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워치 | 2025-07-14 07:37:03
[비즈니스워치] 정지수 기자 jisoo2393@bizwatch.co.kr
근로자 고령화와 기능공의 감소 등으로 생산성이 낮아진 공동주택 건설현장에 조립식(모듈러) 공법과 프리캐스트 콘크리트(PC) 공법 등 탈현장건설(OSC·Off-Site Construction) 기술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공공기관도 OSC 기반 공법을 활용한 공공주택 발주량을 늘리자 다수의 건설사가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그러나 기존 철근콘크리트(RC) 현장 시공 방식 대비 높은 공사비의 해결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동부건설도 모듈러 관심, 판 커지는 OSC
1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경기주택도시공사(GH)는 하남교산지구 A1블록에 PC 공법을 적용한 공공임대 주택 조성을 추진 중이다. 총 723가구의 공공임대주택 중 20층·400가구 이상을 PC 공법을 통해 조립식(모듈러)으로 지을 예정이다.
GH는 올해 해당 사업의 민간사업 참여자를 선정하고 2029년 준공 및 입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동부건설을 주관사로 하는 사업단의 참여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PC공법은 공장에서 미리 제작한 기둥과 보, 벽체 등 콘크리트 부재를 공사 현장으로 옮겨 조립하는 일종의 OSC 기술이다. 기존 RC공법이 공사 현장에서 거푸집을 설치하고 철근을 설계에 맞춰 배열하는 것과 달리 날씨의 영향을 받지 않고 품질을 균일화할 수 있다.
LH도 2030년부터 OSC를 기반으로 연간 5000가구의 공동주택을 짓겠다는 목표를 수립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와 올해 1000가구 수준의 공동주택 공급 과정에서 OSC 관련 실증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2026년부터 2029년까지는 OSC 선도사업으로 관련 공법을 적용한 공동주택을 3000가구 공급하기로 했다.
모듈러건축위원회에 따르면 OSC를 기반으로 한 모듈러 주택 시장 규모는 2020년 574억원에 불과했으나 2023년에는 8059억원까지 성장했다. 2030년까지 시장 규모는 최대 4조4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에 대형건설사들도 일찌감치 OSC 기술력을 확보하고 이를 활용해 모듈러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GS건설은 2020년부터 PC제조 자회사 GPC, 목조 모듈러 전문 자회사 자이가이스트 등을 설립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2023년에 13층 높이의 모듈러 주택인 '용인 영덕 경기행복주택'을 준공했다.▷관련기사: [르포]'이걸 모듈러로 지었다고?'…국내 첫 13층 주택 1년만에 '뚝딱'(2023년6월27일)

공기 단축·탄소 저감·안전성도 높지만…문제는 '돈'
건설업계 전반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공법에서 벗어나는 것이 절실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지난 10일 한미글로벌이 개최한 '공동주택 건설 대안 공법 포럼'에서 김용식 한미글로벌 사장은 "건설현장의 시공 품질 저하와 생산성 추락, 끊임없는 중대 사고 발생 등이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건설 산업 전반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이 있다"면서 "생산성 향상과 공기 단축, 품질 확보를 위한 실질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주헌 LH 공공주택본부장도 "건설업계가 인허가 실적 감소와 고령화된 건설 근로자, 낮은 노동 생산성과 같은 구조적 위기를 겪고 있다"면서 "탄소중립과 같은 환경적 요구까지 더해지면서 기존 건설 패러다임의 전환이 불가피해졌다"고 짚었다.
건설산업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OSC 공법 기반 방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나왔다.

설창우 유창이앤씨 부사장은 "OSC의 일종인 모듈러 공법이 공정 단축, 품질 안정, 안전성 제고 등 기존 건축 방식의 한계를 효과적으로 극복할 수 있어 다양한 발주처의 건축 계획에 적극적으로 전환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안용한 한양대 건축학부 교수는 "모듈형 PC 방식은 건설 공정의 약 35% 공기 단축 효과와 함께 기존 공법 대비 탄소배출량을 최대 44%까지 감축할 수 있다"면서 "안전사고 발생률을 최대 58%까지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아직은 높은 공사비가 OSC 기반 기술 적용에 걸림돌로 꼽힌다. 오 본부장은 기존 공법과 비교했을 때 OSC 기술을 적용하면 공사비가 30% 더 비싸 공공 발주 확대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업 물량이 부족해 규모의 경제가 이뤄지지 않고 공장은 365일 내내 가동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에 따른 간접비도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모듈러 주택은 건설업과 제조업 특성이 복합돼 있다는 점도 극복해야 할 부분이라는 게 오 본부장의 설명이다. 현행법상 전기·통신·소방 부분이 분리 발주돼 생산성이 낮아지는 부분이 있고, 하자 책임에서도 불분명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관련기사: 건설사 너도나도 "공사장 밖에 살 길 있다"지만…(5월21일)
오 본부장은 건설업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OSC 공법에 대한 다양한 규제 완화 및 혜택이 주어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OSC 공법의 설계 표준화와 품질인증보증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면서 "추가적인 건폐율과 용적률의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각종 세제혜택과 저리 융자 등 금융 지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표준 형태를 만들고 대량 생산을 통해 2030년 전까지는 공사비를 기존 공법 대비 115% 수준, 2030년 이후에는 기존 공법과 유사한 수준으로 낮추려 한다"고 말했다.
설 부사장은 "재사용·이동이 가능한 모듈러 시스템 개발, 공장 제작률 제고 등 기술 혁신을 병행해야 모듈러 건축의 범용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 교수는 "각 사업 계획에 맞게끔 정확한 공법과 공기, 공사비를 측정할 수 있는 건설사업관리(PM) 업체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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