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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고시서 '백지' 낸 男, 인스타그램 핵심 디자이너 됐다 [황정수의 인(人) 실리콘밸리]
한국경제 | 2021-09-18 16:40:13
김준식 인스타그램 프로덕트 디자이너의 방(사진)에 들어선 순간 '간결하다
'란 생각이 들었다. 모니터(2대), 책상과 의자, 스피커, 조명, VR글래스에
음료용 냉장고까지. 3평 정도 공간에 있을 건 다 있는 데 '과하다'는
느낌이 전혀 없었다.

김 디자이너는 공간의 콘셉트에 대해 '미니멀'이라고 설명했다. 단순히
유행 때문만은 아니다. 직업·가치관과 연관이 있다. 그는 세계 최고 S
NS 서비스를 사람들이 쓰기 쉽게 디자인하는 사람이다. 그는 "디자이너들
은 필요없는 건 버리고 필요한 걸 극대화한다"며 "핵심부터 파고, 핵
심을 극대화하는 데 집중한다"고 설명했다.

그의 설명을 듣고 방을 다시 찬찬히 살펴보니 모든 게 '업무 최적화'를
위한 배치였다. 본인의 방부터 세련되지만 간결하고 사용성이 좋게 디자인한
것이다. '역시 디자이너'란 생각이 머릿 속을 떠나지 않았다.

'힙'(고유한 개성을 갖고 있으면서도 최신 유행에 밝고 신선하다는 의
미)한 느낌이 넘치는 김 디자이너는 국내 최고 이공계 대학으로 불리는 KAIST에
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했다. 그리고 미국 명문 뉴욕 파슨스디자인스쿨(대학원)을
마쳤다. 직장은 세계에서 가장 핫한 SNS로 불리는 인스타그램. 그럼에도 그의
말과 행동은 겸손했다.

샌프란시스코 그의 자택에서 두 시간 정도 얘기를 나눴다. '엄친아'로
보이지만 그가 편한 길만 걸어온 건 아니다. 초중고를 해외에서 나와 한국 문
화에 적응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KAIST 졸업 후 삼성 계열사의 문을 두드렸
지만 필기가 발목을 잡았다. 미국 대학원 재학 중엔 인턴 한 번 못할 정도로 취
업 시장에서 자주 미끄러졌다. 천신만고 끝에 글로벌 기업에 취직했지만 '
공허함'을 계속 느꼈다.

그럼에도 인스타그램의 중견급 디자이너까지 올라온 건 직업에 대한 진심과 간
절함이었다. 그는 디자이너란 직업을 밥벌이 그 이상으로, 인생의 목표와 연결
지어 고민하고 있었다. 그는 인터뷰 중 "나의 미술적인 생각과 이념이 사
람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며 "디자인을 통해 사람들에게 좋은
,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게 삶의 목표"라고 수 차례 말했다. 그렇다면 좋
은 디자이너는 어떻게 하면 될 수 있을까. 그는 '고민'에 답이 있다고
했다. 본인이 무엇에 가치를 느끼고 좋아하는지, 더 나아각 사람들이 뭘 원하
는 지 계속 고민하고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게 디자이너의 사명이란 얘
기다. 인스타그램 핵심 서비스 '릴스'팀에서 디자이너로 근무
▶지금 무슨 일을 하시나요.

"인스타그램 '릴스'(인스타그램의 짧은 동영상 서비스)팀에서 프
로덕트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습니다. 다른 회사로 치면 'UX디자이너'와
비슷한 일을 합니다."

▶원래 미술에 관심이 많으셨나요.

"부모님께서 '아들이 미술 좋아하는구나'라고 아실 정도였습니다
. 학창시절 때 어떤 수업보다 미술 관련 수업과 과제에 열심히 참여했어요. 모
범생은 아니었는데 미술은 열심히 했습니다."

▶왜 미술이 좋았을까요.

