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시간 속보창 보기
  • 검색 전체 종목 검색

주요뉴스

[단독] 삼성전자, 테슬라 명운 걸린 '자율주행칩' 만든다
한국경제 | 2021-09-24 00:20:10
[ 황정수 기자 ] 미국 전기자동차업체 테슬라가 삼성전자에 차세대 자율주행칩
생산을 맡긴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가 칩 설계 능력과 공정 기술, 가격
대비 성능 등을 앞세워 테슬라 자율주행칩 수주전에서 대만 TSMC를 제친 것이다
. 반도체업계에선 “삼성이 TSMC를 추격할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
가 나온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테슬라의 2세대 자율주행칩 HW4.0 위탁생
산을 수주한 것으로 보인다. HW4.0은 내년 2분기부터 테슬라 전기차에 장착돼
자율주행 관련 데이터 처리를 담당하게 될 핵심 반도체다. “자율주행 기
능이 불완전하다”는 공격을 받고 있는 테슬라가 명운을 걸고 있는 칩이다
. 계약에 정통한 복수의 관계자는 “테슬라와 삼성전자가 올초부터 수차례
칩 설계를 협의하고 시제품을 주고받았다”며 “테슬라가 삼성전자
에 생산을 맡기기로 잠정적으로 결정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경기 화성 등에 있는 7㎚(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공정
에서 테슬라의 차세대 자율주행칩을 생산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7㎚는 5㎚
처럼 최신 생산라인은 아니지만 수율(생산품 대비 양품 비율)과 생산 칩 성능
등 경제성과 기능 면에서 모두 검증된 ‘안정적인 생산 공정’으로
평가된다. 업계 관계자는 “차량용 부품은 자동차의 사고 가능성을 줄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테슬라도 반도체 칩의 안정성을 고려해
5㎚가 아니라 7㎚ 공정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수주 금액은 현시점에서 추산하기 어렵다. 하지만 테슬라가 &lsquo
;완전자율주행(FSD)’이라고 이름 붙인 기능을 전기차에 확대 적용하고 있
고, 내년엔 120만 대 선주문받은 전기 픽업트럭 사이버트럭을 출시할 계획이어
서 HW4.0 수요는 꾸준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업계에선 테슬라가 TSMC가 아니라 삼성전자를 낙점했다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 테슬라는 TSMC와도 협의했지만 삼성전자가 △칩 설계 지원 △가격 대비
성능 △장기적인 협력 가능성 등에서 TSMC보다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
졌다.파운드리 '틈새시장' 진격
삼성, 美빅테크 '맞춤형 칩' 공략…"내년 파운드리 분기 영
업익 1조"
‘20%의 벽.’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사업부의 한계를
말할 때 거론되는 숫자다. 삼성전자는 2019년 이후 파운드리에 매년 10조원 넘
게 투자하고 있지만 점유율은 10%대 후반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삼성전자가 기술력과 설계 서비스를 앞세워 구글, 테슬라 등 비
(非)반도체기업을 고객으로 유치하고 있어서다.

TSMC 제치고 테슬라 물량 수주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삼성전자를 자율주행칩 파운드리업체로 낙점
하기 전에 대만 TSMC와도 차세대 자율주행칩 위탁생산 관련 의견을 주고받았다
. TSMC는 세계 1위 파운드리업체로, 세계 시장 점유율이 52.9%(지난 2분기 기준
)에 달한다. 그럼에도 테슬라가 삼성전자를 택한 건 △자율주행칩 설계 지원 △
가격 대비 성능 △장기적인 협력 가능성 등 모든 면에서 TSMC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 설계에 익숙하지 않은 기업의 자체 칩 개발을 돕는
‘커스텀SOC사업’ 조직을 통합했다. 올해엔 팀장을 상무에서 전무급
으로 올렸다. 주요 타깃은 구글, 아마존, 테슬라 같은 대형 테크 기업이다. 최
근 빅테크 업체들은 서비스의 질을 끌어올리기 위해 자사 제품에 최적화된 반도
체를 직접 만들려고 한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다져온 반도체 설계 노하우를 이
들 기업에 전수하는 동시에 생산 물량을 자사 파운드리 공장으로 가져오는 &ls
quo;선순환 구조’를 노리고 있다.

성과도 나오고 있다. 테슬라뿐만 아니라 구글도 삼성전자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구글은 다음달 출시 예정인 스마트폰 ‘픽셀6’에 자체 개발
한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텐서’를 적용한다고 지난 7월 발표
했다. 생산은 AP 설계 및 개발 단계부터 구글과 협력해온 삼성전자가 맡는다.
중국 1위 스마트폰업체 샤오미도 자체 스마트폰용 AP를 개발하기 위해 삼성전자
와 회의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기술로 TSMC 추월하겠다”
중장기적인 협력 가능성도 높다. 공장이 없는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업체)가
한 번 파운드리를 정하면 교체하는 게 쉽지 않다. 파운드리 공정 맞춤형 기술
이 설계 단계부터 적용되기 때문이다. 애플도 AP 개발 때 삼성전자의 도움을 받
고 3년 이상 파운드리를 맡겼다.

삼성전자는 고객사를 만족시키기 위해 기술 개발에 한창이다. 삼성전자는 이르
면 내년 상반기부터 세계 최초로 3㎚ 공정에서 칩을 양산할 계획이다. TSMC의
양산 시기는 내년 하반기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3㎚ 공정에 GAA(게이트올어라운
드)라는 신기술을 적용한다. GAA는 반도체에서 누설되는 전류를 줄여 전력효율
을 높일 수 있는 기술이다.

삼성의 자신감은 반도체 주요 경영진의 최근 발언에서도 확인된다. 정은승 최고
기술책임자(CTO)는 지난달 한 포럼에서 “메모리반도체 노하우를 바탕 삼
아 기술로 TSMC를 추월하겠다”고 말했다.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
)은 지난 6월 한 심포지엄에서 “어떤 도전에도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r
dquo;고 강조했다. TSMC와 격차 좁히기 ‘속도’
시장에선 4분기부터 삼성전자와 TSMC의 격차가 좁혀지고 내년엔 삼성전자 점유
율이 20%를 돌파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고객사를 늘려가고 있는 삼성전자와
반대로 TSMC의 매출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돼서다. 대만 연합신문망(UDN)은 최
근 “애플 등 TSMC의 주요 고객사가 4분기에 주문을 줄일 것”이라며
“TSMC의 4분기 매출 증가율이 기존 10%에서 5% 수준으로 낮아질 것&rdq
uo;이라고 보도했다.

뉴욕 월가와 국내 증권업계에선 올해 30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되는 삼성전자 파
운드리사업부의 분기 영업이익이 내년 1조원 이상으로 올라갈 것으로 전망했다
. ‘50% 미만’이란 루머까지 돌았던 삼성전자의 5㎚ 공정 수율(완제
품에서 양품 비율)도 올 하반기부터 빠르게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
장조사 업체 IC인사이츠는 올해 세계 파운드리시장 매출이 전년 대비 23% 늘어
처음으로 1000억달러(약 118조원)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다.

실리콘밸리=황정수 특파원


ⓒ 한국경제 & hankyung.
com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시각 주요뉴스
  • 한줄 의견이 없습니다.

한마디 쓰기현재 0 / 최대 1000byte (한글 500자, 영문 1000자)

등록

※ 광고, 음란성 게시물등 운영원칙에 위배되는 의견은 예고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