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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진짜 필요한 전략 무기는 이것
한국경제 | 2021-10-28 06:00:27
미국의 DARPA(Defense 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 국방고등연구계획국
)하면 빠지지 않는 농담이 “외계인을 잡아 고문해 연구를 시키는 곳&rdq
uo;이다. 꿈같은 기술들을 착착 개발해 우리의 일상(인터넷, GPS, 자율주행 등
등)을 바꿔온 기관이다보니 이런 우스갯 소리가 나오려니 한다. 지난 25년간 미
국에서 십수 개의 DARPA 과제를 수행하면서 진짜 외계인은 아직 구경도 못했다
. 하지만 외계인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괴짜 천재 과학자들과 공학자들은 많이
보았다. 이들 옆에서 배운 경험과 지식은, 실패가 당연시되는 소위 '문샷
' 연구문제를 어떻게 접근하고 풀어나가야 DARPA의 관심을 끌 수 있는지,
궁극적으로 DARPA의 지원은 얻어낼 수 있는지에 대한 전략 수립에 큰 도움이 됐
다. (현재 필자는 DARPA의 지원으로 무인전투기를 위한 인공지능기술과 소형 드
론을 이용한 통신중계망을 개발하고 있다.)

최근 뉴스에서 국방과학기술委를 출범시키면서 소위 ‘한국형 DARPA (가칭
K-ARPA)’를 기획하고 있다는 기사를 접했다. 또 비록 위성을 궤도에 올
리는 것은 실패했지만 누리호 발사체 성공도 봤다. 한국의 국력도 이제는 DARP
A같은 ‘실패를 가정하고, 두려워하지 않는’ 연구들이 일반화할 정
도로 커진 듯 해 정말로 뿌듯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DARPA라는 이름이 주는
기술 수준 및 상징성, 그리고 지난 60년간 쌓여온 DARPA의 뿌리깊은 문화와,
상상을 초월하는 경쟁의 질을 경험했기에, 단순히 DARPA의 구조를 벤치마킹하는
것으로는 한국형 DARPA를 성공적으로 만들고 안착시키기에는 너무 비싼 시행착
오를 겪을 것 같아 걱정이 태산이다. 한 때 DARPA의 ‘꽃’ 또는 중
심이라 하는 Program Manager (PM, 과제기획 및 책임자) 자리에 추천도 여러 번
받았다. 당시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실패가 당연시되는 연구과제를 기획한 경험
도 있다. 이런 ‘현장’ 중심 경험을 토대로 성공적인 한국형 DARPA
에 필요한 요소들을 설명드리고자 한다.

첫 번째가 ‘한국형 DARPA’의 확실한 정의다. 한국형이라는 단어와
DARPA라는 단어가 아직까지는 어울리기 어려운 조합이기 때문이다. 사실 &lsq
uo;한국형’하면 ‘추격 (따라가기)’, ‘빨리빨리&rsquo
;, ‘1등 벤치마킹’, ‘세계적 석학 모셔오기’, &lsquo
;보여주기식 연구평가’, ‘지나친 관료의 간섭’, ‘실패
에 대한 노이로제’ 등등, DARPA가 상징하는 연구문화와는 거리가 먼 단어
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된다. 결론적으로 이 둘의 조합을 자연스럽게 하는
것이 이 사업을 기획하는 분들의 가장 큰 숙제라고 생각한다.

며칠 전 90%의 성공을 거둔 자랑스러운 누리호 발사의 예를 들어보자. 상상하고
싶지도 않지만, 만에 하나 발사 자체가 실패했다면, 그래도 괜찮다라는 여론보
다는 지난 12년동안 뭘했기에 아직도 발사체 하나 못 만드냐는 여론이 훨씬 더
많지 않았을까? 그렇지 않고서야 발사 전부터 혹시 발사가 성공하지 못할 경우
실패라는 말 대신 ‘비정상 비행’이라는 생소한 단어로 표현해 달
라고 언론에게 미리 부탁할 이유도 없었고, 위성 안착을 못했다고 해서 과학자
/기술자들이 눈물을 보였을 이유가 없다. 물론 우리 국민의 정서로 볼 때, 지난
12년간의 노력이 너무나 힘들었기에 완벽한 성공을 못 이루어 낸 진한 아쉬움
이 눈물로 표현된 것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개발 관계자들이 발사에
대한 성공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당당하고 밝은 얼굴로 내년 5월 실험에서는
위성 안착까지 성공하겠다며 주먹을 더 불끈 쥐는 모습을 보여주었다면, &lsq
uo;한국형 DARPA’에 대한 기대도 그만큼 더 커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다.

한 가지 긍정적인 방향이라면, 국방 부문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정부 주
도의 ‘도전적 연구’프로그램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 진심으로 환영한다. 이런 프로그램들의 성공과 실패가 하나하나 모아져 점진
적으로 한국형 DARPA가 만들어지는 것이 한국의 연구문화에 더 맞고, 시행착오
를 줄이는 지름길이라고 본다. 만일 ‘한국형 DARPA’라는 기획이 높
은 부처간 장벽을 허물어 주고, 관료기획자 중심 벤치마킹에 기반한 ‘To
p-Down’ 문화를 깨뜨려주고, ‘문샷’연구와는 맞지 않는 정
량적 연구평가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꾸어 주는 등 현재 한국 과학기술 연구 문
화에 정말로 필요한 ‘운동’으로 쓰인다면, 여기에 쏟는 비용과 시
간은 아깝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게 아닌 DARPA를 벤치마킹해 이와 비슷한 형태
의 도전적 연구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것이라면, DARPA라는 상징성에 맞는 예산
과 기획에 필요한 에너지와 비용을 차라리 이미 진행하고 있는 도전적 연구 프
로그램의 성공적인 안착과 경험의 축적에 쓰는 것이 오히려 한국형 DARPA를 성
공적으로 만들어 나가는 데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밑바닥부터 차
근차근 올라가는 ‘Bottom-up’ 노력이 받쳐주어야, DARPA 수준에 걸
맞는 도전적 연구를 수행해 줄 연구인력과 회사들이 자연스럽게 늘어나기 때문
이다. 다음 칼럼에서는 DARPA 연구과제에 상시 도전하고 수행하는 수많은 회사
들과 연구소들, 소위 DARPA 생태계에서 ‘Bottom-Up’ 에 해당하는
요소를 짚어보고자 한다.

<류봉균 대표>
▶현 (주)세이프가드AI 창업자 겸 대표
▶현 EpiSys Science 창업자 겸 대표
▶전 보잉 팀장, 수석연구원, 및 개발책임자
▶미국 콜럼비아대 전자공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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