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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든든한 주택연금, 알고 보니 물새는 우산?
프라임경제 | 2025-09-18 15:46:46

[프라임경제] 고령화가 본격화되면서 자녀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스스로 노후를 준비하려는 시니어들이 늘고 있습니다. 그런 흐름 속에서 주택연금은 '든든한 노후의 우산'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데요.

한국주택금융공사(이하 주금공)가 운영하는 주택연금 제도는 만 55세 이상, 공시가격 12억원 이하의 주택 소유자를 대상으로 합니다. 자격을 갖춘 이들이 주택을 담보로 맡기면 매달 일정 금액의 연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데요. 정부가 지급을 보증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노후소득원’으로 인식돼 왔습니다.

특히 집을 담보로 매달 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소득이 줄어드는 노년기에 현실적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6·27 부동산 금융 규제 이후 주택 자산을 매도보다는 연금으로 활용하려는 수요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실제 지난해 말 기준 가입자는 13만명을 넘어섰고, 평균 월 수령액은 약 122만원 선입니다. 평균 주택가격은 약 3억8900만원 수준으로, 많은 이들이 집 한 채로 노후를 설계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죠.

최근엔 주택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가 낮아지면서, 집을 팔기보다 연금으로 활용하려는 수요도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지난 7월 한 달 신규 가입 건수만 1305건으로, 전월 대비 13%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이처럼 '든든하다'고 여겨지던 주택연금 제도에 예상 밖의 허점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최근 감사원이 밝힌 내용에 따르면, 두 가지 주요 문제가 지적됐는데요. 바로 과도한 초기보증료와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책정된 연금 산정 기준입니다.

현재 주금공은 가입 시점에 주택 시세의 1.5%를 초기보증료로 일괄 부과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시세가 5억원이라면 약 750만원, 9억원짜리 주택이라면 무려 1350만원에 달하는 금액입니다. 고가 주택일수록 보증료 부담이 커지는 구조입니다.

문제는 이 금액이 실제 필요 수준보다 지나치게 많다는 점입니다. 감사원에 따르면, 주금공이 2024년까지 대신 갚은 '대위변제' 금액은 약 1000억원 수준인데, 같은 기간 초기보증료로만 1353억원을 걷었습니다. 여기에 경매수익과 연보증료까지 더하면 약 2000억원 가까운 흑자가 발생했습니다. 가입자들이 낸 돈이 과도하게 회사 수익으로 흘러들어 간 셈입니다.

보증료율을 다른 금융상품과 비교해봐도 격차는 큽니다. 전세보증은 0.2%, 일반 보증상품은 0.03~0.3% 수준인데, 주택연금은 이보다 훨씬 높은 1.5%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동일한 연금액을 받더라도 주택 가격에 따라 납부 보증료는 2배 이상 차이 나는 구조도 형평성 논란을 부추깁니다.

더불어 연금 지급 기준 역시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설정됐다는 지적입니다. 감사원이 실거래가 지수를 기준으로 다시 계산해 본 결과, 현재보다 월 평균 6만원가량 더 받을 수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실거래 지수가 기존보다 0.66~1.33%p 높게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는 공공성이 강조돼야 할 제도가 금융기관 중심의 논리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이 같은 지적에 주금공도 제도 개선에 나설 예정입니다. 올해 안에 연구용역을 마무리하고, 내년부터는 제도 전면 개편안을 적용할 계획입니다. 아직 구체적인 개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가입자 부담을 줄이고 연금 수령액을 늘리는 방향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핵심은 이 제도가 '누구를 위한 것인가'에 대한 질문으로 돌아옵니다. 노후의 안전망이라는 이름 아래 운영되는 공공 제도가 생각보다 큰 비용을 요구하고, 정작 되돌려 받는 혜택은 기대에 못 미친다면 신뢰는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구멍 난 우산을 때우는 일'에 그치지 말고, 노후의 마지막 자산이 되는 제도인 만큼 신뢰를 바탕으로 한 정밀한 제도 설계가 뒷받침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박선린 기자 psr@newsprime.co.kr <저작권자(c)프라임경제(www.newsprime.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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