"미술은 '제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감정이나 상
황을 표현할 수 있는 게 재밌었어요. 그리고 그걸 보면서 사람들이 '왜 그
렸을까' 얘기하고, 제 의도를 이해하는 것이 신기했죠. 그 과정에서 디자인
이란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왜 디자인이죠.

"제가 미술을 하면서 깨달은 건 '제 표현으로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고
싶다'는 거에요. 제가 표현하는 것과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의 교집합이
디자인이에요. 핸드폰, 식탁, 책상의 각도, 재질 등이 다 디자인의 표현이에요
. 그리고 디자인의 핵심은 '사람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느냐'거든요. 디
자인을 전문적으로 파고 들고 싶었습니다."

▶그럼 학부는 미대를 나오셨겠네요.

"아니요. KAIST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했어요. 그 전엔 필리핀에서 초&mi
ddot;중·고를 다녔고요. 2004년 9월에 KAIST에 입학했어요. KAIST는 외
국에서 학교다닌 학생들을 가을에도 뽑거든요. 이공계로 유명한 학교고 엔지니
어링 중심이죠." KAIST는 '세심한 지도', 파슨스는 '자율성&
#39;이 장점
▶왜 KAIST였죠.

"디자인에선 엔지니어링 기반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만들고', '어떻게 해야지' 사람들에게 쓸모가 있는 지 고민할 때
중요하죠. 그런 엔지니어링쪽으로 뛰어난 학교가 KAIST잖아요. 매력있는 학교
라고 생각했어요. 두 번째는 아버지 영향이 컸어요. 한국인이니까 한국 학교에
가서 한국적인 사고방식이나 문화를 배우는 게 낫지 않겠냐고 하셨습니다. 정
리하면 △디자인 △공학적인 접근 △사용자 중심 원리에 대한 호기심 △한국적
인 문화 이 모든 걸 생각했을 때 그 중심에 KAIST가 있었어요."

▶KAIST 생활이 힘들지는 않았나요.

"미적분, 화학, 생물, 물리, 논술이런 게 기본과목이었어요. 당시에 전 한
국말도 잘 못했죠. KAIST 학생들 얼마나 똑똑해요. 저도 나름대로 수학경시대회
1등하고 잘하는 학생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KAIST에서 수업 들으면 
9;평균 이하'가 됐죠."

▶학과의 선후배 관계라거나 그런 것들은요.

"대학에서 한국문화라는 걸 거의 처음 경험을 했습니다. 위계질서, 존댓말
, 선후배관계 등등요. 자유분방한 문화에 살았던 제가 한국문화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리긴 했죠. 전 사실 '족보(상하관계) 브레이커'였어요. 제가
04학번인데 나이가 05학번하고 같았거든요. 동기들은 물론이고 05학번들하고도
친구로 지냈어요. 그래도 한국 문화에 완전히 적응한 건 아니지만, 고생은 안
했어요. 제가 한국 문화를 잘 몰랐지만 그렇다고 반항하고 싶었던 건 아니거든
요."


▶전공과 적성이 잘 맞았을까요.

"공부하고 싶었던 과목들은 정말 열정적으로 했어요. 장학금도 받았고요
. 필수과정들은 어떻게든 통과를 했습니다. 산업디자인에 대해선 굉장히 열정적
이었어요."

▶미국으로 대학원은 왜 갔죠.

"언젠가 외국에 다시 가고 싶었어요. KAIST가 정말 좋았는데, 제가 원했던
자유로운, 다양한 문화를 충족시켜주지 못했어요. '기술을 가르쳐줄테니까
네가 관심있는 프로젝트는 알아서 해봐라' 이런 게 필요한 것 같았어요.
제가 원하는 것을 마음껏 해보자 이런 마음도 있었고요. 뭘 원하는 지 한국에선
희미해졌는데 외국 대학원에 가면서 답답함을 뚫을 수 있었죠."

