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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자회사 신설 해준다는데도" 노동계 반발 이유
프라임경제 | 2021-07-27 13:56:37
[프라임경제] 현대제철이 9월 자회사 공식 출범 일정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민주노총 소속 노조가 현대제철과 자회사 설립 문제를 두고 여전히 갈등을 빚고 있다.


한국노총 소속 노조는 노동조건 협상을 전제로 수용 의사를 밝혀 상황이 더 복잡하게 돌아가는 모양새다.

지난 7일 현대제철은 협력사 대표 대상 설명회와 함께 지분 100%출자 자회사 현대 ITC(InnovationTechCompany)를 설립해 당진제철소와 인천, 포항공장 등에서 일하는 1차 협력사 직원 7000여명을 채용한다고 밝혔다.

자회사 채용 인력의 임금은 현대제철 정규직의 80%다. 이밖에 위로금 1천만원과 자녀 학자금 등 원청 정규직의 복리후생도 반영된다.

현대제철은 "노조와의 소송전 등 소모적인 논쟁을 해결하는 한편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고용불안 해소 및 근로조건 향상이라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직접 채용이라는 전향적인 해결방안을 마련했다며 "(자회사 설립은) 대규모 제조업체의 사내 협력업체 근로자 문제 해결에 있어 최초의 사례"라고 밝혔다.

◆ 노조 "자회사는 간판만 바꾼 불법파견...고용 불안정 야기"
한편 노조 측은 그다지 곱지 않은 시선이다.

자회사 방식은 원청의 직접고용이 아닌 지금과 같은 간접고용의 한 형태라고 보고, 현대제철이 자회사를 통해 직접적인 법적 책임을 회피하려는 목적이 분명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앞서 현대제철은 순천공장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현대제철을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소송(직접고용요구소송)에서 1,2심 모두 패했다.

당진공장 노동자와 순천공장 노동자 일부는 현재 1심이 진행 중이다. 이후 대법원이 현대제철과 순청공장 사내하청 소속 직원의 파견근로관계를 인정할 시, 순천공장 뿐만 아니라 당진공장 노동자들이 진행하고 있는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노조 측은 현대제철의 자회사 설립이 '현대제철은 수천 명을 직접 고용해야 할 상황에 맞닥뜨리기 전, 소송 패소에 따른 위험요소를 지우기 위해' 자회사를 통해 비정규직을 고용하겠다는 것으로 판단한다.

현대제철측이 소취하와 부제소 동의서를 입사 조건으로 내세운 것도 부정적으로 본다.

이강근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 회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가장 문제되는 점은 일방적인 자회사 진행으로 현장의 혼란이 발생하고 고용에 대해 불안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소취하와 부제소 동의서를 이유로 자회사를 가지 않고 협력사에 남는 사람들에게는 기존 업체의 폐업 등으로 계약해지에 대한 불안이 있고, 고용이 보장되더라도 공정의 이동배치 등이 이뤄질 수 있다는 소문이 있고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이어 "불법 파견에 대한 사과와 직접 채용이 목표로 회사가 사죄와 직접 채용의 의지만 있다면 노동조합과 대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며 "목표는 온전한 직접채용 정규직 전환으로, 현재 조합원의 고용과 노동 조건을 위해 투쟁하고 있으며 현대제철에서 자회사를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계획도 바뀔 것"이라고 밝혔다.

◆ 문 정부 비정규직 정규직 정책 일환, 언제부터 '꼼수'취급 받았나.

그렇다면 자회사로 채용된 비정규직은 정말 불법파견일까. '자회사'는 언제부터 꼼수의 온상으로 자리 잡았을까.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 취임 직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내걸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다른 공공기관과 민간으로 확산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부차원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큰 관심을 가지고, 국가 기관의 솔선수범을 요청한 것.

하지만 비정규직 정규직화 과정 속에서 여러 문제점도 발견됐다.

정규직화에 포함되지 않은 분야나, 직접 고용이 아닌 자회사 전환 고용, 처우 불개선으로 속 빈 강정에 가까운 정규직화 등이다.

대표적으로 한국도로공사는 하청업체 소속인 톨게이트 수납원들이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2심까지 승소한 상황에서도 자회사 전환을 강행했다.

이를 거부한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고 6개월간 노숙 농성을 해야 했다. 인천공항공사도 하청업체 소속으로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이 진행 중인 보안검색요원들의 자회사 전환을 강행, 노동자들 간 갈등이 일어나기도 했다.

한편, 지난 5월 고용노동부 주관 한국노동연구원이 개최한 '자회사 운영실태 평가위원회'는 현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화 정책과 자회사 방식 공공부문 정규직화 결과에 대한 첫 평가를 진행했다.

작년 6월 말 기준으로 공공부문 파견·용역 등 비정규직 가운데 정규직 전환자는 18만5267명이었고, 이 중 자회사 고용에 해당하는 사람은 4만6970명(25.3%)으로 4명 중 1명꼴이었다.

평가위원회는 자회사 방식의 정규직화를 한 기관 72곳의 적정 자본금 출연, 불공정 계약 여부, 노사 협력 관계 등 11개 지표를 점수(100점 만점)로 매겼다.

평가 대상 기관의 평균점수는 50.4점이었다. 최고점은 73.2점, 최저점은 18.5점이었다. 일각에서는 "사실상 낙하산 인사를 위해 정부가 만든 합법적 용역회사가 아니냐"는 비난이 잇따르기도 했다.

한 마디로, 자회사가 꼼수의 온상으로 자리 잡은 데는 공공기관의 출발부터 잘못됨이 크다. 전환 대상자 의견을 반영한 직접고용보다는 자회사로 전환을 선호하는 기관 의지대로 정규직화가 추진된 경우가 많았고, 회사 임금체계도 일방적으로 강요해 무늬만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

업계 관계자는 "당초 취지와는 달리 자회사는 무늬만 정규직에 그치는 등 성급한 제도 추진으로 온갖 꼼수와 불만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며 "법률적 제도 개선과 꼼꼼한 보완 체계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수현 기자 may@newsprime.co.kr <저작권자(c)프라임경제(www.newsprime.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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