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워치 | 2025-07-14 06:40:02
[비즈니스워치] 김준희 기자 kjun@bizwatch.co.kr
"△△건설 지역주택조합 얘기죠?"
이재명 대통령의 '불호령'에 지역주택조합(지주택) 사업이 수술대에 오르게 됐다. 대선 후보 시절부터 관련 민원을 전해 들은 대통령이 실태 조사를 지시하면서 당국이 칼을 빼 든 것이다. 정부는 분담금과 공사비 등이 과도하게 오른 곳들을 집중적으로 뜯어본다는 계획이다.
국토교통부는 11일부터 지주택 사업에 대해 관계기관 합동으로 특별점검에 나선다고 밝혔다. 지주택 사업에서 발생하는 불투명한 조합 운영을 비롯해 불합리한 공사비 증액 등 고질적인 문제들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본다는 취지다.

'지주택' 뭐길래…李 "실태 조사하라"
지주택은 조합원들이 공동으로 토지를 매입하고 건축비를 부담해 개발하는 방식의 사업이다. 조합이 직접 주체가 되는 만큼 사업이 원만하게 이뤄질 경우 상대적으로 적은 투자 비용으로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다만 토지 매입 과정이 순탄치 않아 이로 인해 사업이 지연될 경우 피해 또한 조합원들이 떠안게 돼 리스크가 크다는 게 단점이다. 지주택이 '지옥주택조합', '원수에게도 권하지 않는 아파트'라는 오명을 쓰게 된 게 그래서다.
▷관련기사:[지주택 바로알기]①반값 아파트냐 지옥주택조합 아파트냐(2022년 2월4일)
'지역주택조합' 왜 동작구에 많나 했더니(2024년 6월19일)
지주택이 새 정부 눈 밖에 난 배경을 살피려면 약 두 달 전인 5월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은 대구 지역 유세 과정에서 지주택과 관련한 조합원들의 민원을 접했다.
조합원들은 이 대통령에게 "분담금이 최초 3억원이었는데 7억원까지 올랐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특정 건설사를 언급하며 조치를 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당시 이 대통령은 "600가구나 된다는데 보통 일이 아니지 않느냐"며 "필요하면 입법을 하든지 합리적인 안을 찾아보겠다"고 답했다.
이후 대선에서 승리한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광주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다시 한번 지주택 조합원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들은 "시공사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경색으로 인해 자금을 조달할 수 없다며 선지급 요청을 거부하고 있다"며 "조합원 500여명이 1억8000만원씩 분담금을 내서 900억원가량 자금을 모집했는데 이미 소진돼서 파산에 이를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이 대통령은 "전국에 선거 운동을 다니다 보니 광주에만 있는 얘기가 아니라 온 동네에 지주택 문제가 있다"며 "제가 이미 지시를 해서 대통령실에서 실태 조사와 함께 대책이 어떤 게 가능한지 검토·조사 중이니까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언급했다.

분담금·공사비 늘어난 현장 '타겟'
대통령 지시를 받은 당국은 곧바로 현황 파악에 나섰다. 국토부는 지자체를 통해 지난달 20일부터 지난 4일까지 전국 618개 지역주택조합을 대상으로 전수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전체의 30.2%에 해당하는 187개 조합에서 293건 민원 등 분쟁이 있었다고 확인했다.
이 중 조합원 모집 단계인 조합이 187곳 중 절반이 넘는 103곳에 달했다. 사업 초기 불투명한 정보와 토지 확보 및 인허가 지연 등에 따른 문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국토부는 파악했다.
지주택의 구조적 문제점에 대한 연구도 진행됐다. 국토연구원은 지난 9일 발간한 '지역주택조합의 현황 및 이슈와 정책 방향' 보고서에서 지주택 관련 주요 이슈로 △조합 설립 후 토지 확보 문제 △사업 시행 단계에서 공사비 증액 갈등 △사업 진행 전반의 불투명성 문제 △기타 제도적·구조적 이슈 등을 짚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합리적 공사비 산정 체계를 비롯해 공사비 갈등 중재, 페널티 부과 및 재발 방지 체계 구축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사업 추진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최소한의 사업 관리 체계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관계기관 합동 특별점검을 통해 지자체는 조합별로 △조합원 모집 과정에서 거짓·과장광고 △분담금 사용 및 자금관리 등 조합 운영상 부조리 △조합 가입 계약·시공 계약 등 각종 계약 과정에서 불공정 여부 등 조합 운영 전반에 걸친 불법·부당행위 일체를 들여다본다.
특히 분담금과 공사비가 과도하게 증가한 사업장에 대해서는 국토부와 공정거래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 지자체, 한국부동산원,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6개 기관이 합동으로 증액 내역 및 증액 규모 적정성에 대해 중점적으로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실태 및 특별합동점검은 오는 8월 말까지 시행된다.
김규철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장은 "지주택 사업 관련한 조합원들의 피해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이번 점검을 통해 불법·부당행위를 근절하고 조합원 권익 보호와 건전한 지주택 사업 환경을 조성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며 점검 결과 등을 통해 지주택에 대한 제도 개선 방안도 마련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주택 많이 한 게 문제라고요?"
대통령이 사명을 콕 집어 언급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곳은 서희건설이다. 지난 2008년부터 지주택 사업을 집중 공략해온 서희건설은 '업계에서 가장 많은 지주택 실적을 보유한 건설사'라는 점을 스스로 내세우고 있다. 올해 현재까지 누적 수주액은 약 10조원으로 집계된다. 하지만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서희건설은 지주택 사업을 수행하며 얻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지주택 정보플랫폼 '서희고(GO)집'을 선보이는 등 이 분야 사업을 그늘 밖으로 끌어내려는 공을 들이고 있다. 국내 최다 사업 진행 비결로 △토지작업·인허가 문제 사전 검증 △조합 적극 지원 △사전 토지 확보 유도 등을 꼽기도 했다.
서희건설은 이 웹사이트에서 지주택 사업의 불안감에 대해 "우선은 사업 주체인 조합의 사업에 대한 전문성 부족과 사업을 추진하는 일부 업무대행사 또는 조합장의 부도덕성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또 "조합원들의 돈이 혹시라도 날아가는 일이 없어야 하기 때문에 특히 업무대행사들에게 아주 엄격한 기준들로 사업 진행 상황을 체크하는 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서희건설 측은 우선 개별 조합과 공사비 협상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저희뿐만 아니라 다른 공사 현장에서도 공사비로 인해 문제가 많은 상황"이라며 "현재 내부적으로 조합과 계속 협의 중인 것으로 아는데 당분간 여기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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