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즐거운 뱃놀이 같은 출근길 되려면
파이낸셜뉴스 | 2025-08-03 19:17:03
파이낸셜뉴스 | 2025-08-03 19: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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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훈 전국부 |
서울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한 친구들과 공유하는 기억이 있다. 각자 사는 곳도, 직장도 다르지만 출근 첫날의 감상은 신기할 정도로 비슷했다. 서울 외곽의 자취방부터 직장까지 하루 2번, 한 시간여를 지하철·버스에서 보내며 우리 모두는 "이러다 죽겠다"는 생각을 했다.
서울 지하철의 혼잡도는 모든 좌석이 꽉 찼을 때를 기준으로 34%다. 올해 1월 기준 출퇴근 시간대의 최고 혼잡도는 4호선 154.6%, 7호선 145%이며, 9호선은 160%를 넘어서기도 했다. 산술적으로 보면 의자 1개에 4~5명의 사람이 몰려드는 셈이다. 출퇴근길에 붙는 별명이 '전쟁'이나 '지옥'처럼 극단적인 것도 무리가 아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제시하는 대안은 한강을 또 다른 '길'로 인식하는 방법이다.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의 핵심사업인 수상교통수단 '한강버스'는 정체 없이 서울을 종횡하는 교통수단이다. 오는 9월부터 진수를 마친 배 2척이 정식 운항을 앞두고 있다.
특히 서울시는 '한강버스'가 느긋한 유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일반 시민의 발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기존 대중교통에 적용하던 '기후동행카드'에 '한강버스' 권종을 신설하고, 출퇴근 시간대에는 급행만으로 운영하는 등 새로운 대중교통수단으로서의 노선을 명확히 했다. 극심한 혼잡도의 9호선이 한강을 따라 깔려 있는 것을 감안하면 바로 옆 '한강버스'는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다만 전례 없는 교통수단 도입인 만큼 여러 숙제가 산적해 있다. 곧장 도심으로 연결되는 지하철역과 달리 한강변 선착장에서의 교통 연계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마을버스와 셔틀버스, 따릉이 등을 통해 이동을 지원할 예정이지만 배 1척마다 쏟아져 나오는 150여명의 승객을 소화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위급상황 시 정차 후 대처가 가능한 도로·지하철망과 전혀 다른 형태의 안전망도 필요하다. 지난 7월 시범운항 당시 시민들은 선미에 나와 강바람을 맞는 체험이 가능했지만 출퇴근 시간대 만선 상태에서는 오히려 승객 통제가 중요한 요인으로 떠오를 수 있다. 종종 목격하는 지하철 내 난동이나 싸움이 강 한가운데서는 자칫 재난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한강버스'가 단순한 교통수단 확충에 그치면 '출퇴근 전쟁'의 전장을 늘리는 것에 불과하다. 한강은 시민들에게 그러하듯 직장인에게도 쾌적한 '평화지대'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지옥철' '찜통버스'로 공유하던 출퇴근길의 피로가 아침저녁의 한강 풍경으로 덮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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