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시간 속보창 보기
  • 검색 전체 종목 검색

뉴스속보

[부산시설공단 특집 ① ] 광안대교 대형선박 사고 대응 뒷이야기…"아만보" 1시간30분 비결
프라임경제 | 2021-09-20 16:59:19
[프라임경제] '아는 만큼 보인다(아만보)'는 말이 있다. 제대로 된 판단은 다양한 지식을 통해 넓은 시야를 확보해야 한다는 의미다.

추석명절을 맞아 부산을 찾는 귀성객이나 여행객 상당수는 부산의 아름다운 바다와 절묘하게 어우러진 '골든 게이트' 광안대교를 건넌다.

2019년 2월28일 부산시민들 가슴을 철렁 내려 앉게 한 사건이 있었다. 러시아 국적 대형선박이 용호부두에 정박하려다가 제 속도에 못 이겨 그대로 광안대교에 부딪힌 사고였다. 육중한 무게의 배가 상하부 구조 광안대교에 걸려 아슬하게 멈춰 선 일촉즉발 위기. 이 장면은 방송, 신문 등의 속보로 빠르게 전파됐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거센 반대 속 '조기 통행' 신속·과감 결단

서둘러 비상대책본부가 차려졌다. 재난대응을 위한 콘트롤 타워는 부산시재난안전실이 아닌 부산시설공단이었고, 추연길 공단 이사장이 사고대책본부장의 중책을 맡았다.

사고 직후에 전면 통제 조치된 광안대교는 자동차 그림자도 볼 수 없었다. 이곳은 부산에서 가장 교통량이 많은 곳이다. 이미 한 시간여 통제로 인해 우회도로를 포함 부산 전역이 극심한 교통체증에 몸살을 앓고 있었다.

학계 등 전문가들로부터 우려가 이어졌다. "충격으로 교량이 무너질 수도 있다" "교량안전 정밀진단 결과를 봐야 통행 재개를 알 수 있다"는 등 비관적 전망이 나오면서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이들의 예측이 적중한다면 부산은 재난 수준의 전무후무한 교통대란에 직면하고, 시민들은 큰 불편을 감수해야 할 상황이었다.

상황 브리핑에 나선 추 본부장의 입에 수많은 카메라와 이목이 집중됐다. 하지만 전문가 예상을 깨고 그는 "시민들의 우려와는 달리 충격이 경미한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사고 발생 1시간30분여 만인 오후 5시께 충돌지점만 일부 통제한 채 통행 재개를 발표했다.

그러자 학계와 언론사를 중심으로 ‘난간 일부에 충돌한 흔적이 심하다' '정밀진단도 안 한 상태에서 매우 섣부른 판단' '안전불감증' 등 우려와 비아냥 섞인 반응과 비난성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무한책임을 떠안은 추 본부장은 재차 "전면통제할 정도는 아니다. 곧 퇴근 시간인데 과잉대응으로 시민의 불편을 가중할 필요가 없다"며 그대로 밀고 나갔다.

그가 이처럼 과감한 결정을 내린 배경은 바로 자신의 경험과 '조직의 힘'을 믿었기 때문이다. 부산시설공단은 운영, 점검, 안전관리 등 광안대교 책임기관으로써 그동안 축적된 데이터를 통해 교량 상태와 위험성을 누구보다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모든 비난의 화살이 추 이사장과 부산시설공단을 겨눈 상황에서 과단성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추 이사장은 해양수산부에서 공직에 첫발을 딛고, 부산항만공사(BPA) 창립 멤버로 국제물류사업단장·운영본부장 등을 두루 역임한 해양항만전문가이다.

그는 기자와 인터뷰에서 "사고 소식을 접하고 큰일이다 싶었다, 비상등을 켜고 교통신호도 무시한 채 현장으로 쏜살처럼 내달렸다"고 긴박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즉시 49호 광장에 올라가 다리 상태를 점검하고, 사고 영상을 꼼꼼하게 살폈다, 천만다행이게도 충돌로 인한 차량전복이나 교량이 크게 흔들리는 장면은 목격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감사패 없어도 용호부두 조기 폐쇄로 댓가 충분…특·광역시 시설공단 중에 '고객만족도 1위'

광안대교 사고 후속 조치는 통행 재개만큼이나 빨랐다. '패스트랙 공법'을 적용해 당초 4개월이 던 공사를 2개월로 대폭 단축했다. 전체 공사 구간을 100m씩 짧게 끊어 설계와 시공을 교차 진행하는 방식이다. 보통은 전 구간을 안전진단 후 설계가 끝난 다음 맨 나중에 공사 장비들이 현장에 투입된다.