▶뉴욕 파슨스디자인스쿨로 간 계기는요.

"파슨스에서 디자인테크놀로지를 했는데, 역사가 상대적으로 깊은 전공은
아니에요.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다양한 걸 많이 경험했어요. 모바일디자인,
웹디자인, 코딩, 만화, 모션디자인 등이요."

▶어떤 걸 많이 배웠나요

"다양한 사람을 만나 많은 경험을 쌓았습니다. 변호사, 특허 전문가, 산업
디자인 등 다양한 배경의 동기들이 왔어요. 대화가 재밌었고 다양성이 소중했어
요. 방과 후에 함께 뭘 개발하고 그런 게 재밌었고요."

▶KAIST와 파슨스의 차이점은요.

"KAIST는 정말 좋았어요. 교수님들이 학생들을 정말 잘 챙겨주셨죠. 이것
저것 세부적으로 가르쳐주시고 과제에 대한 지시도 하시고요. 뉴욕 교수님들은
'관심있는 걸 해봐라', '나는 지도하는 사람이지 지시하는 사람이
아니다' 이런 분위기에요. 이런 문화가 좋았어요. 자발적으로 해보고 싶었
던 프로젝트를 다양하게 해봤어요."

▶디자인을 통해 삶의 목표를 갖게 됐다고요.

"네 제 미술적인 생각과 이념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
합니다. '디자인을 통해서 좋은 영향을 주는 것' 이게 제 삶의 목표입
니다." '대기업 입사 때 한자(漢字) 시험이라니'...백지 내고 좌

▶대학졸업 후 미국 대학원 진학 전에 한국 회사를 다녀본 적이 있나요.

"LG전자의 초콜릿폰이 잘 나갈 때 인턴을 했었어요. 좋은 경험을 했는데,
인턴으로서 일하는 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사람들한테 영향을 주고 싶었는데
'제가 디자인한게 출시될 수 있을까' 이런 느낌을 많이 받았죠."


▶다른 한국기업은 생각 안 했나요.

"네. 삼성직무적성검사(SSAT)를 봤는데 거의 백지를 냈어요. 인생 최대 좌
절감을 느꼈죠. 그 당시에 '왜 회사 들어가는데 이런 시험을 봐야하지'
;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질문과 답에 한자가 나오는 게 무슨 의미인가
싶었죠. 이후에 한국의 디자인 컨설팅회사에 합격해서 3개월 정도 일했습니다.
"

▶파슨스디자인스쿨은 명문학교니까 인턴도 많이 했겠네요.

"대학원때 인턴 다 떨어졌어요. 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로스프트 다 지원했
는데 떨어졌고, 저는 웹사이트가서 이력서 써냈는데 연락도 없었어요. 전 그래
서 인턴을 못했어요(웃음). 그래서 그냥 사람들한테 좋은 영향을 주고 싶단 생
각에 방학 때 중국에 가서 학생들에게 디자인 가르치는 일을 했죠."

▶왜 다 떨어졌을까요.

"실력이 부족했던 것 같고요. 입사하는 방식을 몰랐어요. 미국 회사엔 현
직 직원이 리크루터에게 학생을 추천하는 프로그램이 있어요. 한 번 검증된 사
람을 추천 받는 거죠. 전 그걸 몰랐어요. 전 멘땅에 헤딩한거죠. 누구도 이런
건 안 가르쳐줘요. 물어보지 않으면요. 실패한 경험을 토대로 많이 배우고 다음
엔 더 잘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한국에서도 그렇고 취업이 쉽지 않았네요.

"네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았어요. 대학원을 졸업하고 3개월 안에 취업
하지 못하면 비자에 문제가 생기거든요. 그리고 취업해서 1년 내 스폰서를 받아
야하고요. 인턴에서 다 떨어지니까 너무 큰 스트레스였어요. 당시에 졸업전시회
도 준비해야하고 직장도 알아봐야해서 정신 없었습니다. 하지만 하고 싶은 게
있어서 미국에 왔는데, 그냥 돌아갈 수는 없었어요."


