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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기업' 보잉·인텔의 추락…"美의 자랑에서 재앙됐다"
한국경제 | 2024-10-23 17:42:08
[ 김은정 기자 ]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던 제조업체 인텔·보잉의 경영
위기가 미국 경제의 주요 리스크로 지목됐다. 이들 기업이 대규모 감원으로 고
용시장에 타격을 주고, 반도체·항공기 등 주요 제조업 주도권을 유럽과
중국 등에 넘기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때 최첨단 기술로 세계 시장을 주름잡
던 인텔과 보잉이 이젠 “미국의 잠재적 재앙”(월스트리트저널&mid
dot;WSJ)으로 불리고 있다.
○창사 후 최대 위기 맞은 ‘제조업 제왕’
22일(현지시간) 기준 뉴욕증시에 상장된 보잉은 주가가 올 들어 36.5% 급락했다
. 같은 기간 인텔 주가는 53.15% 폭락했다. 뉴욕증시를 대표하는 S&P500지수와
동조화하긴커녕 정반대 흐름을 나타냈다. 이 기간 S&P500지수는 23.37% 올랐다
.


이런 보잉·인텔의 주가 흐름은 창사 후 최대 위기를 맞은 두 기업의 현
상황을 대변한다. 세계 최대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은 16년 만의 파업으로 홍역
을 치렀다. 노동조합이 4년간 35% 임금 인상안에 잠정 합의해 5주간 이어진 파
업이 마무리될 가능성이 커졌지만 깊은 생채기가 남았다.


항공기 제작 결함으로 경영난에 허덕이던 보잉은 파업과 맞물려 항공기 생산 중
단이라는 초유의 사태까지 맞았다. 파업 기간 손실만 10억달러였다. 파업 손실
을 만회하기 위해 전체 직원의 10%에 달하는 1만7000명의 감원을 계획 중이다.
정상화까지 험로가 예상되면서 보잉의 대규모 감원이 미국 고용지표에도 부정
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보잉의 위기는 예고된 결과다. 보잉은 원가 절감을 위해 핵심 부품을 외주업체
에 맡겼고 숙련 엔지니어를 대거 해고했다.


‘반도체 제왕’으로 군림하던 인텔은 다른 기업의 인수 대상으로 전
락했다. PC 시장 포화 이후 모바일과 인공지능(AI) 시대가 열렸지만 한순간 실
기로 변화 흐름에 뒤처진 탓이다. 최악의 실적을 낸 인텔은 전체의 15% 감원 등
고강도 구조조정을 추진 중이다.


인텔은 AI 열풍을 예상하지 못했다.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할 것이란 판단에 20
17년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의 지분을 확보할 기회를 걷어찬 게 대표적 사례다
. 애플의 첫 아이폰에 반도체를 공급하는 것도 충분한 이익이 나지 않는다면서
포기했다. 로이터통신은 “주가가 2013년 후 최저 수준을 나타내면서 다
우존스지수 퇴출설까지 나왔다”며 “뒤처진 AI 전략과 관료주의, 고
착화한 기업 문화 등이 쇠락의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WSJ는 “이들 업체의 파산이나 분사가 가능성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rdq
uo;며 “기술 혁신을 위해 연구개발에 투자하기보다 당장의 이익만 좇다가
위기를 자초한 측면이 크다”고 진단했다. ○흔들리는 입지…미 경
제 후폭풍 막대
인텔·보잉 위기를 미국 제조업계의 쇠락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미국을
대표하는 전략 제조업체의 잇따른 몰락이 미국 경제에 잠재적 재앙이 될 수 있
다는 경고까지 나왔다.


미국은 중국과 군사, 외교뿐 아니라 경제와 기술력 측면에서도 경쟁을 벌이고
있다. 관세와 보조금 대응 등으로 양국 간 무역 갈등은 점차 거세지고 있다. 이
런 와중에 인텔·보잉 위기가 불거지자 미국이 혁신 제품 설계만 하고 제
작하는 능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지적으로 이어졌다.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등 미국 빅테크 기업의 소프트웨어와 기
기에 필수적인 요소가 첨단 반도체다. 이들 업체는 첨단 반도체 제조를 대만 T
SMC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 경제가 중국에 좌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
도 이런 맥락에서다.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은 상시 변수이기 때문이다.


보잉도 마찬가지다. 미국 내에서 보잉을 대체할 기업을 찾는 건 쉽지 않다. 업
계에선 보잉이 위기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세계 항공기 시장은 유럽 기반 에어버
스나 중국 국영 항공기 제조업체 중국상용항공기가 장악할 것이란 시각이 많다
.


WSJ는 “인텔이나 보잉 중 하나라도 미국에서 사라진다면 미국 경제에 미
칠 파장은 막대할 것”이라며 “반도체와 항공 등 주요 산업 생태계
는 미국 외 지역으로 주도권이 넘어가면 되찾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했다.


김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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