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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시행 D-10…업종별 대책 짜내기 '고심'
SBSCNBC | 2016-09-18 16:15:22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을 열흘 앞두고 청탁, 접대, 선물 등과 관련된 여러 업종은 법 시행에 따른 불이익을 피하고자 나름대로 머리를 짜내고 있다.

직격탄을 맞는 업종은 식당업이다. 공직자 등이 1인당 3만원까지만 식사 대접을 받을 수 있게 되면서 3만원을 초과하는 코스요리나 정식 등 메뉴를 취급하는 고급 횟집, 한정식집 등은 곤란한 처지에 놓였다.

이 때문에 공무원 등이 많이 찾는 음식점들은 매출 감소를 무릅쓰고 가격을 낮추거나 메뉴를 새로 개발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는 분위기다.

메뉴 특성상 가격을 낮출 방법이 마땅치 않아 발을 동동 구르는 업소도 적지 않다.

서울 강서구의 한 횟집은 최근 '김영란법 시행으로 공무원·교직원·공공기관 회식 및 접대 식사료 1인 2만5000원으로 가격 인하'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횟집을 운영하는 A씨는 "원래 코스 가격은 1인당 3만원인데 가격이 부담돼 공무원 등이 식당에 오지 않을까봐 가격을 5천원 인하했다"며 "2만5000원으로는 남는 것이 거의 없지만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격을 내렸다"고 말했다.

숙성회로 유명한 서울 중구의 한 일식집 관계자는 "3만원으로 맞추자면 이 정도 수준의 고급 회를 내놓을 방법이 없다"며 "업소 면적을 줄이고 종업원들을 내보내야 그나마 영업을 계속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공무원이나 회사원들이 많이 찾는 여의도나 세종로 등의 고급 음식점들은 특히 머리가 아프다.

법 시행 이전에 이미 손님 발길이 줄어 폐업한 곳도 있다.

여의도에 있는 고급 일식 음식점의 B 주임은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당연히 매출에 타격을 입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하지만 호텔 안에 있는 음식점이다 보니 가격을 무조건 내릴 수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종로구의 유명 한정식집 '유정'은 이미 문을 닫았고, 그 자리에 베트남 쌀국수집이 들어섰다.

정부서울청사 인근 한정식집 '두마'도 최근 문을 닫았다. 두마 관계자는 "장사가 안돼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며 "공무원들 접대 문화가 점차 사라져 가던 중에 김영란법까지 시행되자 드나들던 공무원들도 발길을 끊었다"고 말했다.

진료나 입원, 수술 관련 청탁이 금지되는 국립·지방의료원이나 대학병원 등도 김영란법 시행 이후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내부 교육에 나섰다.

서울의 한 대학 부속병원 직원들은 '사소한 부탁이라도 받지도 말고 하지도 말자'는 분위기다.

법이 곧 시행되는데 정확히 어떤 행동이 저촉될 수 있는지 잘 모르니 일단 최대한 조심하고 보자는 것이다.

이 병원 관계자는 "'최고 권위자라는 A교수에게서 진찰받게 해달라'는 수준의 부탁 받으면 솔직히 별 거부감 없이 들어주곤 했다"면서 "이제 이런 것도 안되기 때문에 아예 부탁을 안 받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의 한 대학 부속병원은 원내 변호사에게 강사를 맡겨 직원과 교수, 일반 의사들을 대상으로 김영란법의 금품수수·부정청탁 관련 조항에 대한 설명회를 열 예정이다.

자세한 가이드라인도 만들어 배포할 계획이다. 또 다른 대학병원도 부서별로 김영란법 내용을 교육하고, 이달 초 전체 직원이 모인 월례회의에 국민권익위원회 관계자를 불러 법 취지와 내용, 사례 등에 대해 특강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아울러 권익위에서 받은 자료를 내부망에 게시해 전 직원이 볼 수 있도록 하고, 감사팀에서 부서별 질문을 취합해 총괄적으로 답변을 만들고 있다. 법 시행 전까지 '김영란법 핸드북'도 발간해 전 직원에게 배포할 예정이다.

병원 관계자는 "권익위에 따르면 외래, 검사, 수술 등 모든 종류의 부탁이 안 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외부에서 누군가 부탁하는 것은 당연히 안 되고, 병원 직원이 다른 직원에게 부탁해서도 안 된다는 점 등을 교육받았다"고 전했다.

김영란법과 크게 관련 없어 보이는 대학생들도 법 시행이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실감하며 인터넷 등에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이들이 특히 우려하는 것은 학기 중 취업한 대학생들의 출석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김영란법을 적용받는 교수에게 취업계 등을 제출하고 성적을 받는 행위는 '부정청탁'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서울 한 사립대에 다니는 김모(25·여)씨는 "전체적으로 다 금지한다면 형평성에는 맞겠지만 안 그래도 취업이 힘든 시기에 4학년들의 취업 기회를 강제로 차단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접대골프'가 이뤄지는 회원제 골프장들은 이미 9월부터 부킹이 줄어 법 시행 후에는 매출이 격감할 것이라는 예측하에 대중제로 전환을 검토하는 등 대책 마련에 급급하다.

기업들도 접대골프 일정을 줄줄이 취소했고, 회원권 매각을 검토 중인 곳도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대중제 골프장은 접대골프가 없어서 평소처럼 골프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회원제보다 싼 가격에 꾸준히 찾고 있는 터라 김영란법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 관계자는 "김영란법을 적용받지 않는 사람들도 괜히 불안해 골프장을 찾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내수경기 위축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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