▶미국 생활을 이어갈 수 있게 해준 곳이 어딘가요.

"당시에 학교에 리크루팅이 왔어요. 직원들이 와서 학생들 면접하고 회사
에 추천하는 행사죠. 마침 마이크로소프트(MS)가 왔어요. 전 너무 간절했죠. 제
가 한 프로젝트에 대해 열정적으로 설명하고 어필했어요. 간절함이 통했나봐요
. 1주일 뒤에 연락이와서 전화인터뷰 보라고 했고, 그게 잘 돼서 직접 샌프란시
스코 MS에 가서 인터뷰를 하고 합격을 했어요. 정직원이됐죠."

▶어떻게 면접을 했기에 단 번에 합격했나요.

"결과적으로 포트폴리오가 가장 중요해요. '나는 어떤 디자이너'
이며 '내가 이 회사에 들어가서 어떻게 너희한테 도움이 될 수 있는지'
;를 중점적으로 어필했어요. 제 디자인과 전략을 포트폴리오에 잘 담아서 적극
적으로 어필을 했습니다."

▶왜 MS였죠.

"음, 사실 그 때 다행히도 MS 말고도 다수의 대기업과 디자인 컨설팅 회사
에 붙었거나 최종면접이 잡혔어요. 솔직히 가장 중요한 건 대기업이었다는 것이
고 비자 후원에 MS가 가장 유리하다는 거였어요. 그래서 MS에 '비자도 중요
하고 영주권(그린카드) 해줄 수 있냐'고 했어요. 다음으로는 MS 사용자가
많다는 것이요. 많은 사람들이 쓰는 제품을 만드는 회사에서 일하면 (사람들에
게)영향력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마이크로소프트 취업했지만.
..'사람들에 영향주고 싶다' 계속 고민
▶MS에서 어떤 일을 했나요.

"처음엔 실험적인 일을 하는 부서였어요. MS 안의 스타트업 같은 느낌이었
는데요. MS의 기술을 활용해서 외부 업체들과 협업해 새로운 걸 개발하는 일이
었어요. 전 UX(사용자경험) 디자이너였고요."

▶디자인으로 사람들에게 도움을 준다는 목표와 잘 맞았나요.

"새로운 앱을 개발할 수도 있는 게 신기했어요.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었
고요. 그런데 1년 반 정도 지나니까 다른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들이 쓰는
제품'을 출시하지 못 한 점이 아쉬웠죠. 과제가 너무 실험적이었죠. MS에
온 게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싶었던 건데, 갈증이 생겼어요."

▶어떻게 돌파하셨죠.
"'MS 오피스'팀으로 옮겼어요. 거기서 애플 iOS용 MS 키보드를 개
발하는 팀에 합류했어요. 어떻게하면 사람들이 편하게 사용할 수 있을까를 고민
했고요. 실제 출시가 되니까 정말 행복했죠. 제가 즐겨보는 웹사이트에 제품이
소개가되니까 신기하기도 했고요. 지금 생각해보면 더 잘 할 수 있었을 것이란
생각도 들어요."

▶그 iOS용 키보드는 잘 됐나요.

"아니요. 제가 출시 후에 회사를 나와서 정확하게는 모르는데, 엄청 잘 된
것 같진 않습니다. 그리고 MS에서 점점 답답함을 느꼈어요. MS 오피스가 정말
사람들이 많이 쓰지만 그만큼 변화를 주는 데 민감했어요. 작은 것 하나 바꿈
으로써 사용자 경험이 달라지고 출시 사이클이 느려지거든요. 워낙 전통적인 프
로그램이고 하니까 속도가 느렸죠."

▶이직을 하셨군요.

