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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사라지면 아파트값 어떻게 될까? [심형석의 부동산정석]
한국경제 | 2021-10-17 06:01:34
전세대란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서울의 경우 전세 물량이 거의 사
라졌습니다. 1000가구 이상의 아파트 대단지에도 전세 매물은 1~2개 정도 있을
따름입니다. 대부분은 이미 반전세나 보증부월세로 돌아섰습니다. 대기하고 줄
을 서서 전세 계약을 하는 실정입니다.

그나마 집을 보고 전세 계약을 했으면 다행입니다. 전세 매물이 나오자마자 집
을 보지도 않고 계약금을 보내는 형편입니다. 입주 물량이 급격히 줄어들고 집
주인의 거주요건을 강화하면서 신규 임대차 물량은 거의 없습니다. 규제에서 벗
어나 있는 신규계약의 경우 집주인은 전세 가격을 최대한도로 높이거나 상승분
만큼을 월세로 돌리는 중입니다.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가 너무 높아져 이를
보전하기 위해서입니다.

더 큰 문제는 전세대란이 서울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겁니다. 임대차법은 전국에
공평하게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KB국민은행에 의하면 2021년 9월 현재 서울의
전세수급지수는 167.7인데 6개 광역시(176.0)는 오히려 더 높습니다. 임대차3
법의 도입으로 인해 선한 집주인들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됐습니다. 충분히 시
장의 자율기능에 맡겨도 되는 임대차시장을 규제하면서 문제가 발생한 겁니다.


전세가격 상승률은 현 정부 들어 안정적이었습니다. 임대차2법이 도입된 작년
7월까지(2017년 5월~2020년 7월) 전세가격 상승률은 전국이 0.96%, 서울은 7.1
8%에 그쳤습니다. 임대차법 도입 이후부터 상황은 달라집니다. 단 1년(2020년
8월~2021년 9월) 만에 전국은 15.08%, 서울은 19.09% 상승합니다.

임대차 3법이 도입될 때 이미 예견됐던 문제였습니다. 전세 매물이 사라질 것이
라는 우려가 현실화된 것입니다. 규제는 거래 가능한 아파트를 줄이는데 이건
매매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전세 등 임대차 거래에 있어서도 거래 가능한 아파
트가 줄어들게 됩니다. 선후가 잘못된 것입니다. 임대차3법을 도입할 때 먼저
등록제를 해서 임대차시장을 정확히 파악한 후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를 도
입했어야 합니다.

국토교통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시도별 주택임대차 정보 현황)에 의하면 당시
정부가 파악하고 있는 임대차시장은 28.3%에 불과했습니다. 70%가 넘는 임대주
택에 대해서는 아예 정보 자체가 없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각종 임대사업자 정
책과 세제개편을 추진하면서 기초적인 임대정보에 대한 자료도 없이 진행했던
것입니다. 어떻게 국민들의 삶에 가장 중요한 문제를 이렇게 처리하는지 화가
날 뿐입니다. 졸속 입법의 역습이 드디어 시작된 것입니다.

전세 대란은 당연히 매매시장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최근 매매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전세가율이 많이 낮아졌습니다. KB국민은행에 의하면 2021년 9월 서
울 아파트의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은 54.9%로 떨어졌습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이후 비율적으로 가장 많이 전세가율이 떨어진 서울의 구는
노원구(-47.2%)와 성동구(-46.1%)입니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할 당시(2017년 5월
) 이 비율은 무려 73%였으니 거의 20%포인트가 하락한 것입니다. 그동안 매매가
격은 많이 올랐으나 전세가격은 상대적으로 많이 오르지 않았기 때문에 벌어진
격차입니다. 이렇게 격차가 벌어지면 다시 좁히려는 움직임이 나타납니다. 전
세 가격은 오르면서 매매가격은 상대적으로 적게 오르게 됩니다. 이런 변화를
겪으면서 시장은 안정을 찾아가는 것이지요.


문제는 방향이 아니라 속도입니다. 참여정부 때도 같은 기간 매매가격이 오르면
서 전세가율이 떨어졌는데 62.0(2002년 2월)에서 47.7(2005년 6월)로 조정되었
습니다. 특히나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전세가율은 38.2(2009년 1월) 수준으로 더
욱 떨어져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것은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이후 오랫동안 집
값이 하향 안정세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전세 가격이 오르는 속도가 지금과 같이 빠르고 폭이 크다면 그동안 벌
어졌던 격차는 빠르게 좁혀질 겁니다. 다시 예전의 70%로 되는데 걸리는 시간은
시장의 자정작용에 의한 것보다 빠를 수 밖에 없습니다. 이로 인해 매매가격의
상승폭이 커지는 것 또한 빨라질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이 금액
으로 전세를 사느니 집을 사는 것이 좋겠다는 푸념이 심심치 않게 들립니다. 계
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물량이 쏟아지는 내년 중반 이후가 더 큰 걱정입니다.
3기 신도시의 입주가 늦어진다면 줄어든 입주 물량과 함께 전세대란은 계속될
가능성이 큽니다.

국토교통부는 뒤늦게 임대차시장 안정 방안 마련에 나선다고 합니다. 임대차법
으로 인한 전세시장 과열이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 이의 일환으로 지난 14일 '임차가구의 주거안정성 제고방안 마련' 연
구용역을 긴급 공고한 모양입니다. 이전에 전세대란이 왜 발생했는지에 대한 성
찰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현재의 상황에서 다시 규제가 더해지면 정말 돌이킬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규제로 인한 폐해를 막기 위해 다시 규
제가 도입되는 상황이 반복된다면 임대차 거래가 가능한 아파트는 더욱 사라질
것입니다.

1989년 5월 노태우 정부는 전세난으로 인해 주택임대차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리는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같은 해 12월30일 개정안이 통과됐습니다.
이후의 상황은 지금과 비슷합니다. 전세가격이 폭등하고 집을 구하지 못한 서민
들은 임대료와 생활고를 견디지 못해 생을 마감하는 경우까지 있었다고 합니다
. 국민 생활과 직결되는 법을 바꿀 때는 과거의 사례를 살펴보는 지혜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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