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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소득 30년간 1.5배 늘때 日 제자리…"지금이 분배할 때냐"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한국경제 | 2021-10-17 07:38:57
일본이 총선 정국에 돌입하면서 여야가 앞다퉈 분배를 중시하겠다는 공약을 내
걸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새 일본 총리가 '성장과 분배가 선순환하는 새로
운 자본주의'를 간판정책으로 내건 것이 기폭제가 됐다. 하지만 빈부격차가
심각하지 않은 일본은 분배보다 성장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인의 연평균 수입은 30년째 제자리"라며 &
quot;소득격차를 축소하기 보다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나 분배를 할 수 있는 파
이를 키워야 할 때"라고 지난 16일 지적했다. 일본인이 직면한 문제는 분
배가 아니라 "부유층을 포함한 국민 전체의 생활수준이 낮아지고 있는 것
"이라고 이 신문은 주장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0년 일본인의 평균 연봉(구매력평가 기준
)은 3만9000달러(약 4616만원)로 30년 전보다 4% 늘었다. 같은 기간 미국은 6만
9000달러로 48% 증가했다. OECD 37개 회원국의 평균 연봉은 4만9000달러로 33%
늘었다.

일본의 평균 연봉은 1999년 처음 선진국(OECD) 평균 연봉을 밑돌기 시작한 지
20년만에 격차가 1만달러까지 벌어졌다. 2015년부터는 한국에서 따라잡히면서
OECD 국가들 가운데 순위가 22위까지 떨어졌다.



반면 일본은 미국과 영국에 비해 빈부격차가 덜 심각한 나라로 분류된다. 일본
의 소득 상위 1% 세대가 보유한 자산은 전체의 11%다. 부유층으로부터 더 많은
세금을 걷어 분배정책의 재원으로 쓰려는 미국은 상위 1%의 자산이 전체의 40
%에 달한다. 영국도 20%를 넘는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연간 소득이 1000만엔(약 1억362만원)을
넘는 세대는 12%로 1996년(19%)보다 7%포인트 줄었다. 숫자가 1에 가까울수록
소득격차가 심각함을 나타내는 지니계수도 2009년 0.28을 넘었다가 2019년 0.
275로 낮아졌다.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전 총리 내각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의
부작용으로 일본의 빈부격차가 커졌다는 분석과 사뭇 다른 결과다.

일본 총무성은 "육아 세대의 고용환경이 개선되고 고령자의 소득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19년 취업자수는 10년전보다 약 400만명 늘었다
. 특히 65세 이상 고령자와 여성의 고용이 증가했다.

역대 일본 정부와 일부 전문가들은 기업이 적극적으로 임금을 올려야 한다고 주
장해 왔다. 하지만 기업이 일본 근로자의 임금을 인상하기가 쉽지 않은 현실이
다.

올 2분기 일본 상장사의 25%는 사상 최대 규모의 순익을 기록했다. 임금을 크게
올릴 환경이 조성된 것처럼 보이지만 속내용은 조금 다르다. 순익이 급증한 것
은 대부분 해외 수요 덕분이어서다. 지난 20년간 일본 기업의 해외법인 매출은
2.2배 늘었다. 반면 일본시장의 매출은 7% 증가하는데 그쳤다. 일본 기업들이
일본 근로자들의 임금을 쉽게 올리지 못하는 이유다.

이 때문에 기업이 지속적으로 임금을 올리려면 일본 내수시장에서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이 필수라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나가하마 도시히로 다이이치생명경
제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수요부족으로 인한 디플레이션이 여전하기
때문에 성장 위주의 정책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다 야스유키 메이지대 부교수는 "소득 불평등이 아니라 저소득층에서 고
소득층으로 계층이동이 어려운 격차의 고정화가 일본의 더 문제"라고 말했
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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