거는 축산물 개방을 더 빨리해야 한다는 부분, 그리고 자동차가 미국에겐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관세를 도로 부활시키는 것까지 예상을 했거든요. 사실은 (철강과 한미 FTA를)엮었기 때문에 두 개가 실타래 풀리듯이 두 개가 같이 끝나버린 측면이 있고요.]

▶<신현상 / 진행자>
이번 한미 FTA 개정 협상 과정에서 환율도 패키지 협상에 포함돼 있었다는 사실이 백악관 공식 성명서를 통해 밝혀진 뒤 말들이 많은데요.

먼저 무슨 내용인가요?

▷<김영교 / 기자>
바로  미국이 “한국의 환율 정책과 관련해 합의를 마무리 짓고 있다”고 밝힌 건데요.

“미국 제품들이 공정하게 취급 받고, 우리 무역 파트너국들이 공평하지 않은 환율 관습을 피할 수 있도록 확실히 할 것“이라면서, “이 합의의 조항에는 환율 책정의 투명성 강화와 보고 등을 이행할 책임 있는 약속과 그 책임을 보장하기 위한 방식이 포함될 것” 이라는 내용이 백악관이 공개한 성명서의 마지막 부분에 들어가 있던 겁니다.

수출하는 입장에서는 어떻게 보면, 환율이라는 게 관세 몇% 보다 훨씬 민감하게 작용할 수 있는 건데, 우리가 이런 내용에 합의함으로써 스스로 운신의 폭을 좁힌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옵니다.  

▶<신현상 / 진행자>
원화가치가 높을수록 우리 수출 경쟁력은 그만큼 떨어지게 되는 건데, 우리에게 손해를 보는 합의를 했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네요.

그런데 이런 민감한 부분이 우리 정부의 발표 때는 없었잖아요.

이런 백악관 발표에 대해 우리 정부 입장은 뭔가요?

▷<김현우 / 기자>
정부는 FTA 개정 협상에서 환율 관련 합의는 없었다고 부인했습니다.

기재부 관계자는 미국 쪽에서 환율을 연계하자는 제안을 했지만 거부했다고 반박 했습니다.

환율은 많은 나라가 연결된 사안이기 때문에 두 나라의 통상 협상에서 논의하는 게 말이 안된다는 겁니다.

그리고 FTA 개정 협상 전부터 환율 정책의 투명성을 높이는 외환시장개입 내역 공개 같은 방안을 미국, IMF와 논의하고 있었고, 지금도 논의 중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정부는 수출을 위해 원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환율 조작은 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미국과 IMF에 전달했고, 환율이 급변동 할 때 속도를 조절하는 스무딩 오퍼레이션, 미세조정은 환율 조작과 별개라고도 설명했습니다.

기재부는 미국 재무부에 항의를 전달하고 정정 발표를 요청했다고 합니다.

▶<신현상 / 진행자>
이런 정부 해명에도 불구하고 환율 이면 합의와 관련해서 우리 정부가 발표를 안 한 부분에 대한 우려와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데 어떤 문제가 있다는 건가요?

▷<김영교 / 기자>
우선은, 환율과 관련해 어떤 형식으로든 미국과 대화가 있었다는 게 드러났는데, 그와 관련해 우리 정부는 언급한 게 없었습니다.

일부러 이걸 숨긴 게 아니냐 그래서 ‘이면 합의’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데요.

미국 입장을 들어보면, 미국은 무역 통상에 있어서 환율 문제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대표의 발언 한번 들어보시죠.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 미국과 한국이 마무리 짓고 있는 합의는 매우 중요하고 역사적인 합의입니다. 아시다시피, 우리 미국 측에서는 안정적인 통화를 원한다는 명제에서 시작했습니다. 므누신 재무장관이 얼마 전 아르헨티나에서 열렸던 G20 회담에서도 언급했었고요. 그리고 이번 합의로 옮겨와서, 투명성을 제고하고 경쟁적인 통화 평가절하를 하지 않는다는 합의에 이르게 돼 더욱 힘이 실리게 되었습니다.]

미국은 처음부터 통상 문제를 환율과 묶어서 생각했는데, 우리는 그러지 못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허윤 / 서강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한국국제통상학회장) : 통상교섭본부가 만약에 기획재정부에서 미국 재무부와 환율문제에 대해 논의가 되는 것이 있고 거기에 대해서 미국이 요구하는 것이 있다면 철강하고 연계해서 협상을 했으면 우리한테는 중요한 협상카드거든요. 큰 그림에서 보면 ‘우리 정부는 환율 쪽에서 양보해주는 것을 전략적으로 협상에서 활용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할 수 있는 거죠.]

▶<신현상 / 진행자>
얘기를 들어보니 미국은 패키지로 묶어서 협상을 하는 게 전략인데 우리는 개별적으로 접근한다는 게 차이라는 지적인데요.

어쨌든 패키지로 묶어서 협상을 한 것이 우리에게 불리했고 문제라는 건데 중간에 왜 철강이 끼어든 건가요?

▷<김현우 / 기자>
철광 관세는 협상 중간에갑자기 안건으로 끼어들었습니다.

지난 1월에 열렸던 1차 협상에서 미국 측은 자동차 무역 적자 해결을 요구했었습니다.

여기에 우리나라는 규정을 어긴 미국의 비관세무역장벽을 해소해달라고 맞섰는데요.

3월에 미국이 철강 관세로 압박을 시작하자, 3차 협상에서 안건이 됐습니다.

▶<신현상 / 진행자>
통상 협상 전 어떤 내용에 대해 조율할 건지를 정할텐데, 중간에 자신들이 원하는 걸 대뜸 끼워넣은 게 선뜻 이해가 되질 않네요?

▷<김현우 / 기자>
네, 불공정한 일이고, 그래서 이번 협상이 굴욕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원래 우리 요구였던 비관세 무역장벽 해소는 실패했고, 철강에서도 얻은 것이 없습니다.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려는 미국의 지렛대 전략에 당했다고 볼 수 있는데요.
      
이 전략을 방어하지 못하면서미래에 있을 협상에도 악영향을 줄 나쁜 선례를 만들었다는 지적입니다.

전문가의 설명을 들어보시죠.

[신세돈 /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 : 이번에는 철강이었지만요, 다음번에는 세탁기나 반도체를 가지고 딴죽을 걸면서 또 다시 FTA의 다른 부분을 개정하자고 이렇게 나올 여지가 충분히 있는, 굉장히 안 좋은 선례를 남기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들어요.]

▶<신현상 / 진행자>
성격이 다른 철광 관세와  한미 FTA 개정 협상을 묶어서 하는 바람에 나쁜 선례를 만들었다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문제고 향후 다른 통상관계에서 어떤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되나요?

▷<김영교 / 기자>
네. 통상 전문가들은 미국으로부터 철강 관세를 면제받는 대신 쿼터, 즉 할당량을 받은 것은  국제통상의 기본인 WTO  즉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에 위배된다고 지적합니다.

[신세돈 /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 : WTO(세계무역기구)헌장에 보면 비관세 장벽, 쿼터(수출입 할당량)는 금지가 되어 있어요. 비관세 장벽은 하면 안되는 거예요. 그걸 미국이 아니까 국내법, 무역확장법을 들이대고 국가 안보 규정을 들이대서 비관세 장벽을 그냥, 전가의 보도(보호무역주의 칼)처럼 휘두르고 있는 거죠.]

한국 스스로 수입 할당량을 인정함으로써 만약 다른 국가들에서 미국과 동일한 조건을 요구할 경우 거절할 명분도 없어졌다는 평가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동영상을 시청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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