추 이사장은 "1구간 공사를 하는 동안 안전점검과 설계팀이 다음 2구간에서 진행하게 돼 작업 효율을 높일 수 있었다"며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한다는 차원에서 시도된 공법"이라고 소개했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공기 단축으로 덕 본 이들이 또 있다. 바로 사고 낸 러시아 선박회사다. 원래 계획대로 넉 달이 걸렸다면 보상액도 크게 늘었을 터. 조기 개통으로 이들이 아낀 배상액은 대략 어림잡아도 최소 25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전언에 따르면 신속한 조치에 흡족해한 러시아 선사는 보상 협상 과정에서 우리 측 요구를 군말 없이 모두 수용했다고 한다.

최대수혜자일지도 모를 러시아 정부나 선사로부터 감사패는 받았을 법한 데 추 이사장은 이에 손사래치며 "그런 일은 절대로 없었다"고 웃었다. 대신 용호만 부두 폐쇄를 앞당길 수 있어 2차, 3차 잠재적 위험요소를 제거하게 된 계기였다며 무엇보다 큰 수확이라고 했다.

사실 광안대교 선박 충돌은 어쩌면 예견된 사고로 볼 수도 있다. 이미 용호항 폐쇄는 오래전에 결정된 사안이었고, 늑장 부린 부산시가 일정을 차일피일 미뤄왔기 때문이다.

해수부 출신으로 해양항만 분야에 훤한 추 이사장 역시 광안대교 사고가 터지기 전 부산시에 용호항만 조기폐쇄를 건의했었다고 한다. 그는 "용호부두는 회전축이 굉장히 작다. 그래서 배들이 턴 하기가 매우 위험해 조금만 한눈팔면 바로 사고로 이어진다"며 "근본적으로 이곳은 큰 배들의 입, 출항을 금지하고 친수공간을 만들 것"을 종용했었다.

하지만 시로부터 "공단 이사장이 시설관리나 신경 쓸 일이지 쓸데없는 말을 하느냐는 핀잔이 돌아왔다"고 고백했다.

그의 이사장 임기는 이제 한 달여 남았다. 부산시설공단은 추연길 이사장 재임 중에 부산공기업 최초로 교량·터널·건축분야 안전진단전문기관 인증 획득과 시민안전실, 재난안전상황실을 구축했다. 동서고가도로 사고차량 무료견인 시스템을 도입하였고, 이에 부산시민은 매년 16억5000만원의 사회적비용 절감 효과를 누리고 있다.

취임 초 800명이던 조직원이 1300명으로 증가했고, 광안대교 등 용역근로자 410명을 정규직 전환하여 고용의 안정성을 꾀했다. 개입택시조합이 운영하던 콜택시 '두리발'을 인수해 사회적 약자 장애인들의 안전한 발이 되고 있다.

'시민에게 안전하고 괘적한 시설을 제공'이라는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2019년 지방공기업 경영평가 고객만족도 최우수 기관'에 선정, 특광역시 시설공단 중 1위 .지방공기업 368개 중 3위를 기록하는 등 조직위상을 높였다.

한편, 경남 통영시 출신에 추연길 이사장은 △동아대 무역학과 / 한국해양대 해양경영학 석·박사 △울산해양항만청 △부산해양항만청 △부산시청 △부산항만공사(BPA)경영팀장·국제물류사업단장·운영본부장 △미래고속 대표이사 △제11대 부산시설공단 이사장 재직 중이다.

서경수 기자 sks@newsprime.co.kr <저작권자(c)프라임경제(www.newsprime.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이시각 주요뉴스
  • 한줄 의견이 없습니다.

한마디 쓰기현재 0 / 최대 1000byte (한글 500자, 영문 1000자)

등록

※ 광고, 음란성 게시물등 운영원칙에 위배되는 의견은 예고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