"네. 2013년에 MS에 입사했고 2016년 10월에 지금 직장인 인스타그램으로
옮겼어요." '최고'가 되고 싶어 인스타그램으로 이직
▶세계에서 가장 큰 SNS 회사인 영향인가요.

"가장 큰 이직의 이유는 인스타그램이 '핫(hot)' 했다는 겁니다.
또 최고가 무엇인지 직접적으로 경험해보고 그 경험을 토대로 배우고 싶었어요
. 기업 문화, 특히 디자인 쪽으로 문화가 좋다고 들었고요. '디자인 싱킹(
design thinking)을 정말 중요시하는 그런 여건이라고 들었어요. 인스타그램은
'모바일 디자인 계열의 애플'이었죠. 정말 궁금했어요. 저런 명성을
얻는 기업은 어떻게 운영되는지요."

▶이직과정은 어렵지 않았나요.

"예전의 실패가 큰 도움이 됐죠. 이번엔 멘땅에 헤딩하기 보단 현직 직원
이 저를 추천해서 과정이 좀 더 수월했던 것 같아요."

▶가보니 어떻던가요.

"전 프로덕트 디자이너에요. 결국 '사람들이 어떤 기능을 좋아할까&#
39;에 대해 고민하는 거죠. 디자인 싱킹의 과정입니다. 예측하고 증명하고 디자
인해서 출시를 하고 피드백을 받고, 여기에서 PM(프로덕트 매니저)을 대체할 수
있을 정도의 논리적이고 실행력을 갖춘 사람들이 많아요."


▶인스타그램에서 처음 한 일은요.

"처음엔 광고 파트에 있었어요. 인스타그램에 광고가 뜨는데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더 유용할 수 있을까' 이런 걸 고민하고 디자인했죠. 스
토리지 광고요. 1년 동안 재밌었는데 깨달음이 있었어요.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일'이란 목표와는 약간 거리가 있었죠."

▶그래서 팀을 옮기셨나요.

"네 인스타그램 스토리의 음악기능을 출시하는 팀에 들어갔어요. 제가 음
악 디자인을 한거죠. 광고팀에 만족하지 않았고 여러 팀에 이야기를 했는데 기
회가 생겼어요. 음악팀에서 '기회가 있는데 와보고 싶냐'고 하더라고요
. 음악관련 제품에 계속 집중하다보니 자연스럽게 현재 일하고 있는 릴즈라는
제품을 만들 수 있었어요." 인스타그램 스토리 '뮤직' 서비스 론
칭에 참여
▶만족하셨나요.

"정말 좋았습니다. 음악이란 공통점. 모든 사람들은 음악에 대한 어떤 의
견들이 있잖아요. '그걸 어떻게 최대한 잘 표현할 수 있게 할까' 이게
재밌는 주제였고 진심으로 좋았어요. 제가 하고 싶었던 것,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었고요, 제가 그 과정을 통해서 많이 배울 수 있어
서 정말 좋았습니다."

▶MS와 인스타그램의 가장 큰 차이는요.

"마이크로소프트는 상대적으로 오래된 기업이다보니 바뀌는 속도가 상대적
으로 빠르진 않아요. SNS 트렌드는 분기마다 바뀌잖아요. 가만히 보세요 SNS 업
체들 '빵'하고 뜨고 많이 바뀌잖아요. 그만큼 사람들이 진화하는 것에
대해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됩니다. 전 원래 사람에 대한 공부도 좋
아하는데요, 사람들이 뭘 원하는 지 주시를 해야하고 여기에 자연스럽게 맞추는
디자인을하는 게 좋아요."

▶지금까지 거의 5년 정도 다니셨네요.

"네 제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어서 만족스럽습니다. 예전엔 제가 하고
싶은 거 배울 수 있는 데 중점을 두고 살았고 그게 행복이었죠. 지금은 가족도
생기고 예전처럼 제 생각만 하고 행동할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지금 회사에서 위치는 어느정도에요.

