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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큼 다가온 "오픈랜"…5G 속도 빨라지나
비즈니스워치 | 2022-01-19 08:14:02

[비즈니스워치] 주동일 기자 vape@bizwatch.co.kr

5G·6G 보급을 앞당길 수 있는 '오픈랜'의 도입이 미중갈등으로 빨라질 전망이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통신 장비 호환을 할 수 있는 '오픈랜(Open RAN)' 기술이 성큼 다가오고 있다. 오픈랜이란 표준을 정해 서로 다른 회사에서 만든 장비가 호환되도록 돕는 기술이다. 스마트폰으로 비유를 들자면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 충전기 단자를 통일해 기종에 상관없이 충전기를 써도 되게 하는 것이다.



통신사들은 그동안 화웨이나 삼성전자 등 특정 제조사에서 만든 장비를 가져다 사용해야 했다. 오픈랜을 도입하면 제조사 상관없이 장비를 도입할 수 있다. 주파수 특성상 통신 기지국을 많이 만들수록 품질이 좋아지는 5G(5세대) 이동통신 뿐만 아니라 6G 서비스 보급까지 앞당길 수 있다.



흥미롭게도 오픈랜 도입은 중국 제조사들의 통신장비 시장 장악을 우려한 미국 정부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다. 오픈랜 도입을 통해 중국 화웨이의 시장 영향력을 낮출 수 있을 것이란 미국 정부의 계산이 깔렸기 때문이다. 



통신 3사 더해 과기부도 주목




KT연구원이 오픈랜 테스트를 위해 연동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KT 제공



19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는 통신장비 호환성을 높이는 오픈랜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KT는 얼마전 일본 통신 기업들과 함께 5G 기지국에 사용하는 장비를 연동하는 오픈랜 테스트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 역시 국내외 통신장비 제조기업들과 5G 오픈랜 테스트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엔 290개 기업과 기관이 참여한 국제 오픈랜 협의체 'O-RAN 얼라이언스'에서 우리나라 대표로 오픈랜 장비 실증 결과를 발표했다. 



SK텔레콤은 경쟁사인 KT·LG유플러스는 물론 장비 제조사인 삼성전자와 함께 O-RAN 얼라이언스에 가입하는 등 오픈랜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메타·인텔·도이치텔레콤이 참여한 '텔레콤 인프라 프로젝트'에 합류하면서 기술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도 오픈랜 활성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오픈랜 협의체 출범을 검토하고 있다. 통신사와 통신장비 기업,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만들어 국내 생태계 조성에 나설 계획이다. 



타사 장비 호환…수급 쉬워진다




여러 제조사의 통신장비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오픈랜의 구조를 보여주는 그림. 사진=오랜 얼라이언스 제공



오픈랜은 여러 장치로 구성된 무선통신장비의 네트워크 표준을 맞추는 기술이다. 기존엔 각 통신사가 요구하는 사양에 맞춰 한 제조사에서 모든 통신장비를 만들었다. 안드로이드 충전기로 아이폰을 충전할 수 없듯, 통신장비 역시 제조사마다 인터페이스나 기지국 운용체계 등 규격이 달라 서로 다른 회사의 장비를 호환할 수 없었다.



이 때문에 통신사들은 한 제조사에서 만든 통신장비만 써야 했다. 특정 제조사에 종속되기 때문에 장비 수급이 어려웠고 비용 부담이 높을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아이폰 이용자들이 카페에서 배터리 충전을 부탁했을 때 '안드로이드 충전기 밖에 없다'는 말을 듣고 편의점에서 충전기를 사 와야만 하는 상황과 비슷하다.



오픈랜이 도입되면 스마트폰 충전기가 하나로 통일되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볼 수 있다. 여러 제조사의 특정 장비 규격이 통일되기 때문이다. 다양한 회사의 통신장비를 함께 사용할 수 있어 부품을 구하기 쉬워지고, 상황에 따라 저렴한 장비를 선택해 이용할 수도 있다.



'기지국 구축 빨라질까' 기대도



업계에선 오픈랜을 도입하면 기지국 설치가 수월해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그동안 통신업계에선 5G 서비스에 필요한 28㎓ 기지국 구축이 늦어지는 이유 중 하나로 통신장비 수급의 어려움을 꼽았기 때문. 스마트폰 충전기로 치면 단자 모양이 통일돼 방마다 어느 회사의 충전기든 하나씩만 놔도 집에서 충전할 수 있는 곳이 늘어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많은 기지국을 설치해야 하는 5G와 6G 등 고주파 서비스 보급을 앞당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고주파는 도달 거리가 짧고 산이나 건물 등을 뚫고 지나가기 어려워 기지국을 촘촘히 설치해야 하는데, 오픈랜을 도입할 경우 기지국 설치가 쉬워 망 구축이 빨라진다.



오픈랜은 현재 미국에서 가장 활발하게 연구·도입되고 있다. 미국 1위 통신사 버라이즌은 삼성과 에릭슨, 노키아로부터 오픈랜 장비를 받겠다고 발표했고, 2위 기업 AT&T 역시 오픈랜 도입 실험과 함께 장비 수급을 점차 늘려갈 계획이다. 미국 통신기업들은 2025년~2030년쯤 오픈랜이 안정적으로 도입될 것으로 전망한다.



미중갈등 엮이는 까닭




미국은 트럼프 정부부터 현재까지 화웨이 제재를 이어가고 있다.그래픽=비즈니스워치



업계에선 미국의 중국 견제로 오픈랜 도입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추측이 지배적이다. 중국의 통신장비 제조기업 화웨이의 점유율을 낮추기 위해서라는 평이다. 시장조사기관 델오로에 따르면 화웨이는 지난해 통신장비 업계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29%)을 차지했다. 노키아와 에릭슨의 점유율은 각각 15%에 그쳤다.



하지만 오픈랜을 도입하면 통신사들이 한 기업의 장비만 사용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통신사의 장비 선택 폭이 넓어진다. 자연스럽게 세계 1위 화웨이의 점유율이 낮아지게 된다. 일부 통신장비 제작 기술력만 갖췄던 중소기업들이 본격적으로 뛰어들 수 있는 길을 터줘 시장 경쟁이 더욱 활발해질 수 있다.



그동안 미국은 화웨이의 통신장비가 국가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이유로 제재해왔다. 2020년 8월엔 미국 기업의 기술이 들어간 소프트웨어와 장비 등을 화웨이에 수출할 수 없게 했다.



같은 해 9월엔 화웨이 관련 기업 약 150개를 수출 제재 리스트에 올렸다. 해당 리스트에 오른 기업은 미국 기업과 거래할 때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러자 기술 효율성보다는 정치적 이유로 오픈랜이 도입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국내 통신기업 관계자는 "현재로선 오픈랜을 도입한 통신장비가 기존 장비보다 성능이 낮을 수도 있다"며 "분명한 장점도 있지만 많은 실험과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제 발생 시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기존엔 한 제조사에서 모든 통신장비를 만들어 문제가 일어났을 때 해당 기업이 책임을 질 수 있었다. 다른 통신사 관계자는 "오픈랜이 도입되면 여러 회사의 장비를 함께 사용해 문제 파악과 책임을 물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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