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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만원 월세도 다 나갔다"…오락가락 전세대출에 서민들 눈물
한국경제 | 2021-10-15 13:07:21
“서울에서 온 손님들이 월세를 많이 찾네요. 저렴한 월세를 찾아서 밀리
고 밀려 온거죠.” (경기 안산 선부동 A중개업소 대표)

“어지간한 매물은 하루 이틀이면 나가요. 100만~200만원하는 월세를 찾는
사람이 잘 있을까 싶은데 금방 소진된다니까요. 대출이 나왔다 안나왔다하고
전셋값도 많이 오르니 세 살 집이 없긴 한가봐요.” (경기 시흥 정왕동 H
공인 관계자)

금융당국이 전세대출 규제 방안을 두고 오락가락하는 사이 전셋집을 구하는 실
수요자들만 수도권 외곽지역으로 밀려났다. 높은 월세를 안고서 말이다. 15일
경기 안산·시흥·의정부·남양주·김포 등 수도권 외
곽 일대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최근 보증금이 적고 월세 가격이 높은 매물들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남양주 일대 한 중개업소 대표는 “월세가 200만원이 넘는 매물들이 며칠
새 빠지는 걸 보고 내심 놀랐다”며 “주로 신혼부부들이 많은데 자
금은 적으니 높은 월세를 안고 집을 구한다. 월급 대부분이 월세로 나갈텐데 주
거할 집이 워낙 급하다보니 선택지가 적은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남양주 다산신도시의 신축 아파트인 다산펜테리움리버테라스 2차 전용면적 84㎡
는 지난달 보증금 5000만원, 월세 210만원에 새 세입자를 들였다. 한달 전만해
도 동일한 보증금 규모면 180만원의 월세를 주고 집을 구할 수 있었지만 그새
30만원이 올랐다. 7월 수도권 아파트 전월세전환율(KB국민은행 통계 기준)이 3
.96%라는 점을 감안하면 동일한 집을 전세로 바꾸었을 때 보증금이 한달 새 1억
원 가까이 오른 셈이다.

시흥 배곧신도시 시흥배곧C2호반써밋플레이스 전용 84㎡ 월세도 며칠 새 가파르
게 뛰는 중이다. 지난달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110만원을 주면 계약할 수 있
었던 이 아파트의 월세 호가는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160만원으로 급등했다.
이 단지를 주로 중개하는 C공인 대표는 “월세 매물이 워낙 드물어 금새
세입자를 찾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기존에 고가 월세 세입자는 전문직이나 사업가가 대다수였지만 최근엔 일반 직
장인 실수요자들이 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전셋값 급등으로 필요한 자금은
더 늘어났는데, 대출 한도가 줄면서 월셋방으로 밀려나는 현상이 가속화된 것
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월세 가격은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 아파트
월세·준월세·준전세를 포함한 월세통합가격지수 변동률은 0.37
%로 전월(0.28%)보다 상승폭이 확대됐다. 월세통합가격지수는 100.7을 기록해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15년 6월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정부는 부랴부랴 전세대출과 집단대출 중단 사태를 막기 위
해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일부 완화했다. 지난 8월 말 시중 은행을
통해 신규 가계 부동산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이 중단한 지 한 달 반 만에 전
세대출을 정상화한 것이다. 뒤늦게 정부는 전세대출 증가로 인해 가계대출 증가
율이 목표치(6.99%)를 초과하더라도 이를 용인한다고 밝혔다.

결국 정부가 집값 급등을 잡겠다는 명목 하에 오락가락 대출규제로 시장의 혼란
만 키웠다는 비판이 거세다. 최근 전세계약 갱신을 하지 못해 월세집을 새로 구
하게 된 무주택자 윤모 씨(34)는 “전세대출을 무리하게 중단했다가 부작
용이 생기니 다시 풀어줬다”며 “정부가 정책 실패를 거듭하는 사이
피해 본 실수요자들은 어떻게 구제할 것이냐. 나만 해도 전세 계약이 시급한
상황에서 이미 높은 수준의 월세를 계약해 2년 동안 주거 비용으로 수천만원을
날리게 됐다”고 푸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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