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워치 | 2025-07-03 13:40:03
[비즈니스워치] 노명현 기자 kidman04@bizwatch.co.kr
금융당국이 보험업계를 향해 '당근과 채찍' 전략을 잇따라 펼치고 있다. 새 회계제도(IFRS17) 안착 과정에서 규제 적용 여부를 두고서다.
대표적인 게 기본자본 지급여력비율(K-ICS·킥스) 도입과 일반 킥스 비율 권고기준 조정이다. 이와 함께 보험사들의 보험부채 할인율 현실화와 자산·부채 관리(ALM)도 유사한 전략을 택했다.
보험업계에선 금융당국이 시장금리 하락 등 보험사들의 건전성 지표 관리 어려움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다행스럽다는 입장이다. 다만 당근책과 함께 든 채찍이 더 무겁게 다가온다는 점에서 부담이 커졌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기본자본 킥스 이어 ALM도 규제 도입 검토
금융당국(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보험산업 건전성 TF' 1차 회의에선 보험사들의 보험부채 할인율과 ALM 등에 대해 논의했다.
금융당국은 새 회계제도(IFRS17) 도입 당시 보험부채 할인율 현실화 계획에 따라 올해부터 최종관찰만기(LOT)를 30년 적용하기로 했다. 최종관찰만기는 보험부채 할인율 중 시장데이터(국고채 수익률 등)를 활용하는 구간이다.
현재 20년을 적용하고 있는데 30년으로 확대하는 게 보험사 부채 평가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장기 부채 평가시에는 관측할 수 있는 만기가 길어질수록 신뢰도가 높아지는 까닭이다.
문제는 금리 인하기에 접어든 가운데 국고채 30년물 금리가 10~20년물보다 낮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부채 할인율이 낮아지면 보험사들의 자본확충 필요성이 커지게 된다. 금융당국이 LOT 30년 도입 계획을 재점검하기로 한 이유다.
부채 할인율 현실화에 여유를 주는 만큼 금융당국은 보험사들에 이전보다 엄격한 ALM 관리를 요구하기로 했다. 킥스 비율 권고기준처럼 허용되는 듀레이션 갭(Gap, 격차)을 감독규정에서 정하고 준수 의무를 부과하는 방안, 킥스 제도 혹은 경영실태평가에서 ALM에 대한 평가항목을 도입·강화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관련기사: 보험사 부채평가 할인율 규제는 속도조절…ALM 규제는 도입 검토(7월2일)
국내 보험사들이 금리 인하기 건전성 지표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자산·부채 듀레이션(금리 변동 시 가치가 얼마나 변화하는지 나타내는 민감도 지표) 구조에 취약성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독일의 알리안츠와 일본 다이이치 등 주요 보험사들은 자산과 부채 듀레이션 갭(Gap, 격차)을 0.1년 수준으로 관리해 금리 민감도가 0에 수렴한다.
반면 국내 보험사들은 자산보다 부채 듀레이션이 더 길다.(민감도가 큼) 이로 인해 시장금리가 하락하면 자산 증가 폭보다 부채 증가 폭이 더 커진다. 결과적으로 킥스 비율이 하락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관련기사: 기준금리 추가 인하, '엎친데 덮친' 보험업계(5월30일)
한 보험 회계 관계자는 "할인율 현실화를 유예하면 보험사들이 ALM에 소홀할 수 있어 관리를 유도하기 위해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주는 것으로 본다"며 "CSM(보험계약마진)이 줄더라도 ALM 측면에서 보험사들에 부채 관리 방안을 더 고민하라고 금융당국이 요구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당근보다 '채찍' 영향이 더 커
금융당국의 이 같은 운영은 앞선 사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보험사들이 킥스 비율 권고기준을 맞추기 위해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 발행 등 보완자본 확충에 주력하자 금융당국은 기본자본 관리 필요성을 강조하며 기본자본 킥스 비율을 도입하기로 했다. 건전성 TF에서 기본자본 킥스 도입에 대해서도 논의할 계획이다.
동시에 일반 킥스 비율은 지난 6월 권고기준을 기존보다 20%포인트 낮췄다. 당초 계획보다 1개월 가량 빠른 조치다. 이를 통해 후순위채 조기상환 기준과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비율 요건 등이 완화됐다.
하지만 보험업계에선 기본자본 킥스 뿐 아니라 ALM 관리 규제 등 이른바 채찍이 '너무 무섭다'는 평가다. 할인율 현실화 속도조절로 당장의 부담은 줄어들 수 있지만 ALM 규제가 도입되면 이를 맞추는 게 더 어렵다는 의미다.
특히 종신보험 등 장기 상품 비중이 높은 생명보험사가 손해보험사보다 더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 대형 생보사 관계자는 "종신보험 등 만기가 긴 상품 비중이 높아 금리 하락기에 상대적으로 ALM 관리가 더 어려운 상황"이라며 "ALM 규제에 맞추기 위해 듀레이션 갭을 줄이려면 자산 구성과 상품 비중을 바꿔야 하는데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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