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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려야 맛있어진다"…세종자이 더 시티와 닭백숙[이송렬의 맛동산]
한국경제 | 2021-07-31 06:35:42
인류 역사를 통틀어 생존의 기본이 되는,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 들어본. 맞습
니다. 의(衣)·식(食)·주(住)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생 숙
원인 '내 집 마련'. 주변에 지하철은 있는지, 학교는 있는지, 백화점은
있는지 찾으면서 맛집은 뒷전이기도 합니다. '맛동산'을 통해 '식
'과 '주'를 동시에 해결해보려 합니다.

맛집 기준은 기자 본인의 주관적인 생각입니다. 맛집을 찾는 기준은 온라인, 오
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매체를 활용했습니다. 맛집으로부터 어떠한 금액
도 받지 않은 '내돈내먹'(자신의 돈으로 직접 사 먹는 것)을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올 하반기 들어 청약시장에서 가장 '핫한' 아파트가 있습니다. 바로 &
lsquo;세종자이 더 시티’입니다. 서울에서 세종시로 내려가다 보면 가장
먼저 들어서는 산울동에 들어섭니다. 이 단지는 지하 2층~지상 25층 24개 동,
전용면적 84~154㎡P로 무려 44가지나 되는 다양한 타입으로 구성됩니다. 총 1
350가구가 입주할 예정입니다.

세종자이 더 시티가 예비 청약자들의 주목을 받은 이유는 세종시가 전국에서 청
약이 가능한 곳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보다 세종시 이전기관 공무원 특별공급
제도가 폐지된 이후 첫 공급 단지여서 일반공급 당첨 가능성이 높아진 점이 청
약 수요를 끌어들였습니다. 분양가 상한제로 가격이 합리적인 점도 예비 청약자
들의 기대감을 키웠습니다. 때문에 분양시장에서는 "이 단지의 입지 분석
보다는 당첨 전략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일단 당첨되는 게
더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전국의 관심을 받은 단지답게 경쟁률도 대단했습니다. 특별공급과 1순위 청약을
진행한 이틀동안 24만명이 이 단지에 청약 통장을 던졌습니다. 특공에는 2만2
678명이, 1순위에는 22만842명이 몰렸습니다. 1순위 평균 경쟁률은 199대 1로
집계됐습니다. 역시 세종보다는 전국단위 기타지역에서 수천에서 수만명의 사람
이 몰렸습니다.

세종자이 더 시티 주변을 둘러보기 위해 찾은 토요일 오후. 세종시에서 핫하다
는 나성동과 도담동 등 정부세종청사 주변을 둘러봤습니다. 점심을 먹고 디저트
로 커피를 마실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주변 식당이나 카페에는 사람을 찾기 어려
웠습니다. 주말에는 아무것도 없는 세종에 있기 보다는 인근 대전 등 대도시로
나간다는 게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대전으로 넘어가는 대신 세종시 안에서 맛집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세종자이
더 시티가 들어서는 산울동에서 차를 타고 20분을 이동하면 38년째 한자리에서
영업 중인 ‘초정약수식당’이라는 닭백숙집이 나옵니다. 겉으로 보
기엔 영락없는 시골집이라 간판이 없었다면 아마 제대로 찾지 못했을 겁니다.



사람이 많은 시간을 피하기 위해 오후 2시께 식당을 방문했음에도 두 팀이나 식
사를 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시국에도 여기까지 찾아오는 손님들이 있네&
#39;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주인장이 "코로나 전에는 사람이 바글바글했
는데 요즘엔 너무 없다"며 하소연을 합니다. 예전에는 자리가 없어 한참을
기다려야 맛볼 수 있었다고 합니다.

미리 준비된 상에 앉아 자연스레 물을 따라 먹습니다. 시큼한 맛과 함께 목을
톡 쏘는 게 느껴집니다. 초정약수입니다. 식당 뒤뜰에 있는 약수터에서 직접 끌
어온다고 합니다. 원래 7개의 자연 약수터가 있었는데 그 중 5개는 막히고 이제
는 2개 밖에 남지 않았다고 합니다. 여전히 사람들이 약수를 뜨기 위해 많이 찾
는답니다.

식당에서 백숙을 맛보려면 예약을 꼭 해야 합니다. 백숙을 만드는데 1시간이 넘
게 걸리기 때문입니다. 미리 준비된 상에 앉아 5분 정도를 더 기다리자 백숙이
나옵니다. 무자비한 크기의 뚝배기 그릇에 닭 한 마리가 먹기 좋게 삶겼습니다
. 토종닭이라 그런지 서울 시내 삼계탕집에서 파는 것보다 훨씬 큽니다.

백숙에서는 닭 냄새가 거의 나지 않습니다. 약수가 닭의 잡내를 잡아준답니다.
닭 다리를 하나 집어 뜯어봅니다. 토종닭 특유의 쫄깃함이 살아 있습니다. 이
집의 백숙은 오랜시간 푹 삶아서 그런지 ‘토종닭은 질기다’라는
편견을 깹니다. 국물도 걸쭉하면서 먹었을 때 깊이감이 느껴지는 맛입니다.


탄수화물의 민족답게 죽도 먹어봅니다. 찹쌀, 녹두, 부추, 당근 등이 뒤섞여 허
여멀건한 흰죽보다 더 먹음직스럽습니다. 특히 녹두가 들어가서 그런지 구수하
고 담백한 맛이 일품입니다. 김치, 가지볶음, 두부조림, 콩나물, 양파장아찌,
깍두기, 오이무침, 버섯볶음 등 탄산수로 만든 반찬이라 그런지 더 건강함이 느
껴집니다.

세종시는 지난해 전국 집값 상승률 1위를 기록했던 곳입니다. 하지만 올 들어
매매 가격이 하락 전환했고, 거래도 끊겼습니다. 집값이 빠르게 치솟았던 데는
'천도론'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는데, 이에 대한 기대감이 꺾이고 주택
공급량이 늘어나면서 집값이 빠르게 식은 것입니다.

이 작은 백숙 한 그릇도 맛있게 먹기 위해서는 1시간이 넘는 시간을 기다려야
합니다. 하물며 도시 하나가 제자리를 잡고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오
랜 시간이 필요할까요.

세종시는 단순한 행정도시에서 벗어나는 것이 첫 번째 목표가 돼야 할 것입니다
. 아파트 단지만 들어선다고 해서 사람이 유입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단
지 주변의 인프라가 갖춰지고 사람을 더 끌어들일 수 있는 요인이 갖춰져야 할
것입니다. '자족기능'이 강화되면 저절로 사람이 모이게 될 것이고 떨
어진 아파트값도 다시 반등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세종자이 더 시티는 세종시가
하나의 완벽한 도시(city)가 되는데 일조하는 아파트가 되길 바랍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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