"멘토링을 해야하며 이끌어가야하는 입장이죠. '제로 투 원'에 비
유해서 설명하면요. 예전에 MS에서 키보드 만들 때 아무것도 없는 게 0이고 출
시가 1이면 전 그 때는 0.5 정도에서 시작했죠. 지금은 0에서부터 시작해야하는
게 재밌으면서도 힘든 것 같아요. '우리 팀이 왜 이것을 해야하는 지'
; 논리적으로 설명해야하고 이끌어야하고요. 그리고 0.5쯤에 들어오는 사람들을
잘 이끌어줘야해요. 그런 역할이 많이 바뀌지 않았나 싶어요. 제가 0부터 시작
할 수 있는 기회를 위해 미국에 온 것이고 여기서 논리가 좋고, 팀을 설득할 수
있다면 '1'이 될 수 있고요. 더 나아가 많은 1들을 모아 조화로운 10
0이 되는 것입니다. 그게 아메리카드림이죠.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것. 회사
내에서 할 수 있다는 거요." 치열한 미국 직장생활...스트레스는 게임과
조깅으로 풀어
▶위치가 올라갔는데 부담은 없나요.

"전략적인 영향을 줘야하는 사람이 됐어요. 인스타그램이 저한테 그런 걸
요구하고 있고요. 미국에 장점도 많지만 부담인 게 자유가 주어진만큼 책임도
제 것이에요. '실적이 잘 나오면 제 탓, 안 나와도 제탓'이죠.(웃음)
그리고 치열해요. 자발적으로 하고 싶은 여건이 주어진 거니까 정말 치열해요
. 다들 하고 싶은 게 있고요. 그걸 누구나 다 할 수 없기 때문에 잘 관리해야죠
. 논리와 설득력이 중요합니다. 스트레스는 엄청 받지만 그래도 저는 아직 좋습
니다."

▶세계적인 SNS 기업에 일하면서 동시에 포기해야할 것도 많을 것 같아요.

"스트레스가 많아요. 계속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하고, 설득을 해야하고,
1년에 두 번 성과를 평가받고. 그리고 가족하고 떨어져 있는 게 힘들죠. 중요
한 순간들, 예를 들어 조카 돌잔치, 부모님 생신 등에 못가잖아요. 제 선택이지
만 힘들어요."


▶본인역량을 어떻게 키우세요.

"항상 배우려고 합니다. 항상 자신을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을 하고요. 내가 하고 있는 게 맞는 건지 생각합니다. 그리고 안주하지 않
아요. 예컨대 제가 인스타그램에 처음 왔을 때 광고 쪽을 파고들 수 있었지만,
제 자신에게 물었어요. '정말 제가 하고 싶은거냐'고요. 그래서 아니
면 옮기고요. 그리고 지식을 위해서 다큐멘터리를 많이봐요. 사람에 대해 공부
하는 게 재밌고, 어떤 분야에 대해 지식을 쌓는 것도 좋기 때문입니다. 사실 디
자인을 할 때 '언제 어떤 지식이 사용될지' 몰라요. 항상 총알을 쌓아
둬야하는 마음가짐으로 임하다보니까 다큐멘터리 보는 게 더 재밌고요. 뉴스도
많이 읽으려고 합니다.

▶지식을 꺼내 쓰는 방법이 있나요.

"그건 알게 모르게 되는 것 같아요. 창고에 쌓아둔 느낌이죠. 어떤 디자인
을 할 때 자연스럽게 매칭이 됩니다. 창고에서 '꺼내 쓸 수 있는' 아이
디어들이 튀어나와요. 보물들을 무의식적으로 쌓는 게 아닐까 싶어요."

▶스트레스는 어떻게 관리하나요.

