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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펌프·필터 끊겨 패널 증설도 '스톱'…디스플레이 '연쇄 셧다운' 위기
한국경제 | 2022-06-27 17:45:08
[ 정지은 기자 ] “전례 없는 ‘연쇄 공급망 붕괴’가 한국 디
스플레이 시장을 덮치고 있다.”

한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내 디스플레이 시장 내 조짐이 심상치 않
다며 이같이 우려했다. 장비 부품 확보가 안 돼 장비 공급이 막히고, 디스플레
이 생산 계획에 차질이 발생하는 등 공급망 문제가 도미노처럼 번지고 있어서다
. 글로벌 부품 공급망이 흔들리자 대체 가능한 부품을 만들 기술도, 여력도 없
는 한국 장비 부품업계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
온다.

이 같은 실상의 근본 원인으로는 열악한 국내 ‘장비 부품 생태계’
가 지목되고 있다. 지난해 국내 디스플레이 장비시장에서 한국산 부품의 점유율
은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연쇄 붕괴…위기감 커져
27일 한국경제신문이 확보한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의 ‘디스플레이 장비
핵심 부품 시장 현황’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디스플레이 장비
부품의 국산화율은 9%에 그쳤다. 한국 디스플레이 장비 업체는 핵심 부품 상당
수를 해외에 의존해 오고 있는 셈이다. 부품 시장 점유율은 미국산이 37%로 가
장 높았고 일본산 29%, 유럽산 19% 등 순이다. 디스플레이 장비 부품 관련 국가
별 점유율 등에 대한 분석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디스플레이 업체들 사이에 최근 “디스플레이 장비가 제때 공급되지 않아
제품 생산에 막대한 차질이 생기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자 협
회는 이 같은 실상을 파악했다는 후문이다. 글로벌 공급망이 뒤엉켜 해외 장비
부품을 확보하지 못하자, 장비 납기까지 지연될 정도로 국내 부품 생태계가 열
악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 장비업체는 “핵심 부품 중 하나라도 납기 지연이 발생하면 장비 출하
일정을 지킬 수 없다”며 “길게는 1년까지 부품 확보가 늦어져 경
영 계획에 비상이 걸렸다”고 말했다. ‘약속 기한 내 납기’가
생명인 장비 수출이 막막해졌다는 토로도 이어지고 있다. 韓 공급량 ‘0
’ 장비 부품도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꼽히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 5대 장비에 들
어가는 부품 중 하나인 ‘터보 펌프’는 한국산이 전혀 없다. 영국산
과 일본산 점유율이 각각 40%로 가장 많고, 독일산이 20%다. 3.5개월 걸려 받던
이 제품은 요즘 2.5개월 지연돼 6개월 뒤에나 받을 수 있다. 배관에 흐르는 가
스 이물질을 모으는 ‘가스 필터’는 미국이 80%, 일본이 20%를 공급
하고 있다. 이 부품의 납기 기간은 기존 2.5개월에서 11개월로 8.5개월 지연되
고 있다. 이 밖에 진공 로봇, 모터 등도 종전보다 각각 2.5개월, 6개월 공급이
늦어지고 있다.

장비 부품은 짧게는 6~12개월, 길게는 5년 주기로 교체가 필요하다. 대부분 장
비업체는 장비 공급 후 부품 교체 등 사후 관리까지 담당한다. 질 좋은 부품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게 장비업체는 물론이고 디스플레이 업체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는 구조다. 부품 협의체 만든다
업계에선 납기 지연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이 언제 회복
될지 알 수 없는 데다 물류비까지 올라 부품을 들여오는 데 드는 비용도 늘어나
고 있어서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는 28일 ‘디스플레이 장비 부품 협의체’를
구성해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장비 부품기업 40여 곳 등과 장비 부품 시장을
종합 진단하고 발전 방안을 논의할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차원이다. 그동안은
장비 부품업계 관련 교류의 장이 없었다.

협회 관계자는 “글로벌 공급망 상황에 따라 국내 장비업계가 휘청이지 않
도록 부품 경쟁력을 높이는 게 시급하다”며 “장비 부품 개발 관련
공동 기술개발 등을 추진하자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장
비 부품 경쟁력이 높아지면 장비업체뿐 아니라 디스플레이 업체도 보다 안정적
·효율적으로 사업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얘기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세계 디스플레이 장비 시장에서 한국 매출은 지
난해 2억3300만달러(약 3019억6800만원)에 그쳤다. 2020년(23억3400만달러)과
비교하면 10분의 1도 안 되는 수준이다. 중국(105억2700만달러)과는 45배 넘게
차이 난다.

정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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