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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현실·MRI로 환각 유도…뇌 속 'GPS 세포' 움직였다
한국경제 | 2024-04-19 18:36:30
[ 이해성 기자 ] 자신이 처한 위치와 상황에 맞지 않는 황당한 발언을 하는 것
을 두고 정치권 등 세간에서는 ‘유체이탈 화법’이라고 말한다. 유
체이탈을 학술적으로 표현하면 자기상환시(자기 위치 환각)라고 한다. 자신을
외계에서 마치 제3자처럼 느끼는 환각인데, 주로 정신질환자들에게서 나타나는
증상이다.


인간의 뇌엔 자신이 처한 위치를 인식하는 위치정보시스템(GPS) 기능을 담당하
는 세포가 있다. 주로 해마에 분포하는 격자세포다. 사람이 특정 장소로 이동하
는 동안 그 경로를 따라 뇌 속 격자세포들이 차례로 활성화된다. 격자세포는 해
당 공간(좌표) 내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기억할 때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혁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바이오닉스연구센터 선임연구원 연구팀은 올
라프 블랑케 스위스 로잔연방공대 교수 연구팀과 함께 다중감각 가상현실(VR)
기술 등을 이용해 자기상환시를 유도하고, 이때 나타나는 뇌 속 격자세포 변화
를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고 19일 밝혔다. 기존에 격자세포 연구는 두개골을 열
고 전극으로 세포를 자극해 활성을 연구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연구팀은 인체를 대상으로 자기공명영상(MRI) 호환 VR 등을 사용해 여러 위치와
방향으로 자기상환시를 유도했다. MRI 호환 VR은 MRI 스캔을 하면서 VR 효과를
주는 기술이다. 이 과정에서 격자세포의 변화를 분석한 다음 이를 각 피험자의
환각 경험 설문조사 결과와 비교·대조했다. 설문 결과는 MRI 신호 데이
터와 일치했다. 환각을 느꼈다고 응답한 피험자의 경우 VR 조작 수준과 격자세
포 활성에서 유의미한 정비례 관계가 나타났다. 임상시험은 스위스 느샤텔병원
이 담당했다.


KIST 관계자는 “여러 신체 감각 자극만으로 자기상환시와 격자세포 활성
을 유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임상시험으로 처음 입증했다”며 “다양
한 정신질환이나 신경질환으로 인한 환각 증상을 완화할 치료법 개발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스위스 국립과학재단의 지원을
받은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렸다.


이해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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