"축구 PC 게임 하는데 사람들하고 안 하고 일부러 컴퓨터랑 해요. 이기는
걸 알면서 하는거죠. 사람과의 관계는 제가 원하는대로 안 될 때가 많은데 게
임은 제 의도대로 골을 넣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게 해줘요. 그리고 달리기요.
하루에 20~30분씩 뛰어요. 아침, 점심 정해놓은 건 없고 일 하다가 뛰고 싶단
생각이 들었을 때 뛰고 들어와요."

▶디자이너로 남고 싶으세요 관리자로 갈 계획인가요.

"관리(매니징)와 현업 트랙이 있는데, 현업을 오래하면 디렉터급으로 올라
가기도 하고요. 저는 지금은 현업이 좋아요. 아직까지 사람들에게 제가 디자인
한 제품으로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게 재밌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 돕는 것
도 좋고요. 하지만 언젠가는 관리자쪽으로도 가고 싶기도 하고요. 당장은 아니
더라도요. 지금도 선택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만 제가 옮기고 있지 않습니다
. 그래서 다양한 경험을 쌓고 책도 읽고 영상도 해서 보물창고에 지식을 많이
쌓아두려고 하죠.""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게 디자이너&q
uot;
"계속 본인과 사람들이 뭘 좋아하는 지 고민해야"
▶최종적으로 하고 싶은 일은요.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느 디자인을 계속 하고 싶어요. 사람들
이 사용하면서 '편리하게 됐구나, 너무 즐거웠다' 그런 영향을 주고 싶
습니다. 이름을 알리는 걸 목적으로 두진 않아요. 제가 열심히, 잘 하다보면 자
연스럽겠죠."

▶본인이 다른 사람들에게 가장 좋은 영향력을 준 게 있다면요.

"저는 '저의 작품' 이런 큰 것보다는 작은 것들, 사람들을 웃게할
수 있고 그게 좋아요. 사람들의 멘토가 될 수 있는 점에서 나중에 교수 일도
생각해볼 수 있고요. 저는 분명해요. 나중에 지식을 좀 더 쌓아서 도와주는 역
할, 삶의 노하우를 전달하는 사람이 되면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그게 교수일
수도 있고요. 관리자일 수도 있고요. 종착점은 '저 때문에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다' 이 역할이면 행복하지 않을까요."

▶미국 사회에서 네트워킹의 어려움은 없나요.

"최대한 친절하려고 노력하고요, 캘리포니아는 인종적인 편견 이런 게 다
른 지역에 비해 확실히 작은 것 같아요. 회사 내에 직원들도 여러 곳에서 와서
서로 존중해주고요. 물론 아시아 출신이라서 유리한 점은 없는 것 같아요. 결
국 제가 좋은 제품을 출시해서 인정받는거죠."

▶미국에 오고 싶어하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한다면요.

"한국은 디자인적인 스킬은 좋아요. 그런데 효율적으로 일을 하려면 본인
이 뭘 원하는 지에 대해 조금 더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그것을 논
리적으로 어떻게 풀어갈 지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면 수월해요.

▶겸손한 거 같아요.

"항상 제가 부족한 부분을 찾으려고 합니다. 발전시킬 수 있어야죠. 예를
들어 현재 제 부족한 부분은 예전보다 책과 거리가 멀다는 점이고, 뭘 쉽게 못
놓아요. 이걸 알기 때문에 시간이 날 때면 책을 잡으려고 하고 안 좋은 습관들
을 고치려고 노력해요."

▶좋은디자이너는 어떤 사람일까요.

"디자인은 제가 표현하는 것과 사람들이 필요로하는 것의 '교집합
9;입니다. 디자이너는 사람들이 뭘 원하는지 항상, 꾸준히 고민해야하는 사람입
니다. 그러기위해선 본인이 무엇을 원하며 행복을 느끼는 지 알아야해요. 본인
을 잘 알아야 남들이 뭘 원하는 지 귀를 기울일 수 있어요. 사람들의 말을 안
듣는건지, 경험에 너무 의존하는 게 아닌지 이런 걸 고민해야해요."

실리콘밸리=황정수 특파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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