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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지금] 반도체 부족 사태 불러온 취약한 공급망 구조
이투데이 | 2021-05-12 08:03:18
김수동 산업연구원 통상정책실장(opinion@etoday.co.kr)

25년 전 미국은 세계 반도체의 37%를 생산했다. 현재 이 수치는 12%로 떨어졌고 한국, 대만, 일본, 중국 등 아시아 기업이 세계 반도체의 75%를 제조하고 있다. 세계 반도체 산업을 아시아 지역의 기업들이 지배하는 동안 미국 기업들은 자신들이 설계한 반도체 제조를 해외 파트너에게 의존함에 따라 미국의 제조 능력은 지속해서 축소되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휴대전화, 노트북, 서버와 저장장치 등 재택근무에 필요한 전자장치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인터넷 사용이 증가함에 따라 관련 산업의 반도체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작년 말부터 자동차를 비롯한 일부 산업에 반도체 공급이 부족하기 시작하였다. 반도체 부족 상황은 코로나 대유행으로 인한 경기 둔화 이후 생산 수준이 완만하게 회복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그리고 자동차 산업의 반도체 부족은 가전, 5G 및 인프라, 게임 플랫폼, IT 장비에 대한 반도체 수요 증가와 겹치면서 발생하였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팬데믹이 확산하는 동안 자동차에 대한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였다. 지난해 코로나19가 미국을 마비시켰을 때 자동차 판매가 급락하였고, 제조업체들은 반도체 주문을 취소하였다.

그러나 백신이 보급되고 많은 국가가 봉쇄를 해제한 후, 사람들은 대중교통 이용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자동차를 더 많이 필요로 하였다. 자동차 업체들은 바닥난 반도체 재고 물량을 채우기 위해 서둘러 주문서를 보내기 시작했다. 이는 자동차용 반도체 칩을 제조하는 소수의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의 생산 능력을 빠르게 압도하였다. 자동차 업체들이 생산량을 확대하기 시작한 후 지금은 반도체 부족에 직면해 있다.

한편 반도체 부족을 우려하는 몇몇 업체는 반도체 비축을 늘림으로써 위기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즉 경쟁사들이 자사보다 나은 공급 포지션에 있거나 시장점유율을 확대하지 못하도록 반도체 비축을 늘리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비축은 공급망을 통해 전달되는 수요량을 왜곡하여 제조업체가 시장의 수요를 맞추는 데 필요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칩이 필요한 것처럼 보이게 한다.

여기에 더해 중국 기술기업에 대한 미국 정부의 제재와 극심한 날씨 변화 같은 요인도 공급 부족에 원인을 제공하였다. 지난 3월 세계 최대 차량용 반도체 제조업체인 일본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와 NXP, 인피니언, 삼성의 반도체 공장이 위치한 텍사스의 혹독한 겨울 날씨도 상황을 악화시켰다.

자동차에 사용되는 반도체의 공급망과 제조공정은 자본 집약적이고 복잡하여 새로운 생산역량을 구축하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게다가 기판, 마이크로 컨트롤러, 실리콘 웨이퍼와 같은 반도체 부품 제조업체들은 즉시 수용할 수 없는 주문을 받고 있다. 업계는 밀려드는 주문량을 공급하는 데 약 7~8개월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러한 공급 부족 문제는 파운드리 업체의 생산라인 재할당과 소비자 가전 수요가 안정되는 시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상황에서 빠르게 반등하는 자동차 판매에 대응하여 제조사들은 생산량을 늘렸지만 결국 폭스바겐, 포드, 피아트 크라이슬러, 닛산 등은 1월에 다시 생산량을 조정해야만 했다. 영국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반도체 부족으로 1분기에만 전 세계적으로 약 130만 대의 자동차 생산이 줄어들 전망이다.

스마트폰 및 가전제품 제조업체들도 반도체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스마트폰 칩 세트와 같은 중요한 부품의 공급 부족은 향후 스마트폰 출하량을 위협하는 요인이다. 자동차와 스마트폰 외에도 컴퓨터 칩은 TV, 세탁기, 냉장고 등 다양한 가정용 전자제품에 사용된다. 반도체 부족은 자동차에서 소비자 가전으로 확산하고 있고, 칩 생산량의 대부분이 소수의 공급업체에 집중되면서 분석가들은 현재 위기가 올해 말까지 지속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렇다고 반도체 부족 문제를 손 놓고 지켜보기에는 상황이 심각하다. 글로벌 공급망의 주요 플레이어이며 중재자로서 파운드리 업체들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파운드리 업체들은 단기적으로는 공급을 늘리기 위해 생산라인을 재할당할 것이다. 그리고 고객의 진정한 수요를 합리적으로 추정하고, 적시에 적절한 고객에게 필요한 물량의 반도체를 공급한다면 이러한 혼란스러운 상황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의 TSMC는 증가하는 수요를 따라잡기 위해 향후 3년 동안 1000억 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다. 그리고 TSMC는 현재 위기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자동차 제조업체에 반도체 공급량을 늘릴 것이라고 발표하였다. 반도체 산업을 부흥시키기 위해 미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인센티브, 보조금, 세금감면과 같은 정책은 우리 정부와 업계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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